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의 작은 경고, "그때 병원 갔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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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조증상으로 보는 '치료의 타이밍'

'큰 병'이 될 수 있는 중증질환도 치료의 타이밍을 잘 잡으면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우리 몸이 스스로 알려주는 전조증상을 제 때 인지해 병원에 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때 그 대학을 지원하지 않았더라면, 그때 그 직장 최종면접을 포기하지 않았더라면, 그때 그 남자를 다시 받아주지 않았더라면….

우리 인생에서 '타이밍'은 행운의 열차에 올라타는 티켓과 같을지도 모른다. 인지하지 못하고 놓치면 직행으로 갈 수 있는 목적지도 유턴과 좌회전, 우회전을 통해 도착해야 하니 말이다. 이 얼마나 불운한 일인가!

'타이밍의 미학'을 건강에 대입해도 마찬가지다. 인체는 이상이 생기면 어김없이 몸 밖으로 신호를 보낸다. 기특하고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어쩐지 우리는 작고 하찮은 증상에 '왜 이러지?'라는 의문을 가질 뿐 무심하게 넘겨버리고 만다. 되돌아보면, 생명의 위협을 받는 중증질환도 몸이 알려준 바로 그 타이밍에 병원을 찾아 치료를 했어야 작은 병 수준에서 마무리 지을 수 있는 것을….

큰 병을 미연에 방지하는 지혜를 알려주는 중증질환의 전조증상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팔·다리 힘 빠지면 뇌졸중 의심
흉통 길어지면 관상동맥질환
초기에 전문의 진료 받아야
더 큰 병 미연에 방지 가능

# 아침 식사 때 갑자기 손과 발에 힘이 빠져 수저를 놓쳤어요. 10분 정도 말도 어눌해지는 경험도 했고요.

안타깝게도 이는 뇌졸중의 대표적 전조증상이다. 팔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입이 한쪽으로 돌아가는 안면마비가 오고, 말이 어눌해지고 할 수 없게 되는 등의 증상이 갑자기 발생하면 뇌졸중일 가능성이 70~80% 이상으로 아주 높다. 뇌졸중은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막히거나 터져 정상적인 혈액 공급이 이루어지지 못해 팔다리 마비와 같은 신경학적 증상이 최고 24시간 이상 지속되는 것을 말한다.

대신 증상이 빠르게 회복됐다면 뇌졸중 허혈성 발작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허혈성 발작은 뇌로 가는 혈관이 갑자기 막혔다가 저절로 뚫리면서 증상이 몇 분에서 몇 시간가량 지속되다가 완전히 사라지는 현상이다. 이 또한 뇌졸중의 전조증상이지만 곧 회복되는 탓에 치료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허혈성 발작을 경험한 사람이 일주일 이내에 뇌경색이 발생할 확률은 10% 이상이다.

따라서 신속하게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고 혈관이 막힌 원인을 치료해야 한다. 초기라면 약물치료만으로도 회복 가능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수술 등으로 예방할 수 있다.



# 헬스클럽에서 달리기를 하는데 가슴통증이 느껴져요. 계단을 오를 때 평소보다 호흡이 가빠지기도 했어요.

가슴이 쥐어짜듯 아프다, 고춧가루를 뿌린듯이 따갑다, 칼로 도려내는 것 같다, 답답하고 뻐근하다 등등. 갑작스러운 가슴통증을 호소하는 증세는 관상동맥 질환의 예고다. 주로 흉골 부근이나 좌측 가슴에서 시작해 왼쪽 어깨로 뻗치는 양상의 통증이 가장 흔하지만, 명치나 등 부위의 통증으로 나타나기도 해 소화기계 질환으로 착각할 수도 있다.

처음에는 가슴통증이 1~2분 정도 짧게 나타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지속시간이 10~20분 이상으로 길어지고 강도도 심해지는데, 이는 관상동맥의 협착이 상당히 진행됐음을 의미한다. 더욱이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고 편안한 상태에서도 극심한 가슴통증이 있다면 급성심근경색증이 올 수도 있다.

관상동맥은 심장의 외부를 둘러싸면서 심장근육에 혈액 공급을 담당하는 인체 주요 혈관으로, 노화에 따라 혈관 내벽이 점진적으로 좁아지는 퇴행성 변화를 겪게 된다. 특히 심혈관질환의 위험인자인 흡연,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을 앓고 있는 환자라면, 관상동맥 내에 굳어진 피가 흐르면서 심각한 혈류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심장근육에 산소를 원활히 공급하지 못해 '협심증'을 부르는 결과를 낳는다. 가슴통증을 느낄 초기에 전문의의 진료를 받으면 약물치료를 통해 합병증을 막을 수 있다.



# 남편과 성관계를 가진 후 약하고 미미하지만 출혈 증상이 있었어요.

성관계 후 출혈은 누구나 걱정을 많이 하게 되고, 산부인과 내원의 흔한 원인 중 하나다. 우선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질환은 자궁경부에 염증이나 용종이 생겼을 가능성이다. 특히 과다한 양의 생리가 빈번하게 반복되는 증세까지 동반했다면 자궁경부질환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자궁경부암에 의해 출혈이 있기도 하지만, 이는 암의 진행이 어느 정도 진행된 경우로 산부인과 진찰을 거의 받지 않았던 사람에게서 발견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남성 측에 원인이 있어 성관계 후 출혈이 발견될 수도 있다. 정액에 피가 섞여 나오는 경우라면 전립선이나 요로 계통의 질환이 원인이 된다. 이 밖에도 여성의 치질 유무나 방광염의 가능성도 따져봐야겠지만, 이유 없는 출혈은 없으니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최근에는 국민보험공단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경부암 검사를 받을 수 있으므로 30대 이후 여성들은 정기적인 검진을 받는 노력이 필요하다.

# 렌즈를 착용할 수 없을 정도로 이물감이 느껴져 눈이 불편하고, 자주 눈물이 나요.

눈에 이물감이 있거나 시리고 아파 눈물이 자주 나고 충혈을 동반한다면 각막에 염증이나 상처가 생긴 각막자극증상이라 할 수 있다. 햇빛이나 바람이 강한 곳에서 증상이 더 심해질 수도 있다.

가벼운 각막 상처라면 하루이틀 뒤에 회복되지만 감염에 의해 염증이 생겼는데도 제 때 치료하지 않았다면 심각한 후유증과 시력장애를 부를 수 있다.

흔히 볼 수 있는 각막감염은 일상생활에서 물건 등에 눈이 상처를 입거나 작은 파편이 튀어 생기는 각막찰과상을 통해 세균이 감염되는 형태다. 이때 항생제, 안약 등을 조기에 예방적으로 처치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면 증상이 심해지고 시력이 떨어져 결국 치료가 끝난 뒤에도 각막혼탁이라는 휴유증이 남을 수 있다. 또 단순포진이나 대상포진 바이러스에 의한 각막감염도 발생할 수 있다. 이는 몸의 저항력이 떨어졌을 때 발생하기 쉽고, 치료기간이 길고 재발 가능성이 있어 더 위험하다.

일단 증세를 감지했다면 렌즈 사용을 중단하고 병원으로 직행하자.

글·사진=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도움말=동아대병원 심장혈관센터 박종성 교수

동아대병원 뇌졸중센터 김대현 교수

좋은문화병원 산부인과 최진국 수련부장

정근안과 배문준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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