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일상 속으로
매년 3월이면 회사 조직과 인사 개편을 단행한다. 한편으론 매년 다른 시도를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지만, 이런 식으로 급변하는 외부환경에 대응해 왔기에 그나마 버텨오지 않았나 생각도 든다. 하지만 벌써 몇 년째 올해는 더 어려울 것이라 말해오지 않았던가! 이쯤 되면 부산에서 건축한다는 것이 한계에 봉착하였음을 직시할 수밖에 없다. 어디 부산이나 건축뿐이랴! 한때 지역을 대표했던 백화점, 서점, 양복점, 빵집, 카페들…. 전례는 우리의 전망을 암울하게 한다.
바람은 백 년이 지나도 남아 지역 한 분야를 지키는 기업으로 남는 것인데 대자본과 조직, 인력 그리고 세련됨으로 무장한 벽은 점점 더 높아만 간다. 직원들에게 상대적으로 열악해지는 환경은 견디고, 끊임없는 혁신을 요구하는 것도 가슴 아픈 미봉책이다. 생존자체를 미덕으로 삼기 단, 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나는 감히 삶의 가치와 문화의 회복을 꿈꾼다. 의식주 모든 생활이 추상적인 대의명분과 끝없는 비교에 상처받고, 타인이 만들어준 이미지로 상징화된 이 시대 우리네 삶이 '진정 행복하냐?'고 묻는다. 세상을 지배하는 커다란 상표와 슬로건 대신 우리 삶의 부족함을 채워주고 일상을 기쁘게 만들어 줄 구체적인 답을 찾고 싶다.
차이와 개성 없이는 개인의 행복은 한계가 있고, 차이의 공존을 위한 소통과 공감이 없는 좋은 사회는 생각하기 힘들다. 개별적인 나와 우리가, 다르게 주어진 상황 속에서 더 행복해지는 길을 함께 찾는 것. 그것을 이 시대, 지역의 의미이자 가치라고 믿고 싶다. 그 가치와 그것을 찾는 문화의 회복 없이는 더 이상 지역도, 지역 기업도 존립의 의미가 없다. 보다 깊은 일상 속으로! 오늘도 난 들어가려 한다.
김승남 건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