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광] 서울말이라고 모두 표준어일까
지금 대한민국은 말 그대로 '서울공화국'이요, '수도권공화국'이다. 공시가격 6억원부터 적용된 종합부동산세를 낸 사람 둘 가운데 하나는 서울에 살고, 수도권에는 자그마치 80%가 산다. 수도권은 사람도 돈도 몰려서 미어터질 지경이고, 다른 지역은 박탈감 때문에 속이 터질 지경이다. 그나마 가끔 들을 수 있었던 '지방분권'이란 말조차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실종돼 버렸으니…. 살림살이며 인간관계, 줄타기며 나라 운영 할 것 없이 균형을 잡지 못하면 추락하게 마련인 진리를 앞에 두고 걱정만 쌓인다.
하지만, 온갖 것들이 서울로 몰려가는 시대이지만, 서울이라고 무조건 옳은 것만은 아니다. 언제나 중심이고 표준일 것 같은 서울이지만 틀릴 때도 있는 것이다.
'우리 애가 보기엔 저래 봬도 한껏 차리고 나서면 얼마나 예쁘다구.'
흔히 쓰는 표현이라서 그냥 넘어가기 쉽지만, '예쁘다구'는 표준어가 아니다. 우리말에 '-구/-다구'라는 연결어미나 종결어미는 없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어미는 '-고/-다고'. 그러니 여기선 '…얼마나 예쁘다고'로 써야 한다.
'-구/-다구'로 끝내는 이런 말투는 주로 서울 지방에서 많이 쓰기 때문에 '서울 사투리'라고 이름 붙일 만하다. 하지만 어느새 온 나라에 퍼져 부산이나 전라도 지방 아이들마저 "뭐라구, 했다구" 따위 말을 하고 있으니 이젠 '전국 사투리'라고 해야 할 판.
'알고 보면 우리 과장님이 얼마나 좋은 분이라구.'
'말을 듣고 보니 기분이 살짝 나빠지더라구.'
여기 나오는 종결어미 '-라구'도 '-라고'라야 하니 '좋은 분이라고, 나빠지더라고'로 써야 옳다.
"혹시 고양이가 이리로 올지도 모르니까 대문을 잘 막어!"
'막아' 대신 '막어'라고 하는 이런 말투도, 다행히 아직 널리 퍼지진 않았지만, 마찬가지로 서울 사투리이니 따라 쓰면 안 되는 말이다.
'줍다'의 활용에도 서울 사투리가 등장한다. "내가 줏은 건데 뭣 때문에 네가 달라고 그래!"에 나오는 '줏은'이 바로 그것. 다 알다시피 기본형 '줍다'가 'ㅂ불규칙용언'이므로 '주운'이 옳다. '줏었어' 역시 '주웠어'를 잘못 활용한 사투리.
한데, 서울 사투리를 이쯤 늘어놓다 보니 갑자기 뒷맛이 찜찜해진다. 혹시 지방에 산다는 '열등감' 때문에 내가 지금…? 이진원 기자 jinwo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