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닉 탐방] <21> 고신대병원 외과 위암클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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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 치료법 연구·개발, 암의 미래를 내다보다

우리나라 위암 수술법이 국제표준으로 인정받을 정도로 세계 최고 성적을 자랑한다. 사진은 배 안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복강경으로 위암을 수술하는 장면. 고신대복음병원 제공

재미교포 출신 하버드대 의대교수의 모친이 3년 전 우리나라에서 위암수술을 받아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 교수는 미국에서 가장 암 수술을 많이 하는 메모리얼 슬로언케터링암병원에서 종양외과 전임의를 거쳤고 하버드대에서 위암수술을 한다. 종양 수술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가 자신의 가족 수술을 위해 한국행을 결정한 것은 '한국에 위암 수술 경험이 풍부한 의료진이 많고, 수술생존율도 한국이 가장 높다'는 것이 이유였다.



우리나라 위암수술 성적은 세계 최고다. 암 발생 5년이 되도록 사망하지 않는 것을 따지는 5년 생존율(보건복지부 2004~2006년)이 63.1%에 이른다. 이에 비해 미국과 캐나다는 26%, 22%에 불과하며 일본은 62.1%(국제암연구소 자료)로 우리보다 조금 낮다.

이같은 수술 성적은 국내 위암 환자의 높은 발생률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국내에서 암 발생률 1위를 차지하는 것이 위암이다. 지난 1999년 2만 870명이던 위암 환자가 2009년에는 2만 9천727명으로 급증했다. 수술 경험이 많으니 수술 실력도 자연히 좋아지게 된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 외과 의사들의 남다른 손재주도 큰 역할을 했다.

고신대 복음병원 위장관 외과 윤기영 교수는 "한국과 일본의 위암 발생률이 서양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서 두 나라의 위암 수술법이 국제표준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암줄기세포 연구·나노의학 등
외과술의 새로운 비전 제시

신경 보존 수술법 등 독보적
합병증·사망률 큰 폭 줄여


# 기능 보존 위절제술 '독보적'

성산 장기려 박사의 맥을 잇고 있는 곳이 고신대 복음병원 위장관외과 클리닉팀이다. 장기려 박사의 계보를 이어 '부산 외과의 뿌리'라는 자부심으로 이상호, 윤기영 교수가 주축이 돼 그동안 혁혁한 성과를 남겼다.

이상호 교수는 지난 1996년 세계위암학회에서 위 절제술 때 미주신경을 무조건 절단하는 것을 반대하며 보존하는 수술법을 제시했다. 위 소장 대장 췌장 쓸개 등을 지배하는 미주신경을 보존함으로써 환자가 수술 후 제체중에 시달리는 것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새로 선보인 것이다.

또 수술 후에 신경의 마비를 피하기 위해 실오라기 같은 신경 주변을 전기소작기로 태우지 않는 수술을 세계 최초로 국내외 석학들에게 소개했다. 특히 위를 전부 잘라내야 하는 전위절제술 후에도 미주신경을 보존하는 테크닉을 보여줘 찬사를 받았다.

이 교수는 같은 병원의 소화기내과 박무인 교수와 함께 미주신경보존술이 어떤 호르몬 변화에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지난 2011년 미국소화기학회에서 미주신경보존술이 저체중을 회복시킨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



# 위암 병기에 따라 맞춤형 치료

위암 외과의사들의 연구결과 조기 위암은 림프절 전이가 없는 경우가 80~90%에 이른다. 이런 경우 림프절 절제 범위를 조금 줄여도 암 치료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래서 조기 위암은 가능하면 부분적인 절제가 바람직하기 때문에 내시경 위암 절제술, 복강경 위암 절제술, 유문 보존 위절제술 등이 시행된다.

반면 상태가 악화된 진행성 위암은 생존율을 향상시키기 위해 적극적이고 광범위한 수술이 필요하다. 또 수술 전후에 항암치료를 하는 것이 환자의 치료율을 높인다는 것이 임상시험을 통해 증명되었다. 최근에는 방사선 온열요법도 시도되고 있다.

조기 위암과 일부 진행성 위암에서 복강경 수술이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시행되고 있다. 복강경 수술은 칼로 복부를 절개하던 기존의 개복수술에 비해 흉터와 출혈이 적으며, 회복시간도 짧고 통증도 훨씬 덜하다. 전체 위암 수술 중에서 31%가 복강경 수술로 진행되고 있다.

윤기영 교수는 이처럼 환자의 상태를 고려해 맞춤형 수술을 통해 합병증과 사망률을 크게 낮췄다. 합병증 발생률은 11% 수준이고 수술사망률은 0%대를 자랑한다. 특히 조기 위암의 5년 생존율(2004~2005년)은 96% 이상으로 세계적인 수준이다.



# 나노의학으로 암 진단과 치료

고신대 복음병원 위암 클리닉팀은 외과수술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이상호 교수는 암 면역치료제 개발에 깊은 관심을 가지며 지난 1999년 미국 밴더빌트의대 연수를 마치고 한국 수지상세포연구회를 창립했다. 2008년에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위암에서 암줄기세포를 연구해 일본위암학회에서 발표했다. 5년 생존율(2004~2006년 기준)이 위암 2기 75%, 3기초50%, 3기후 47%로 일본보다 높다.

나노의학 분야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포스텍과 공동연구를 통해 카본나노튜브의 특성을 이용해 쥐의 몸에 있는 암에 근적외선을 쬐면 암이 사라지고 카본나노튜브는 소변으로 배출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현재 지식경제부의 산업원천기술개발사업인 나노진단 개발사업에 참가 중이다.

김병군 의료전문기자 gun39@busan.com


↓ 이상호·윤기영 교수팀은

이상호(사진 왼쪽) 교수는 위 상부에 점막하층에 종양이 발견될 경우 위 전체를 잘라내던 방식에서 탈피해 위 절제는 최소화 하면서 림프절 혈관만 남기는 수술법을 1995년 세계위암학회에서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또 100년 전부터 실시되던 빌로쓰씨 수술법 대신 루룹으로 위장을 연결하는 수술을 위암학회에 소개해 역류성 위식도염을 예방하는 새로운 방안을 제시했다.

윤기영 교수(사진 오른쪽)는 미국 뉴욕주립대 부속 마운티시나이병원 복강경외과와 뉴욕 코넬대 부속병원을 연수했다. 복강경 수술, 유문 보존 위절제술, 암환자의 영양치료 등에 권위가 높다.

이상호 윤기영 교수와 함께 외과 신연명, 서경원 교수가 위암클리닉을 이끌고 있다. 김병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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