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광] 일본말 조기교육?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지난주에 바른말 광이 나간 뒤 '무끼'가 일본말 찌꺼기인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 많았다. 하긴, 그게 바로 아직까지 살아 있는 비결일 게다. 저도 살아남으려고 그렇게나 우리말인 척, 했을 것이다. 하지만 어디 무끼뿐일까. '도토리 키 재기' 같은 재미있는 속담도 사실은 일본말 '돈구리노 세이 쿠라베(どんぐりのせいくらべ)'를 그대로 직역한 것이다. 우리말에 녹아들었으니 이제는 어쩔 수 없지만, 알고는 써야 할 표현이다. 하지만, 반드시 뿌리를 뽑아야 할 말도 있다.

"우리 아기, 이제 찌찌 먹고 넨네해야지!"

말도 못 알아듣는 아기에게 엄마가 하는 말이다. 뭐, 말을 못한다고 알아듣지 못하는 건 아니라는 이야기도 있으니, 아이와 눈 맞추며 저렇게 말하는 거야 나쁜 일이 아니다. 문제는 단어 선택에 있는 것. 바로 '넨네' 때문이다. 귀여운 아기에게 쓰는 앙증맞은 우리말로 알고 있을 저 말이 사실은 일본말이다. 'ねんね'로 쓰고 '넨네'로 읽는다. 잔다는 뜻의 일본 유아어다.

또 있다. '찌찌'도 바로 일본말인 것. 'ちち'라 쓰고 '치치'라 읽는다. 우리말 '젖'과 마찬가지로, 아이가 먹는 젖을 가리키기도 하고 유방을 뜻하기도 한다.

참 교묘하지 않은가. "맘마, 응가, 까꿍, 쉬" 하는 엄마와 아기들의 친밀한 말 속에 숨어 든 '넨네, 찌찌'라니…. 우리는 이렇게 어릴 적부터 '나도 모르게 일본말 조기교육'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귀엽디귀여운 우리 아이들에게 일본말부터 가르치지 않으려면 어떡해야 할까. 우리말에 '자다'의 유아어로는 '코하다'가 있다. 그러니 "우리 아기, 이제 맘마 먹고 코해야지"하면 될 일이다. 어감을 보더라도 이게 훨씬 더 귀엽고 예쁘지 않은가.

'찌찌'에 대해서는 '우리말이 그쪽으로 건너간 것인지, 그쪽 말이 우리에게 넘어온 것인지, 아니면 서로 무관하게 생긴 말인지 확실하지 않다'(김선철 국립국어원 학예연구사·2009)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국립국어원은 <표준국어대사전>에 이렇게 올려서 일본말 '치치'에서 온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찌찌(←<일>chichi[乳]) :「명사」어린아이의 말로, '젖'을 이르는 말.'

'맘마'는 일본말 '만마(まんま)'와 비슷하지만, 누가 누구에게 영향을 준 것인지, 아니면 각각 자연발생한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 이진원 기자 jinwoni@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