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닉 탐방] <22> 동아대병원 성형외과 성전환클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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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 명당 한 명 '말 못할 고민'… 본性을 찾아주다

여성에서 남성 성전환수술을 하고 있는 김석권 교수팀.

지난 22일 동아대병원 1호 수술실. 성형외과 성전환 클리닉팀 김석권 교수의 집도로 여성에서 남성 성전환술이 진행됐다. 무려 12시간이 소요됐다. 20대의 여성 환자는 1년 전에 유방절제술과 자궁 및 난소절제술을 받은 상태였다. 이날 남성 재건술까지 받은 환자는 평소 자신이 원하던 남성으로 다시 태어났다.


성정체성 장애는 사춘기를 지낸 자가 자신의 성에 대한 불편감과 부적절함을 느끼며 1차, 2차 성징을 제거하고 반대성을 획득하려는 집착에 2년 이상 사로잡혀 있는 상태를 말하는 의학적 용어다. 임상 의사들은 성전환증이라는 진단명을 사용하고 있다.

성전환증의 발생률은 남성에서 여성이 3만~5만 명당 1명, 여성에서 남성이 10만 명당 1명 정도라고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남성 여성 모두 5만 명당 1명 정도의 비슷한 비율로 발생하는 추세다.

정신과·호르몬·성전환 종합치료
국내 환자 90%… 300여 회 성공
팔뚝 이용한 성기 재건 등
직접 개발 수술법 세계서 주목



■ 트랜스젠더 수술 전에 정신과 진단 받아야

성정체성 장애는 정신과 전문의의 진단과 판정이 나와야 한다. 이성의 옷을 입고 쾌감을 느끼는 도착증이나 정신분열증 증세와 구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진단이 끝났다고 바로 수술하는 것은 아니다.

진단 후에는 정신의학적 치료가 시행된다. 이와 함께 호르몬 치료가 병행된다. 호르몬 치료는 생물학적인 원래의 2차 성징을 억제시키고 원하는 성의 체형과 성징을 발달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성전환자(트랜스젠더)들은 수술 후에도 갱년기에 해당하는 나이까지 호르몬 치료를 계속 해야 한다. 호르몬 치료를 받는 환자들에게는 고유루증, 지질대사 이상, 여드름, 불면증, 간독성 등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수시로 부작용을 관리해 주어야 한다.

성전환을 원하는 사람들의 경우 1~2년 동안 자신이 원하는 성에서 삶을 살아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이 기간 동안 정신과적 치료와 호르몬 치료가 병행되고 환자가 원하는 성의 삶에 만족하는지, 불만족인지 살펴보아야 한다. 진단과 1~2년간의 호르몬 치료를 거친 후에 성전환 수술을 결정한다.

■ 직장 이용한 질 성형술 최초 개발

김 교수가 직접 개발한 여러가지 수술법 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이 팔뚝을 이용해 남성 성기를 재건하는 수술이다. 팔뚝의 근육과 혈관, 신경, 뼈를 그대로 떼어와 음경과 요도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1회의 수술로 성기 재건이 가능하며, 성기의 모양과 기능이 매우 뛰어나다. 뼈와 보형물을 성기 내에 넣을 수 있어 성생활이 가능하다. 길이와 굵기를 원하는 만큼 환자와 상담을 통해 조정할 수 있다. 보통 11㎝ 안팎의 길이로 만든다. 보통의 남성처럼 발기가 되지 않기 때문에 성생활이 가능할 정도의 크기로 만들어준다.

그러나 팔의 근육을 떼내기 때문에 흉터가 불가피하다. 음경 속에 손목뼈를 넣어주기 때문에 수술 후에 손목뼈 골절이 올 수도 있다. 시간이 흐르면 조금은 말랑해질 수 있다는 점도 단점이다.

김 교수는 지난 2003년에는 직장의 S상결장을 이용해 질 성형술을 하는 기술을 발표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장을 이용한 질 성형술은 질의 모양이 자연스럽고 깊이와 폭이 충분해 성생활이 원활하다. 자연적인 윤활작용을 하므로 윤활제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복부에 흉터를 남기고 초기에 질에서 장액이 과다분비될 수 있다.

음낭의 피부를 이용해 인공 질을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피부가 일부 썩어 깊이가 줄어들 수 있고, 질 내에 털이 자라고, 냄새가 나는 것이 단점이다.



■ 국내 성전환 수술 90% 소화

동아대병원 성형외과 성전환클리닉팀은 지난 1990년 개원 이래 현재까지 300례 이상의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여성에서 남성 성전환술이 100례, 남성에서 여성 성전환술이 200례 이상 시행됐다. 의사 한 명이 기록한 수술 건수로는 세계 최고다.

수술 만족도는 어느 정도일까. 여성에서 남성 성전환자는 재건된 성기 모양은 87%, 성감은 97%가 만족했다. '당신이 진정으로 남성인가'라는 물음에는 100%가 남성이라고 답했다.

남성에서 여성 성전환자는 성기 모양에서는 85%가 만족했다. 성감은 '변화없다'가 37%, '다소 감소했다'가 67%였다. '진정으로 여성이 되었으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가 91%였다. 부모와의 관계는 90%에서 좋아졌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동아대병원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성전환 수술이 가능하다. 국내에서 시행되고 있는 성전환 수술의 90% 가량을 김 교수팀이 도맡아 하고 있을 정도로 이 분야 최고의 권위자다.

성전환 클리닉 운영도 국내에서는 유일하다. 전국의 성전환자들이 찾고 있으며 외국인들도 가끔씩 방문한다. 태국 얀희병원, 미국 존스홉킨스병원의 해리벤자민 성전환클리닉과 어깨를 겨눌 수 정도로 아시아권의 대표적인 클리닉으로 명성이 나 있다.

김석권 교수는 "환자의 정신의학적 진단과 호르몬 치료, 성전환 수술이 한 곳에서 종합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동아대병원에서만 가능한 시스템이라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글·사진=김병군 의료전문기자 gun39@busan.com


↓ 김석권 교수팀은

김석권(사진) 교수는 지난 2003년 뉴욕타임스가 '아시아에서 가장 권위있는 성전환 수술 전문의'로 선정될 정도로 성전환 수술 분야의 대가다. 유명 연예인 등 300례 이상의 성전환 수술을 성공해 이 분야 개인 수술 건수로 세계 최고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구순구개열(일명 언청이) 등 안면 재건성형 수술도 활발히 하고 있다.

이제까지 25편의 SCI 논문을 발표했으며 이 중 4편이 성정체적 장애과 관련된 논문이다. 대한두개안면성형외과학회 회장과 영호남성형외과학회 이사장 및 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부산의사문회 회장과 대함민국 의학한림원 정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성형외과 이근철 교수와 함께 클리닉팀을 운영하고 있으며 성정체성 장애 여부는 정신과 최병무 교수가 담당한다. 김병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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