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의 화가' 전혁림 화백 노환으로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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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DB

"아흔아홉까지는 살아야지. 붓을 손에 쥐고 죽는 게 소원이요"라던 원로화가 전혁림 화백이 25일 오후 6시50분 고향인 경남 통영 세계로병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1916년 1월 21일 통영 출생. 올해로 94세의 전 화백은 지난 연말까지도 붓을 잡던 국내 최고령 현역작가. 부산을 제2의 고향이라고 할 정도로 부산에서 거의 반평생을 보냈으며 1975년 이래 통영에서 쭉 지냈다. 하지만 올들어 주2회 통원 치료 때 외엔 통영의 작업실을 겸한 자택에서 누워 지내다가 "눈감기 전에 아들과 2인전을 갖고 싶다"며 이달 초 서울 인사아트센터 제3전시실에서 부자화가 전혁림-영근의 2인전을 열기도 했다.

구상과 추상을 넘나드는 조형미, 통영의 섬·바다·하늘을 드러내는 색, 민화가 주로 사용한 5방색을 토대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한 전 화백은 '한국의 민족적인 문화유산을 가장 일관성 있게 현대화하여 성공한 모더니스트'(미술평론가 이경성)이자 '추상인가 하면 구상이고, 구상인가 하면 추상의 세계'(미술평론가 오광수)를 펼쳐왔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일제 강점기라는 시대 상황 탓에 미술을 체계적으로 배우지 못하고 독학으로 그림을 익힌 전 화백은 젊은 시절 통영의 문화예술인 김상옥 김춘수 유치환 윤이상 등과 교우했고, 1952년 당시 통영에서 지내던 이중섭 등과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지역에만 머물던 전 화백이 재조명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들어서. 2002년에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의 작가'로 선정돼 대규모 전시회를 열었고 2005년에는 경기 용인의 이영미술관에서 '구십, 아직은 젊다'전을 열어 신작을 선보이는 등 말년에도 활발한 작품 활동을 했다.

2005년 전시 때는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전시 관람 후 1천호(가로 7m, 세로 2.8m) 크기의 '통영항' 그림을 구입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그림은 노 대통령 재직 시절 외국 귀빈들을 접대하는 청와대 인왕홀을 장식했다.

한편 유족으로는 아들 영근(53) 씨를 비롯한 1남1녀가 있다. 영근 씨는 특히 대를 이어 화가의 길을 걷고 있으며, 파리 유학 후 고향에서 부친의 작품 활동을 도왔고, 2003년 통영에 전혁림미술관 건립을 주도했다.

고인의 빈소는 통영적십자병원 옆 장례식장 숭례관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29일 오전 11시, 장지는 고성 이화공원이다. 055-643-1024.

멀티뉴스팀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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