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 짐 다인 '피노키오' 부산 명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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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구 센텀시티에 등장한 초대형 '피노키오' 조형 작품. 경남정보대가 세계 최정상급 예술가 짐 다인을 초청해 설치한 것으로 건물 3층 높이에 달한다. 이재찬 기자 chan@

부산에 또 하나의 명물이 탄생했다. 미국의 세계적인 거장 짐 다인(78·Jim Dine)의 초대형 피노키오 조형 작품이 센텀시티에 둥지를 튼 것이다. 이 '피노키오'는 대중 친화적이면서도 작품성까지 갖춘 공공 조형물의 본보기를 보여 주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지난 14일 오후 해운대구 경남정보대 센텀산학캠퍼스. 사거리와 접한 캠퍼스 광장에 키가 건물 3층 높이인 9.3m, 무게가 5.5t에 달하는 피노키오가 힘차게 걷고 있다. 빌딩 숲을 무심코 지나던 이들이 차까지 세우고 사진을 찍어 댄다.

피노키오는 지난해 6월부터 미국에 있는 짐 다인의 작업실에서 제작됐다. 청동으로 팔과 다리, 몸통을 만들어 부산으로 가져와 '짐 다인 스튜디오' 매니저 2명이 2주일 동안 접합 및 설치 작업을 했다. 이 작품은 짐 다인의 피노키오 가운데 가장 큰 것이다.

센텀 경남정보대 캠퍼스에 
높이 9.3m 무게 5.5t 작품
'공공 조형물의 본보기' 의미

짐 다인
 '희망으로 나아가는 소년(Boy With Hope, Walking Forward)'이라는 제목을 붙인 짐 다인은 이날 처음으로 부산을 찾았고, 본보와 단독 인터뷰를 했다. "내가 여섯 살 때 접한 피노키오 이야기는 공포스러운 것이었어요. 1992년에 월트 디즈니 부사장의 부탁으로 작업하다가 피노키오를 다시 떠올렸고, 사람이 되려는 피노키오의 열정이 모티브가 됐습니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 소년 피노키오가 아니라 제페토 할아버지의 심정으로 작업한답니다. 피노키오는 우주적인 차원의 이야기예요. 만물을 창조한 조물주처럼."

1960년대 청년 짐 다인은 앤디 워홀, 로이 리히텐슈타인 등과 함께 행위 예술과 팝아트로 명성을 얻었다. 1970년대 이후에는 내면의 세계에 천착한 '하트', '피노키오' 연작 등으로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했다. 지난 2009년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예루살렘 하트(152×107㎝, 1998)'가 26만 6천500달러(현재 기준 약 3억 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동서학원 박동순 학원장은 "사실 학교로서는 큰 용기를 냈다. 삭막한 도시 부산의 문화를 업그레이드 시키는 씨앗을 뿌리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부산시립미술관 관계자는 "제대로 만든 공공 조형물은 도시 문화의 훌륭한 자산"이라며 "해운대에 온 피노키오의 가치를 추정하긴 힘들지만, 대략 최대 100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세익 기자 r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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