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면] 유체도시를 구축하라 ! / 이와사부로 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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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다우닝가 모서리에 있는 '부서진 천사의 집(Broken Angel House)'이라고 불리는 기묘한 건축물이다. 벽돌에 스테인드글라스, 그라피티까지 뒤섞인 건물이다. 화려한 성당의 장엄함도 엿보이지만, 키치적인 뉘앙스도 강하게 풍긴다.

뉴욕에 사는 일본 출신 이와사부로 코소는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1980년대 초반 이 건물을 처음 봤다고 했다. 건물 대부분이 불타 폐허가 되어 버린 ㄱ자형 골목 모퉁이에 그 '꿈의 탑'이 우뚝 서 있었던 것을 기억해 냈다. 재미난 것은 이 건물이 마치 생명체처럼 볼 때마다 모습이 변하고 있었다는 것.

뉴욕의 '부서진 천사의 집'
당신이 꿈꾸는 유토피아는?

2006년 10월에 일어난 작은 화재로 뉴욕시로부터 퇴거 명령을 받으면서 그 건물의 내력이 밝혀졌다. 1972년 아서 우드라는 인물이 자신의 손으로 개조해 쌓아 온 건축 작품이었다. 우연히 부인과 함께 산책하다 배수구에 버려진 천사인형을 주워와 이전보다 더 깔끔하게 수리한 그는, 건물도 그렇게 하나하나 고쳐나가기로 했다. 육군 기사 출신인 그는 버려진 유리와 빈 병을 모아서 스테인드글라스를 만들었다. 그렇게 자신의 손에 들어온 목재, 기와, 유리 따위를 이용해 하나하나 쌓아 올렸다. 뉴욕시는 몇 가지 건축 기준 위반을 근거로 그에게 퇴거를 명령했지만, 그는 건축의 합법성을 호소하며 시와 맞섰다.

개인이 일군 '꿈의 탑'은 시사점이 있다. 자신의 '이상향'을 '수작업'으로 건설해왔다는 것.

강령처럼 읽히는 '유체도시를 구축하라!'가 주목하는 것도 바로 '유토피아'와 '신체성'이다. 저자는 도시를 인류의 꿈과 욕망이 응집된 기획으로서의 유토피아로 보는데, 이 유토피아에는 두 극이 있다. 정치 사회적 혼란을 혐오하면서 영구불변의 본질을 추구한 플라톤 이래로 권력에 의한 스펙터클을 만들어온 위로부터의 유토피아가 그 하나다. 그에 저항해 거리에서 민중의 몸짓이 만들어 내는 활력 넘치는 움직임으로서의 유토피아가 존재한다. 저자는 자동차 도로, 그리드, 마천루처럼 민중의 역사와 삶을 삭제하고 뉴욕시 전체를 추상공간으로 조형한 권력에 맞서 '완성태 없는 유토피아'라는 대안적인 세상을 꿈꾼다. 마치 견고한 바위를 뚫는 물처럼 그렇게 유체도시를 꿈꾼다. 건축과 예술, 이민이란 잣대로 뉴욕이란 도시의 형성사를 그린 책이지만, '공산당 선언'처럼 강한 메시지도 담았다. 이와사부로 코소 지음/서울리다리티 옮김/갈무리/424쪽/2만 2천 원. 이상헌 기자 tt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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