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말하다 - 직격 인터뷰] 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현 경제 상황 '위기'가 아니라 '공황'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마르크스 경제학자인 김수행 교수는 현재의 경제위기는 위기가 아닌 공황 국면이며, 우리는 자본주의의 종말과 새로운 사회의 사이에 있다고 말한다. 김수행 제공

우리가 오늘날의 경제 상황을 흔히 말할 때 쓰는 말이 '경제위기'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마르크스 경제학자 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는 오늘날 경제 상황을 '위기'가 아닌 '공황'으로 진단한다. 마르크스의 경기순환모델에서는 자본주의 경제가 대체로 회복→번영→활황→공황→침체에서 다시 회복의 국면을 거치면서 성장·발전한다.

그러나 1930년대 대공황 이후에는 활황 국면에서 주식, 부동산 등의 투기에 실패한 기업과 금융기관을 구제하기 위해 통화를 들이부어 경제가 공황에 빠지는 것을 잠시 지연시킨다. 활황 국면에서 공황 국면으로 내려가기 전 위기 상태에 머무르는 것. 이 '위기'는 회복의 국면에 들어서느냐, 공황으로 가느냐의 갈림길에 선 상태다. 은행이나 기업이 파산하고 실업자가 증가하는 현 상황은 회복이 가능한 '위기' 상태가 아닌, '공황'이란 주장이다. 

세계대공황 / 김수행

김 교수가 말하는 이 공황은 단순히 경기순환 모델 안에서의 한 국면이 아니다. '세계대공황-자본주의의 종말과 새로운 사회의 사이'(돌베개/286쪽/1만 2천 원)에서 김 교수는 '자본주의적 축적 양식의 변화를 포함하는, 드물고 구체적인 공황 국면'이라고 말한다.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현 상황은 '자본주의의 종말과 새로운 사회의 사이'인 셈.

저자는 오늘날 경제대공황이 발생하게 된 원인을 리먼 브라더스 사태와 서브프라임 모기지 등 미국의 사례를 중심으로 분석했다. 경제의 세계화가 미국 중심으로 이뤄진 상황에서 미국이 경제대공황의 원인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경제 운영의 기반은 수출입니다. 외국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경제구조에서 한국 정부가 뭘 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어요, 다만 밖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잘 보고 이와 같은 일이 국내에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국의 증권 투기, 은행 파산, 부동산 문제 등을 타산지석으로 삼자는 것이죠."

최근 국내 주가지수가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주식시장이 활황인데다 부산을 중심으로 지방의 부동산 시장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 경제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신호로 볼 수 있지는 않을까? 이에 대한 김 교수의 경고 메시지는 날카로웠다. "현재 주식과 부동산 시장에서 벌어들이는 돈은 새롭게 창조되는 가치가 아닙니다. 부자가 가난한 사람의 주머니를 털어서 나오는 것이죠. 투기자본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서는 소비가 줄 수밖에 없어요. 소비가 줄어들면 국내 시장이 좁아집니다. 지금도 빚을 내어서 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습니까. 카드와 같은 신용 대출이 늘지만 결국 갚을 수 없게 되고 그러면 결국에는 망하게 되는 거지요, 결코 경기를 회복한다고 볼 수 없어요,"

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이 잘못되었다며 김 교수는 이에 대해서도 비판을 가했다. "1930년대와 1970년대, 그리고 2008년의 경제공황 모두 그 시작은 금융이었습니다. 공황을 야기한 원천이 금융인데 이 부분을 살리려고 해요. 금융을 살린다 해도 구제금융 자본으로 예전과 같이 주식, 금, 은, 곡물, 석유 등에 투기를 합니다. 투기라는 것은 언제든지 터질 수 있어요."

김 교수가 제시하는 경제 대공황의 해결 방법은 바로 일자리 창출. "기본적으로는 실업자를 줄여야 문제가 해결됩니다. 소득을 통해 이들이 가진 빚을 줄여야 하는 거고요." 사회보장제도의 개선과 확충에 있어서도 무엇보다 일자리 창출과 고용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현재의 복지 논쟁은 노인연금이나 육아비 등 연금을 지불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더 중요한 것은 사람을 고용하는 것입니다. 일자리 창출이죠. 육아관련 복지 혜택을 늘이면서 단순히 그 비용을 지불하는 게 아니라 그 돈으로 어린이집 등에서 육아를 담당하는 교사를 많이 뽑아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정부가 주체가 아닌, 일반 기업에 그 역할을 맡긴 것이 문제가 되었다. "일자리 창출은 민간에서 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민간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기 때문에 경제가 어려울 때는 노동자를 해고해서 규모를 줄여 비용을 절감하는 식으로 갑니다. 또 우리나라는 부자들이 내는 세금이 가장 적습니다. GDP대비 세금 액수도 가장 낮고, 나라의 세금 중 부자들이 내는 비율도 가장 낮아요, 그런데 여기에다 이명박 정부는 부자감세까지 했어요, 정부 정책의 의도는 감면한 세금이 다른 분야의 투자로 이어지는 거였겠죠, 그런데 어디 그게 투자로 이어지겠습니까. 이윤이 나지 않는데 누가 투자를 하려 하나요. 그 감면된 세금 비용을 민간에서 쓰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비용을 세금으로 거둬 정부가 투자해야 합니다. 정부의 역할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지요."

책에서는 자본주의 사회의 종말 이후 새로운 사회에 대한 구체적인 모델은 제시하지 않았다. 문제 해결을 해 나가면서 우리가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 김 교수는 금융기관을 줄이는 것을 우선적으로 제시했다.

"금융기관을 통합해서 수를 줄이고 대마불사의 거대 은행으로 만들라는 것이 아니라, 금융기관의 필요 없는 기능을 줄여 슬림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현재의 금융기관은 새로운 가치를 전혀 창출하지 못하고 있어요. 투기 위주로 가고 있지요. 금융기관의 목적이 이윤창출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고리대금이나 대출을 없애고, 실업자를 줄일 수 있는 고용 위주로 대출을 해 줘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가 은행을 민주적으로 운영해야 해요. 대주주가 아니라 노동조합이나 외부전문가의 참여를 통해 시민들의 운영이 가능하도록 해야 합니다. 행원들이 주인이 돼야 하는 거죠." 부산저축은행사태 이후, 누구하나 책임지려 하지 않는 모습에서 새로운 사회를 위한 우리의 노력이 절실하다는 것을 느꼈다. 박진숙 기자 true@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