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택 40년대 첫 등장 … 이젠 100층 마천루 경쟁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부산 초고층 아파트 시대-부산의 아파트 역사

일제시대 지어진 부산 최초의 아파트인 청풍장.


우리나라 최초의 아파트는 1932년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에 일본에 의해 건설된 5층 규모의 유림아파트다. 부산에서는 1941년과 1944년 중구 남포동 PIFF광장 뒷편에 세워진 4층 규모의 청풍장과 소화장이 공동주택의 효시다.

70년대 말 되어서야 '부자들도 사는 집' 인식

한국전쟁 당시 국회의원들의 피난처 역할을 했던 청풍장과 소화장은 당시 콘크리트 속에 들어가는 뼈대로 철근 대신 대나무가 사용됐던 게 특징이다. 현재 40여세대가 거주하고 있지만 낡고 오래돼 안전등급 D등급을 받은 상태다.

'아파트'라는 용어를 처음 등장시킨 아파트는 1969년 중구 보수동에 지어진 보수아파트다. 16세대가 사는 한 개 층에 8개의 화장실을 사용했기 때문에 아침에 아버지의 빠른(?) 출근을 위해 아이들이 대신해 화장실 앞에 줄을 서는 풍경이 벌어지곤 했다.

1970년대는 아파트가 대중화되는 시기이자 아파트에 격변이 일던 시대였다. '복부인'이라는 유행어와 함께 온수공급 지역난방 시스템 등이 도입되면서 승강기도 등장했다. 부산 최초로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10층 높이의 대신문화아파트(1971년)가 센세이션을 일으켰으며, 부산 최초의 주상복합 아파트인 중구 부산데파트도 이즈음 지어졌다.

상지건축사사무소 허동윤 사장은 "1970년대 말에 수영구의 삼익비치와 초읍 삼익아파트, 서구 대신동 삼익빌라 등이 건립되면서 정원과 연못이 있는 2층 양옥 단독주택만이 아니라 아파트도 부자들이 거주하는 공간이라는 생각들이 자리잡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1980년대는 아파트 붐의 조성과 진화가 함께 이뤄진 시기로 초고층 아파트가 우리나라에 새로운 주거형태로 등장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국민주택 200만호 건립으로 15~20층 규모의 아파트들이 우후죽순으로 등장했다.

1990년대는 아파트의 고밀도화 시대로 초고층 아파트가 대량으로 공급돼 주거문화의 한 유형으로 자리하는 시기다.

내부 설계와 마감재 고급화에 치중하고, 주상복합 아파트가 보편화됐다. 디자인이 강화돼 회색 콘크리트 외벽에 색채가 입혀지기 시작했고 창문과 발코니의 형태와 색채도 다양해졌다.

도시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해 영구임대, 공공임대, 국민임대 아파트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해운대신도시는 스카이라인을 고려하고 서민 편의 시설이 완비된 맞춤형 아파트를 토대로 도시 개발이 이뤄진 대표적 사례다.

2000년대는 아파트의 브랜드화와 주상복합 신드롬이 일어났다. 삶의 질과 관련된 웰빙 열풍으로 주거와 여가를 동시에 누리는 생활공간으로서의 역할과 기능이 확대됐다.

이미지와 디자인을 중시하는 경향이 나타나면서 아파트가 브랜드화해 대기업의 마케팅 전략도 다양해졌다. 호텔 서비스에 준하는 공용공간을 가진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수영비행장 부지를 개발한 센텀시티(118만8천㎡), 매립지로 조성한 해운대구의 마린시티(306만9천㎡)를 중심으로 센텀파크, 아델리스, 베네시티 등 고급화된 초고층 아파트 시대가 열렸다.

2010년을 앞두고 있는 지금은 100층 이상의 오피스텔과 호텔, 리조트 등 초고층 건물에 주거기능을 포함한 새로운 형태의 아파트 등장을 예고하고 있다.

해운대 센텀시티에는 108층 높이의 월드비즈니스센터(WBC)가 2013년 준공 목표로 건설 중이다. 부산 중앙동 롯데월드타워(108층)와 해운대 관광리조트(117층)도 건립된다. 이 세 건물은 최근의 초고층 건물의 공동화 방지를 위해 주거시설을 도입할 수 있도록 설계 변경을 추진 중이며 부산시에서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어서 '100층 아파트'도 멀지 않았다. 김 진 기자 jin92@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