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친구 함께하니 더욱 신 나는 우리 전통놀이 "얼씨구~"
전래놀이 이런 것도 있었네
추석 명절은 '추억'이다. 40대 이상의 세대라면 추석 풍경은 아마 이렇게 기억될 것이다. 기름진 음식과 추석빔, 그리고 온동네 아이들이 다 모여 왁자지껄한 골목 풍경. 거기에 놀이가 있었다. 하지만 농촌공동체가 축소되고, 도시화와 현대화로 전래놀이는 시나브로 사라졌다. 아이들은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텔레비전 앞에서 명절을 보낸다. 올해 명절, 스마트폰과 TV, 화투를 던져 버리고 아이들과 함께 산가지 놀이나 실뜨기, 쌍륙으로 가족의 웃음꽃을 피워보는 것이 어떨까. 옛것은 마냥 낡고 하찮은 것이 아니다. 전래놀이는 스마트폰 오락보다 훨씬 더 많이 가족에게 소중한 추억과 따듯함을 안겨다 줄 것이다. 한국전래놀이협회 고갑준 회장을 통해 추석에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놀이를 소개한다.
나뭇가지 조심조심 옮기는 산가지 놀이
돌 던져놓고 깨금발로 주워오는 망줍기
장기와 윷놀이가 합쳐진 쌍륙
집중력·창의력 향상에 그만인 실뜨기
상대방 비석 맞히는 비석치기 등
스마트폰 오락보다 재미있는 놀이 수두룩
<산가지 놀이>
옛날엔 나무를 꺾어 셈을 했다. 산가지는 대나무, 싸리나무 등으로 가느다란 가지를 만들어 셈을 한다는 뜻. 셈 도구가 놀이기구가 되었다. 산가지를 쌓아두고 옮기기도 하는데 떼어낼 때마다 매번 상황이 바뀔 수 있어 재미가 있다. '젠가'의 한국판인 셈이다. 3~8명이 즐길 수 있으니 온 가족이 함께할 수 있다. 준비물은 나무젓가락이나 꼬지용 나무 수십 개면 된다. 매직펜이나 아크릴 물감, 사무용칼도 필요하다. 산가지 끝을 너무 날카롭게 만들지 않는 것이 요령이다.
놀이방법
① 산가지 전부를 한 손에 움켜쥔 후 세웠다가 잡은 손바닥을 펴서 가지가 흩어지게 한다. (산가지에 몇가지 색을 칠해서 색깔에 따라 점수를 정해놓는다).
② 가위 바위 보를 하여 놀이 순서를 정하고 순서에 따라 진행한다.
③ 순서대로 흩어진 가지들을 집어 가는데 다른 가지를 건드리지 않으면서 집어 간다.
④ 무사히 가져간 가지는 가져간 사람의 앞에 모아 둔다(모두 흥미를 잃지 않도록 1인 1회의 기회만 주는 것도 방법).
⑤ 차례가 모두 끝나면 집어 간 가지의 색깔별 수를 헤아려 자신의 점수를 기록한다.
⑥ 노랑 2점, 파랑 3점, 초록 5점, 빨강 7점, 검정 10점 순으로 하고 각자 집어 간 가지의 점수를 합하여 승자를 가린다(되도록 암산한다).
<망줍기>
사방치기와 비슷하다. 사방은 방이 네 개라는 뜻. 이 놀이는 방이 여덟개다. 망를 던져놓고 돌아오면서 줍는 놀이.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여러 나라에서 두루 행해진 놀이다. 깨금발이 필요하다. 깨금발 연습을 미리 해 놓으면 좋다. 몸의 균형 감각을 기를 수 있고, 규칙을 준수하는 준법성도 덤이다. 2~8명이 함께 할 수 있다. 망(납작한 돌이나 나무토막)만 있으면 된다. 놀이판의 크기를 나이에 맞게 적당히 그려야 공평하게 놀이를 할 수 있다. 편놀이이지만 너무 심하게 경쟁하지 않도록 한다.
놀이방법
① 가위바위보로 편을 나누고 땅에 적당한 크기로 그림판을 그린 후 시작한다.
② 1-2, 4-5, 7-8번은 두 발을 벌려 딛고, 3, 6번은 한 발로 딛는다.
③ 돌을 1번 칸부터 던지고 출발한다.
④ 발로 금을 밟거나 돌을 던졌는데 다른 곳에 들어가거나 금에 닿았을 때 실격되며 돌이 있는 곳은 발을 디디면 안 된다.
⑤ 망은 돌아오다가 바로 전 칸에서 줍는다. 즉, 1번에 있는 망은 2번에서, 3번에 있는 망은 4, 5번에서 줍는다.
⑥ 만약 2번에서 실격되었다면 기억하고 있다가 다음 차례에서 2번부터 시작한다.
⑦ 1번이 성공하면 2, 3번 계속한다.
⑧ 8번까지 성공하면 하늘로 던진다. 하늘까지 가서는 돌을 발등 위에 올려놓고 위로 차 올려 양손으로 잡고 다시 순서대로 돌아오면 된다.
⑨ 하늘까지 성공하면 이제는 하늘에서 뒤돌아 선 채로 아무 칸이나 향해 돌을 던진다.
⑩ 돌이 들어간 칸은 자기 땅이 되며, 표시를 하고 그곳은 계속 두발로 디딜 수 있다.
⑪ 이렇게 계속 진행하며 다른 사람의 표시된 땅에는 들어갈 수 없고 건너뛰어야 한다.
⑫ 땅을 많이 따거나 상대방이 뛰어넘을 수 없는 상태가 되면 놀이는 끝난다.
<쌍륙>
백제시대 이전부터 즐기던 놀이다. 장기와 윷놀이가 혼합됐다. 2개의 주사위를 굴려 나오는 수대로 판 위에 말을 써서 15개의 말을 화합하며 먼저 이동시키는 사람이 이긴다. 주사위가 모두 6이 나와야 이길 확률이 높으므로 쌍륙으로 불렸다. '다듬은 나무를 쥐고 논다'하여 악삭이라고도 한다. 2~8명이 함께 놀 수 있다. 공동체의 조화로움과 역동성을 느낄 수 있으며, 전체적 구성과 조화를 배운다. 전용판이 없어도 바둑알과 주사위만 있으면 된다.
놀이방법
① 말판과 흑백 각 15개의 말, 그리고 2개의 주사위가 필요하다. 말판에 갑은 검은말, 을은 흰말을 각각 15개씩 배치한다. 갑은 1자로 표기된 금안에 2개, 6자 금안에 5개, 5자 금안에 3개, 1자 금안에 2개 등 모두 15개의 검은말을 놓는다. 을도 갑과 같이 자기 자리와 상대의 자리에 15개의 말을 배치한다.
② 각 편의 말들은 던지는 주사위의 숫자에 따라 움직이는데, 갑이 던진 주사위의 숫자가 3, 4라고 하면 합해서 7이 되므로 자기의 검은 말 한 개를 일곱 칸 전진시킬 수 있다. 또 한 말은 세 칸, 다른 말은 네 칸을 움직일 수 있다.
③ 쌍륙은 갑의 말들이 자기 앞의 오른쪽 6자리 안에, 을은 왼쪽의 앞 6자리 안에 집결시킨 다음 그것을 먼저 내 보내는 쪽이 승리하게 된다,
④ 예로 3, 3이 나왔다면 말 두개를 세 칸 이동시킬 수 있으며, 4, 4가 나오면 말 두 개를 네 칸 움직일 수 있다. 이때 옮겨가는 자리에 상대편 말이 두 개 있으면 그것을 한꺼번에 잡을 수도 있다.
⑤ 서로 잡고 잡히는 과정에서 잡힌 말들은 다시 출발점에 세워야 한다. 이렇게 상대의 말들과 계속 충돌하면서 갑의 말들은 갑의 앞으로, 을의 말들은 을의 앞으로 다 건너 보내고, 모아세운 말들을 나가게 하므로 놀이의 긴장은 계속된다. 주사위 숫자도 중요하지만 말을 어떻게 놓느냐도 매우 중대하다. 주사위 두 개를 한꺼번에 던지는 것보다 한 개를 던져 보고 숫자가 좋으면 그냥 두고 나쁘면 쳐서 바꾸는 것도 요령이다.
<실뜨기>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놀이다. 실내 놀이 중 가장 간단하되 모양이 다양해 창의력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모양은 1930년대 이미 800여 종이 존재했다고 한다. 아이들의 작은 근육을 발달시키고, 집중력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 이겼을 때 상대의 이마에 '딱밤'을 주면 재미가 배가 된다.
놀이방법
① 굵은 실 70~100㎝ 정도를 끊어서 양끝을 매어 준비한다. 두 사람이 마주보고 앉는다.
② 가위 바이 보로 이긴 사람이 양손에 실을 팽팽하게 당긴 뒤 한 번씩 손바닥에 감는다.
③ 오른손 가운뎃손가락으로 왼손 바닥에 감긴 실을 당기고 왼손 가운뎃손가락도 오른 손바닥에 감긴 실을 당기면 양옆으로 X자 모양이 두 개 생긴다.
④ 서로 번갈아 가면서 실 사이에 손가락을 넣어 안으로, 또는 밖으로 뒤집어서 실이 맺히지 않도록 하면서 처음과는 다른 모양으로 만들어 간다.
<비석치기>
아주 오랜 옛날 원시인들은 맹수들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해 돌을 들었다. '투석'은 인류의 기원과 맞물려 있는 일종의 생존법이었다. 이 투석이 놀이문화로 바뀐 것이 비석치기다. 투석은 고려시대에 국왕이 참석하여 연중행사로 치러졌다. 조선 후기에는 '투석희'라는 세시풍속놀이도 있었다. 10명 정도가 함께하는 집단 놀이다.어른 손바닥만한 돌인 비석을 던지며 노는 놀이로 비석까기, 비사치기라고도 한다.
놀이방법
일정한 자리에 선을 그은 뒤 선 위에 상대방의 비석을 세워 놓고 일정 거리에서 자기의 비석을 던져 상대편의 비석을 맞혀 쓰러뜨리는 것으로 승부를 겨루는 놀이다. 방법은 다양하다.
① 출발선에서 돌 던져 넘어뜨리기.
② 한 발 내딛고 돌 던져 넘어뜨리기.
③ 오른발 들고 왼발 옆축으로 계속 돌 밀고 나가 넘어뜨리기.
④ 발등에 돌 놓고 세발걸음 걸어가 떨어뜨려 넘어뜨리기.
⑤ 발목사이에 돌 끼우고 계속 걸어가 떨어뜨려 넘어뜨리기.
⑥ 무릎 사이에 돌 끼우고 계속 걸어가 떨어뜨려 넘어뜨리기.
⑦ 가슴위에 돌 올려놓고 걸어가 떨어뜨려 넘어뜨리기.
⑧ 오른쪽 어깨 위에 돌 올려놓고 걸어가 떨어뜨려 넘어뜨리기.
⑨ 목 위에 돌 올려놓고 걸어가 옆으로 돌아서 떨어뜨려 넘어뜨리기.
⑩ 머리 위에 돌 올려놓고 걸어가 떨어뜨려 넘어뜨리기.
⑪ 출발선에서 눈 감고 돌 던져 놓고 기어가서 넘어뜨리기로 진행됨.
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