[사설] 구속되면서 정계은퇴 선언한 이광재 의원
민주당 이광재 의원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 정대근 전 농협중앙회장으로부터 1억6천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어제 구속 수감됐다. 그러나 이 의원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면서 국회의원직 사퇴와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이 의원은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과 함께 '우(右) 광재, 좌(左)희정'으로 불렸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노 정권을 떠받쳤던 386세력의 상징으로 통했다. 때문에 그의 구속과 정계은퇴 선언은 386 정치인의 몰락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노 정권의 트레이드 마크는 도덕성과 정치개혁이었다. 과거 어느 정권에서도 할 수 없었던 우리 정치사의 지난한 과제였다. 이의 실행을 위한 견인차와 선봉대 역할을 386세력이 자임했다. 그러나 386 개혁정치의 상징이었던 이 의원의 구속은 그들 스스로 개혁과 도덕성을 부정하는 꼴이 돼버렸다. 물론 실체적 진실은 법정에서 가려지겠지만, 검찰의 구속 영장에 따르면 이 의원의 혐의는 그가 그토록 경원시했던 구시대 부패 정치인의 전형과 다를 바 없다. 박 회장 사무실을 비롯, 호텔식당, 고속도로 만남의 광장 등에서 현금 박스를 받았고, 미 한인식당과 베트남 등 해외에서도 달러뭉치를 받았다. 입으로는 정치개혁과 정권 도덕성을 외치면서 뒷손으로는 국내외 가리지 않고 검은돈을 챙겨 넣은 것이다. 그는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박 회장 측과 만나 증거인멸까지 시도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그동안 이 의원 주변에는 비리의혹이 끊이질 않았다. 노 정권시절에도 이 의원에 대한 검찰 수사와 내사가 10여 차례에 달했다는 사실이 이를 말해준다. 그러나 노 정권은 권력 핵심부에서 움트고 있는 비리와 부패의 싹을 외면했던 것이다. 이 의원과 함께 386세력의 핵심인 서갑원 의원도 이 의원과 같은 혐의를 받고 있으나 검찰 소환에 불응하고 있다. 이게 친노 386 주력의 본색이라면 '개혁장사꾼'이었다는 비판도 들을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