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면] '145년 만의 귀환' 그 뒷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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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외규장각 의궤와 외교관 이야기 / 유복렬

'145년 만의 귀환'(국립중앙박물관, 외규장각 의궤 특별전). 눌와 제공

2011년 7월 19일부터 두 달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145년 만의 귀환'이라는 제목으로 외규장각 의궤 특별전이 열렸다. 벽면에는 의궤 속 반차도가 디지털 동영상으로 상영되었는데, 디지털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프랑스 사람들이 보면 깜짝 놀랄 장면이었다. 1866년 프랑스 함대가 강화도에서 약탈한 지 145년 만에, 박병선 박사가 프랑스국립도서관에서 이를 찾아낸 지 36년 만에, 한국과 프랑스 정부가 반환 협상을 시작한 지 20년 만인 2011년에야 비로소 외규장각 의궤가 돌아온 것을 알리는 역사적인 전시회였다.

'돌아온 외규장각 의궤와 외교관 이야기'는 외규장각 의궤 반환 협상의 실무를 담당했던 외교관이 들려주는 소설 같은 협상 뒷이야기를 담았다. 약탈 도난 등 불법으로 반출된 것을 포함하여 15만여 점에 달하는 해외 문화재가 상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아 보기 힘든 국가 간 문화재 반환 사례를 꼼꼼하게 되짚어 볼 수 있는 책이어서 더욱 관심을 끈다.

돌아온 외규장각 의궤와 외교관 이야기 / 유복렬
특히 자국이 갖고 있는 문화재를 지키려는 프랑스국립도서관 사무장 자클린 상송의 일화는 책에서 표현한 대로 무시무시하기만 하다. 직업의식에 투철한 그녀는 1993년 미테랑 대통령이 방한하여 김영삼 대통령에게 의궤 중 한 권을 선물하려 하자 자물쇠를 잠근 금고 위에 주저앉은 채 항거했고, 열쇠마저 어디론가 던져 버려 결국 자물쇠를 부수고서야 김 대통령에게 전달했다는 일화의 주인공이다.

이 사건 후 프랑스로 돌아간 그녀는 사표를 냈고, 프랑스국립도서관 총파업을 주도했다. 반환 협상 과정에도 참여했던 그녀는 2011년 3월 17일 '한국 국립중앙박물관과 프랑스국립도서관 간 외규장각 의궤 한국 이관에 관한 약정' 서명식에서 끝내 눈물을 떨구고 말았는데, 이관 작업에 한국이 참여하려는 데 대해서도 완강하게 반대했다. "우리 도서관의 학예연구사들은 책을 지키고 관리하는 업무를 목숨처럼 소중하게 여기면서 살아왔습니다. 나는 나와 같은 직업의식을 공유하며 평생 같은 길을 걸어온 동료들에게 다른 나라에 책을 내주는 일을 시키는 것도 모자라 비통해하는 모습까지 여러분에게 보여 주라는 비인간적인 지시를 절대로 내릴 수 없습니다."

필자는 현재 애틀랜타 총영사관에서 근무하고 있다. 언제 어디로 발령을 받을지 모른 채 수없이 이삿짐을 꾸려야 하는 외교관의 세계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이번에는 어떤 곳이 어떤 사람들과 함께 기다리고 있을까. 나는 안다. 그 무엇도 기다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내가 그들을 찾아내는 것이다. 새로운 장소, 새로운 환경, 새로운 사람들, 그들은 숨겨진 보물 상자와도 같다. 내가 찾아내지 않으면 만날 수 없다. 막연한 기대와 설렘을 안고 나는 다시 길을 떠난다. " 유복렬 지음/눌와/232쪽/1만 3천 원. 임성원 기자 fo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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