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경기 사용료 전국 최고, 부산 KT '연고지 이전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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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프로구단인데 1경기 치를 때마다 연고 지자체에 최고 1천만 원 가까운 비용을 더 '지불하는' 구단이 있다. 부산을 연고로 한 프로농구단 KT 소닉붐 이야기다.

KBL에서 두 시즌 연속 한 경기 최다 관중몰이를 기록하기도 한 부산 KT. 그러나 '야구도시' 부산시의 푸대접에 급기야는 연고지 이전 이야기까지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홈 사용료 원주는 불과 25만 원

올해 1월 기준으로 부산 KT가 정규 시즌 1경기에 지출한 홈경기 사용료는 1천797만 원이다.

경기당 최고 1천 797만 원 지불
市 "규모 커 난방비 많이 들어"
부산시 '갑질 행정'에 구단 불만
수도권에 팀 뺏긴 대구 전례도


현재 프로농구 10개 구단 중 1천만 원 이상의 홈경기 사용료를 내는 곳은 KT가 유일하다. 부산 다음으로 사용료가 높은 서울 삼성도 942만 원에 불과하다. 각 구단에서는 광역시에는 500만 원 이상, 소도시에는 500만 원 이하 수준의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다. 원주 동부는 전기와 난방 등 부속 사용료를 아예 원주시가 일괄지원해 사용료가 겨우 25만 원이다.

이에 대해 부산시 체육진흥과는 "사직실내체육관이 농구 전용구장이 아닌 탓에 1만 4천 석 규모로 불필요하게 커서 난방과 전기 사용료가 많이 나오고 있다"고 해명했다.

부산시 체육시설관리사업소 측은 "KT가 필요 이상으로 연습시간을 길게 잡아서 사용료가 많이 나온다"는 황당한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KT와 동일한 1만 4천 석 규모의 잠실체육관을 홈으로 사용하는 서울 삼성도 서울시가 천정 아치 등 불필요한 공간을 막는 공사로 난방 비용을 370만 원대로 낮춰주는 등 차원이 다른 배려를 하고 있다.


■부산시는 아직도 '지자체가 갑'

'야구 도시' 부산시는 각종 선거 때면 야구 팬 표심을 자극하려 관련 공약이 쏟아지지만 농구 인프라에 대해서는 누구 하나 입을 대는 이가 없는 등 종목별로 대놓고 푸대접을 하고 있다.

올 시즌 롯데 자이언츠는 사직구장 전광판을 새로 설치하면서 부산시로부터 50억 원 상당의 지원을 약속받았다. 반면, 2006년 금정체육관에서 사직실내체육관으로 홈 경기장을 옮긴 KT는 10억 원 상당의 전광판과 스코어보드를 자비로 설치해야만 했다.

문제는 부산시는 이런 식으로 대놓고 농구단을 푸대접할 만큼 '갑'이 아니라는 점이다. KT의 숙소가 위치한 수원시의 경우 내년부터 프로야구팀 KT 위즈가 1군에 올라오면서 농구를 제외한 4대 프로 스포츠 구단을 모두 갖추게 됐다. 때문에 농구팀 유치에 적극적이라는 풍문이다.

부산 KT 관계자는 "지난해만 해도 구단에는 원목 재질 등에 대한 협의 한마디 없이 바닥 공사를 하는 바람에 이번 시즌 내내 선수들이 발이 아프다고 하소연하고 있다"며 "수원시 이전만 놓고 봐도 시즌당 비용이 15억 원 가까이 절감되는데 이 대접 받으며 연고지 이전을 생각 안 할 팀이 어디 있겠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산시 체육 담당자 역시 "사실 수원에서 지역 연고의 농구단 입질을 한다는 소문이 여기도 돌기는 했다"며 "부산 KT뿐만 아니라 부산 아이파크 역시 여기서 이 같은 제반 조건에 뛰어주는 것만 해도 고마울 지경"이라고 말했다.

대학팀과의 연습경기 일정 조율이나 선수의 주거 선호도 문제를 따져볼 때 부산시는 수도권 지자체보다 별다른 우위가 없다. 단지 '광역시 연고' 타이틀 하나만 믿고 배짱만 튕기고 있는 상황인 셈이다.

2011년 '연고지 이전은 헛소문'이라고 호언장담하던 대구시가 하룻밤 사이 오리온스 농구단이 경기도 고양시로 짐을 싸서 나가는 걸 눈뜨고 지켜본 전례가 있다. 대구에서 오리온스 제품 불매운동을 벌이는 등 내홍이 일었지만 어차피 버스는 떠난 뒤였다.

부산시 농구협회 박종윤 전무이사는 "왕년 기아 엔터프라이즈가 부산에서 울산으로 이전한 것도 표면적으로 보면 모기업 사정에 따른 것이지만 실상은 다르다"며 "어처구니없게도 농구단 좌석을 몇 석 늘리는 문제를 가지고 부산시가 조례를 거론하며 어깃장을 놓으면서 구단과 감정 싸움을 한 게 컸는데 또다시 상황이 이런 식으로 흘러가는 건 농구인으로서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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