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 속의 무시무시한 침입자 신생 혈관, 허투루 보다 영영 못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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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세 주부 K 씨는 최근 들어 오른쪽 눈이 점점 희미해지는 증상이 나타났다. 하지만 별다른 통증이 없어 그냥 지켜보았다. 그러나 점점 증상이 악화되더니 사물의 중심부가 검게 보이고 도로 위의 차선이 휘어져 보이는 증상이 생겼다. 집 근처 안과에 들러 검사를 한 결과 노화에 의한 황반변성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눈에 새로운 혈관(신생혈관)이 생기면 시력이 더 좋아질 것이라고 오해할 수도 있다. 이전에 없던 새로운 혈관이 눈에 더 좋은 혈액을 공급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신생혈관은 정상적인 혈관이 아닌 미숙한 혈관이기 때문에 탈이 잘 난다. 각종 염증반응이 쉽게 나타나고, 내부 혈액의 누출이 잘 일어난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런 신생혈관이 발생하게 된 조건 자체가, 예를 들어 장기간의 콘택트렌즈 사용이나 망막 쪽으로의 혈류 부족 등, 이미 눈에 심각한 병적인 환경이 있음을 의미한다.

부산백병원 안과 양재욱 교수는 "과거에는 백내장 등의 질환이 시력 저하의 주요 원인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안과 질환이 점점 서구화되면서 신생혈관 질환이 크게 늘어 실명의 주된 원인으로 등장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4월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 아시아태평양 안과학술대회에서도 신생혈관 질환의 위험에 대한 학술적 논의가 심도있게 진행됐다. 노화에 의한 황반변성, 당뇨망막증, 녹내장, 콘택트렌즈 사용 증가로 인한 각막 신생혈관 등이 대표적인 신생혈관 질환이다.

노인 13%가 앓고 있는 황반변성
당뇨·고혈압으로 인한 녹내장
콘택트렌즈 부작용 각막 염증 등
눈 신생혈관 질환 갈수록 늘어

부산백병원 연구비 110억 지원 받아
신개념 치료제 개발 착수

■콘택트렌즈 감염 등으로 인한 각막 신생혈관 질환


우리나라의 콘택트렌즈 사용 인구는 약 500만 명 정도로 추정된다. 콘택트렌즈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각종 염증으로 눈이 충혈되는 부작용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감염성 각막염증의 26%가 콘택트렌즈로 인한 것으로 판명되고 있다.

대한안과학회에 따르면 콘택트렌즈를 1년 이상 착용한 사람의 48%에서 염증 등의 부작용이 생기고, 이중 상당수에서 각막 신생혈관 질환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콘택트렌즈의 사용으로 비정상적인 혈관이 자라 각막의 투명도가 떨어지고 시력장애를 유발하는 것이다. 요즘은 콘택트렌즈와 함께 서클렌즈을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10, 20대 젊은층에서 각막 염증질환이 증가하는 추세다.

또 헤르페스성 각막염 등 각막에 생긴 염증으로 인한 신생혈관을 제거하기 위해 매년 6만 건 이상의 익상편 제거술이 시행되고 있을 정도다. 각막에 혈관이 자라 들어오는 염증성 질환은 각막이식을 받아도 3년 성공률이 30%에 불과하다. 1년 이내에 대부분 실패해 실명으로 이어진다.


황반변성(망막의 중심부인 황반에 신생혈관이 생기는 질환)때 나타나는 시야. 부산백병원 안신생혈관질환센터 제공
■노화에 의한 황반변성

황반변성은 노인 실명 1위 질환으로 꼽힌다. 대표적인 노인성 안질환이지만 최근 들어서는 생활습관의 변화로 인해 젊은 층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들의 황반변성 유병률이 13%에 이른다.

황반은 카메라 필름에 해당되는 망막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다. 빛이 맺히는 신경조직으로 시력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이러한 황반의 기능이 떨어져 시력을 잃게 되는 질환이 황반변성이다.

초기에는 사물의 중심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고 꾸불꾸불하게 보인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서 군데군데 검은 점이 생기고 결국 중심 시야가 까맣게 보이면서 실명에 이르게 된다. 대부분 많이 진행된 상태에서 병원에 방문하게 돼 시력을 잃는 경우가 많으므로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통해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치료법으로는 신생혈관 생성을 억제하는 항체 주사인 루센티스를 사용해 새로운 혈관의 생성을 막는다. 최근에 주로 이용되는 치료법이지만 5회 시술 후에는 보험 적용이 안돼 환자 부담이 크다. 건강보험 재정에 큰 부담을 주고 있어 치료제의 국산화가 절실하다.


■당뇨망막증과 녹내장 신생혈관

우리나라의 당뇨 환자가 전체 인구의 10% 수준으로 증가했다. 그중 30세 이상 당뇨병 환자 중에서 당뇨망막증 유병률이 16.5%에 이른다. 노령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당뇨망막증이 생기면 망막에 있는 미세혈관들로부터 유출된 혈액 또는 삼출물이 쌓여 시력장애가 유발된다.

신생혈관 녹내장은 당뇨망막증과 망막중심정맥폐쇄 등의 다른 질환과 동반되어 나타난다. 녹내장 발생 위험이 높은 당뇨와 고혈압 환자들은 정기적으로 안압측정, 홍채와 망막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현재 안과의 신생혈관 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약제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기존의 치료제도 효과가 미비해 치료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부산백병원 안신생혈관질환 치료기술센터가 최근 보건복지부로부터 병원 특성화 연구센터 지원사업으로 선정됐다. 앞으로 5년간 110억 원의 연구비를 지원받아 신개념의 치료제 개발에 착수했다.

부산백병원 안신생혈관질환 치료기술센터장을 맡고 있는 안과 양재욱 교수는 "신생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회적·경제적 손실이 엄청나다. 안과 신생혈관 질환은 개인의 유전성이 있는 질환이기 때문에 유전자 진단기반의 맞춤형 치료제 개발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병군 의료전문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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