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스마트폰에 중독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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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차단은 '금물'… 산책 등 통해 서서히 관심 줄여야

아이가 스마트폰을 이미 접했다면 무조건 쓰지 못하도록 막기보다는 어떤 프로그램을 즐겨하는지 살펴보고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이 혼자서 다루지 않도록 해야 하며, 스마트폰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도록 다양한 얘기와 놀잇거리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김경희 기자 miso@

자녀 둘을 키우는 직장맘 김미나(32) 씨는 요즘 고민이 많다. 둘째를 낳은 뒤 육아가 힘들어 큰아이(4)에게 스마트폰을 쥐여준 게 화근이었다. 처음에는 가르쳐 주지 않아도 스마트폰을 알아서 작동시켜 잠시 '내 아이가 혹시 천재?'라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스마트폰을 뺏기라도 하면 울고 불고 떼쓰며 소란을 피우는 탓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김 씨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의 교육프로그램은 그 나름대로 유익하지만, 아이가 점점 조그마한 화면에 집착하는 걸 보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자녀 앞에서 스마트폰 사용 자제 필요
"약속한 시간 동안만 가지고 놀면 칭찬"
우울증·스트레스 등 외부 요인 체크해야

# 자제력 없는 어린이에게 스마트폰은 독약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일반화되면서 아이들 역시 인터넷 중독 위험에 노출됐다. 아이가 쉽게 흥미와 관심을 보여 별 고민 없이 스마트폰을 쥐여줬다가 중독 증세를 보이는 바람에 고민이라는 글이 인터넷 육아 카페 등을 중심으로 심심찮게 발견된다.

실제로 행정안전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최근 발표한 '2011 인터넷 중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5~9세 어린이 인터넷 중독률은 7.9%로, 20~49세 성인(6.8%)보다 훨씬 높다. 10~19세 청소년 중독률은 10.4%에 달했다. 특히 어린이의 경우 월 평균 가구소득 300만~400만 원인 맞벌이 중산층 가정에서 11.3%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청소년 인터넷 중독은 저소득층이나 다문화 가정, 한부모 가정에서 많은 반면 어린이 인터넷 중독은 맞벌이 부부가 많은 중산층 가정에서 많은 것이다. 자녀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부족해 부모의 관심과 통제가 적은 것이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어린이의 경우 대개 자제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초기 관리를 놓치면 쉽게 중독으로 악화될 수 있다. 또 한창 뛰어놀아야 하는 시기에 엎드리거나 앉아 있기만 해 성장을 방해하고 시력 등 건강을 악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해운대종합사회복지관 홍혜미 사회복지사는 "아동기부터 과도하게 인터넷에 노출되면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자극적인 화면에 익숙해지고 대화가 줄어들면서 인지·학습능력이 떨어지고 언어발달 저해는 물론 폭력 충동 등도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정보화진흥원 미디어중독대응부 엄나래 책임연구원은 "아동기 인터넷 중독은 청소년·성인까지 이어질 수 있어 초기에 제대로 관리해 줄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 자주 가져야

아이의 스마트폰 중독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부모가 아이 앞에서 스마트폰 쓰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식사시간이나 취침시간에는 스마트폰을 되도록이면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아이가 이미 스마트폰에 접촉한 적이 있다면 무조건 막기보다는 어떤 프로그램에 흥미를 보이는지 잘 살펴 보고 부모와 함께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 아이가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을 사용할 때 음악을 주로 들으려고 하면 함께 흥얼거리며 음악에 관심을 쏟도록 하는 식이다. 스마트폰을 학습도구로 사용한다면 학습 내용과 방법을 정확하게 숙지한 뒤 아이와 함께 스마트폰을 이용해야 한다. 아무리 학습 프로그램이라고 하더라도 아이 혼자 다루게 해서는 안 된다.

스마트폰을 무조건 써서는 안 된다는 '차단'이 아니라 '어느 정도 이상은 안 쓴다'는 사용 조절 능력을 기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부산정보문화센터 김은지 상담사는 "집안일이 많다는 핑계로 스마트폰을 요구하는 아이에게 못 이기는 척 스마트폰을 줬다가 '쓰면 안 좋다'며 뺏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을 압수하거나 무조건 못 쓰도록 강요하는 것은 정서상 단절될 우려가 있고, 자기조절 능력이 떨어지는 아이에게 오히려 관심을 부추기는 역효과만 낼 수 있다 . '~하라'고 명령하는 것보다는 '~하자'고 권유하는 말투가 보다 설득력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카카오톡 등 채팅방을 자주 이용한다면 부모와 함께 대화 나누는 창구로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수 있다.

아이가 스마트폰을 통해 흥미와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함께 즐기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놀이로 관심을 유도하는 것이 맞겠다. 아이의 관심을 얻는 새로운 놀이라고 해서 그리 거창할 것 없다. 생활 속에서 오고 가는 대화도 놀이가 될 수 있다. 어린이집 또는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을 묻고 맞장구치는 등 아이의 생활에 관심을 가져 주는 것도 놀이의 한 방편이 된다. 따로 시간을 내야 한다고 생각할 필요 없다. 저녁식사 자리에서나 다과를 즐길 때 하루 일과를 공유해도 충분하다. 주말을 이용해 산책이나 등산을 하고 블록쌓기 등과 같은 보드게임을 하면서 아이가 수시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해 주는 것도 스마트폰에 대한 관심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스마트폰을 쓸 때 아이와 함께 규칙을 만들어 지키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30분만 가지고 논 뒤 제자리에 둔다는 약속을 하고 아이가 이를 지키면 칭찬해 주는 식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모의 끊임없는 관심이다. 영남권 게임과몰입 상담치료센터 왕소영 상담사는 "스마트폰을 즐기는 것에 대해 게임 자체를 즐기는 것인지 가정불화나 우울증, 스트레스 등 외부 요인이 있는지를 꼼꼼하게 따져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한 중독증세를 보이는 아이의 경우 부모가 함께 상담을 받으면 해결책을 빨리 찾을 수도 있다. 초등학생의 경우 해운대종합사회복지관에서 매주 한 차례 집단상담, 미술치료, 체육활동, 진로상담 등을 경험할 수 있는 인터넷 중독 해소 프로그램에 참여해 보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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