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도시 비만
참으로 쉬운 일이다. 간단한 몇 가지만 지키면 된다. 밤에는 먹지 말고, 밥 먹을 때 반만 먹고, 인스턴트커피 줄이고, 회식할 때 밥 먹지 말고…. 잘 알면서도 고도비만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하는 일하고 다르게 의지력도 박약하고, 욕망도 절제할 줄 모른다.
평생 들어본 적 없는 온갖 비난을 들으며 입에 뭔가를 틀어넣고 있는 내 모습은 비참하다. 변명은 '스트레스'다. 평소 성격이 긍정적이고 늘 웃고 있지만, 그 모습을 지키기 위해 사실은 몸을 혹사해서 정신적 위안을 받으려 한다. 유아기적 본능이란 말도 감수한다.
내가 사는 도시도 비슷한 것 같다. 도시는 사회의 문제를 가장 잘 드러내 주는 거울이다. 현대도시 역시 나처럼 비만해 있다. 수많은 개발 사업, 과잉 디자인, 불필요한 장치와 작업들, 내버려진 지역들, 이를 감추려는 거추장스러운 치장과 성형 중독….
아직도 기아에 허덕이는 수많은 사람을 생각하면 죄스럽지만, 어쩜 이 역시 발달한 도시문명이란 이름이 수반한 부작용임에 틀림없다.
단식원에 들어갈까? 다이어트, 약물, 수술…. 한시적이다. 나와 도시가 스트레스를 안 받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상쾌함, 날아갈 듯이 가벼운 몸으로 오늘 하루 채워질 기쁨을 기다리는 설렘. 멋진 옷을 걸치고 바람을 가르는 세련됨. 함께 뛰놀고 춤추는 기쁨. 혼자서는 안 될 것 같다. 서로에게 도전과 위로, 의지가 되는 '공동체'의 도움이 절실하다. 오늘도 내 몸과 도시의 날씬함을 꿈꾸며 내 설계의 지방을 제거한다.
김승남 건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