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베개 사용법] 밤새 잘 잔 것 같은데도 목·어깨가 뻐근하고 통증까지…
사용하고 있는 베개 한 번쯤 의심해 봐야
예로부터 전해지는 말에 고침단명(高枕短命)이라는 게 있다. 높은 베개를 베고 자면 일찍 죽게 된다는 뜻이다. 건강과 관련해 베개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겠다. 전혀 근거 없는 말이 아니다. 사람은 삶의 3분의 1을 잠을 자며 보낸다. 잠잘 때 필수적인 도구가 베개인만큼 베개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무시할 수 없다. 특히 경추, 즉 목관절 건강에는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어떤 베개를 어떻게 베고 자야 좋은 것일까? 부민병원 척추센터 김상혁 과장에게 도움말을 청했다.
경추 편안하게 유지하려면
11㎝ 정도 높이 베개 적당
탄성 있는 폴리우레탄 소재
직각형보다 커브형이 좋아
■베개, 높아도 문제 낮아도 문제
회사원 B(43) 씨는 평소 목 뒤가 심하게 뻐근했다. 스스로 자주 주무르고 심하면 마사지를 받고 찜질을 해도 증상이 가시지 않았다. 상태는 점점 심해져 목에 심한 통증이 일기 시작하더니 나중에는 어깨까지 통증이 번졌다. 병원을 찾은 B 씨는 초기 목 디스크라는 진단을 받았다. B 씨와 상담한 의사는 베개가 원인일 수 있다고 했다. B 씨는 의아했다. 베개 때문에 목 디스크?
의아하게 여길 일이 아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를 보면, 경추 관련 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는 한 해 280만 명이 넘는다. 경추 건강을 해치는 원인은 컴퓨터나 휴대폰의 과도한 사용 등 많지만, 전문의들은 그에 못지 않게 잘못된 베개의 사용을 꼽고 있다. 잘못된 베개를 장시간 사용할 경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경추를 망가뜨린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거기에도 경고의 신호는 있다. 목의 결림과 통증이다. 충분히 수면을 취한 후에도 목과 어깨에 피로감이 몰리고 뻐근하며 통증이 발생할 때에는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베개를 한 번쯤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높은 베개가 문제다. 경추는 사람을 왼쪽에서 봤을 때 'C'자 형이 정상이다. 그런데 지나치게 높은 베개를 베면 고개가 들려 '일(一)'자목이나 역'C'자형으로 경추가 변형될 수 있다.
거북목증후군이 흔한 증상이다. 목뼈가 일자형으로 변형을 일으켜 마치 거북이처럼 고개가 앞으로 빠져 있는 상태다. 이는 목뼈에 더 많은 하중을 걸리게 해 목에 통증을 일으킨다. 목 디스크는 머리를 받치고 있는 경추와 경추 사이의 디스크가 탈출해 통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심해지면 튀어나온 디스크가 경추 안에 있는 척수신경을 자극해 어깨와 팔의 마비까지 초래할 수 있다. 특히 목 디스크가 발생하면 자려고 누웠을 때 극심한 고통을 느끼게 된다.
너무 낮은 베개도 문제다. 특히 여성들에게서 목에 주름이 갈까 염려해 베개를 베지 않거나 낮은 베개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데, 이는 목뼈에 무리를 줄 뿐만 아니라 목을 통해 이뤄지는 뇌의 혈액순환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11㎝ 정도 높이에서 목 부위 받쳐야
그렇다면 어떤 베개가 좋을까? 무엇보다 높이가 중요하다. 김상혁 과장은 "너무 높아도 너무 낮아도 문제인데, 베고 누웠을 때 목 부위에 닿는 높이가 11㎝ 정도 될 때 가장 적당하다"고 했다. 그 정도가 경추의 C자형 커브를 가장 편안하게 유지해준다는 이유에서다.
베개는 목을 반드시 직접 받쳐주는 형태여야 한다. 직각의 베개는 목 부위를 받쳐주지 못하고 꺾이게 만든다. 베개가 머리, 목, 어깨를 함께 받쳐주면 척추가 자연스럽게 배열되어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자세가 된다. 그러니까 목에 닿는 아래쪽 부분이 약간은 뭉툭하면서 둥근 커브형 베개가 좋다는 이야기다. 실제 스웨덴의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커브형의 베개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편안함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질은 너무 부드럽거나 딱딱한 것은 피해야 한다. 어느 정도 탄성을 갖춰 모양을 유지해 주는 스펀지, 메모리폼 등의 폴리우레탄 소재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수면 자세에 따라 베개를 달리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옆으로 누워 자는 사람들의 경우 정자세 보다 약간 높은 베개를 선택하는 것이 척추와 경추의 곡선을 자연스럽게 유지하는데 도움을 준다.
김 과장은 "충분히 수면을 취하고도 목과 어깨가 결리고 통증을 느낀다면 이를 가벼이 여기지 말고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아 보는 것이 좋다. 초기 디스크 증상이라면 베개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증상을 개선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임광명 기자 kmy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