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마산 아재들이 NC에 열광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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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공룡 끈질긴 야구… "꼴찌면 어때 재밌으면 되지!"

NC다이노스와 LG트윈스의 경기가 열린 2일 오후 경남 창원 마산야구장. 이날 경기는 NC의 8-1 승리로 끝났다. 윤민호 프리랜서 yunmino@naver.com

야구에 열정적이기로 유명한 경남 마산 아재들, NC 다이노스에 열광하는 이유가 뭘까. 마산 아재들은 연패를 거듭하며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는 NC에 대해서 너그럽고 관대하다. 그 이유가 궁금하다.

'마산 아재들'의 야구에 대한 열정은 유별나다. 그들과 관련한 전설이 나돌 정도다.

최루탄 진입사건은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1980년대 중반 정국이 어수선할 때 시위대와 진압부대가 마산야구장 인근에서 대치하고 있었다. 당시 진압부대는 시위대를 해산시키기 위해 최루탄을 사용했는데 그만 최루탄이 야구경기가 열리는 마산운동장으로 들어간 것. 그러자 경기가 중단됐고, 마산 아재들은 가만 있지 않았다. 격분한 마산 아재들은 시위대에 합류해 진압부대에 대항했다.

개막전 7연패에도, 9연패 수렁에도
마산 아재들은 흔들리지 않았다
젊은 선수들 성장하는 모습 흐뭇
"실수 뭐 어때, 잘할 때까지 기다릴 거야"

초등학생들 초청 주루체험·배트보이
구단 측 푸짐한 이벤트도 한몫
가족 응원객에 색다른 추억거리


이런 일도 있었다. 1995년 마산구장이 일찌감치 매진되자 표를 구하지 못한 1만여 명의 팬들은 굳게 잠긴 야구장 철문을 용접공을 불러 따고 들어가 관람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두 이야기는 마산 사람들의 야구에 대한 열정이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마산 아재들은 홈팀이라고 봐주는 일이 없었다. 김용희 감독이 롯데 사령탑을 맡은 시절 롯데가 마산구장에서 연패하자 아재들이 롯데 선수단 차량을 둘러싸고는 김 감독을 차량 밖으로 불러내렸다. 아재들은 "왜 졌는냐", "박정태는 왜 살이 쪘느냐" 등 연패에 대한 온갖 질문을 쏟아내며 김 감독을 곤혹스럽게 했다. 그 유명한 김용희 감독 청문회 사건이다.

지금 마산 아재들은 프로야구 신생팀 NC 다이노스에 열광하고 있다. NC는 4일 현재 6승1무17패로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마산 아재들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NC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박수갈채를 보내고 있다. 프로 경기에서 승패는 흥행의 가장 중요한 요소다. 경기에 매번 지는 것을 알면서도 경기장을 찾는 마산 아재들. 예전의 그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과연 이들이 NC에 열광하는 이유가 뭘까.

NC가 1군 진입을 알리던 시즌 개막일인 지난달 2일. 이날 해마다 매진 사례를 기록하던 롯데 자이언츠의 사직구장은 좌석을 모두 채우지 못했지만 마산구장은 1만 4천 석이 모두 찼다.

홈팀 NC를 응원하기 위해 모여든 경남 야구팬들이 열성적으로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윤민호 프리랜서 yunmino@naver.com 인터넷 예약판매 취소분 400석을 사기 위해 경기 시작 3시간 전부터 선 줄이 200m에 이를 정도였다. 취소 분은 판매 10분여 만에 모두 팔렸다. 그러자 사단이 났다. 입장권을 구하지 못한 팬들이 화가 난 것. 일부 팬은 "인터넷으로만 판매하는 게 어디 있나. 현장판매도 해야 한다"면서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던 것이다. 여기저기서 언성이 높아지고 급기야 매표소 부근에 벽돌이 날아들기도 했다. 예전의 마산 아재들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하지만 시즌이 시작되면서 마산 아재들은 이상해졌다. NC가 개막전 7연패에 빠졌는데도 아무렇지 않게 여겼다. 연패를 당해 미안한 마음으로 팬들에게 머리를 숙이는 선수들을 보고는 기립박수로 격려하기도 했다. 어이없는 실책을 할때도 그냥 웃어 넘겼다. 지난달 11일 LG 트윈스를 상대로 창단 첫 승을 신고했을 때 마산 아재들은 우승이라도 한 듯 선수들과 함께 기뻐했다.

이후 SK 와이번스를 상대로 연승을 한 뒤 9연패의 수렁에 빠질 때도 아재들은 '젊은 공룡'을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다. 마산 아재들은 그만큼 야구에 목말라 있었던 것이다. NC팬인 김성택(40) 씨는 "꼴찌면 어때. 야구 재미있게만 하면 되지. 실수하는 것도 봐줄만 해. 잘할 때까지 계속 올 거야"라고 말했다.

아재들의 믿음에 선수들도 힘을 냈다. 연패에 빠지더라도 주눅 들지 않았다. 젊다는 패기로 부딪쳤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NC는 달라지고 있다. 개막 7연패와 최근 9연패는 분명 내용이 달랐다. 전반적인 경기 짜임새나 선수들의 집중력, 타선의 폭발력이 살아나고 있다. 경기에서 지더라도 끈질김을 보여줬고, 무기력한 모습으로 아재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구단도 마산 아재들을 경기장으로 끌어들이기에 한몫했다. NC는 매월 마지막 주 일요일 홈경기를 '주니어 다이노스 데이'로 정하고 경기장을 찾는 초등학생들에게 장내아나운서, 주루 체험, 배트보이 등의 체험행사를 마련했다. 1980~90년 때 마산구장을 찾았던 젊은 아재들이 이제는 아버지가 되어 자녀들과 함께 경기장을 찾도록 한 것이다. NC 구단 관계자는 "'주니어 다이노스 데이'는 부모는 예년의 마산구장에서의 추억을, 아이들은 부모와 함께 야구장을 찾는 추억을 갖게 하는 의미 있는 이벤트"라고 말했다.

5월 들어 NC는 더욱 성장하고 있다. LG 트윈스와의 3연전을 모두 따내며 팀 창단 이후 첫 3연승과 함께 한 팀을 상대로 3경기를 싹쓸이했다. 김경문 NC 감독은 "잔인한 4월이 지나고 상승세의 5월이 온다"고 했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선수들이 자신감에 차 있는데다 NC의 미래가 될 '5툴 플레이어' 나성범과 대형 신인 윤형배 투수가 부상에서 복귀하기 때문이다.

마산 아재들이 완전히 NC로 넘어간 것은 아니다. 아직도 롯데를 응원하는 아재들이 많다. 30년간 롯데를 좋아했던 마산 아재들이 한순간 '변심'하기는 쉽지 않다는 얘기다.하지만 예년에 비해 '재미 없는 야구'를 하는 롯데와 미숙하지만 최선을 다하는 NC의 야구를 볼 때 마산 아재들이 누구의 편에서 목소리를 높일 지는 분명해 보인다.

김진성 기자 paper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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