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사랑방] 부산은 잠재적 '치매 위험도시'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박경원 동아대병원 신경과 교수 부산시 광역치매센터장

부산이 늙어 가고 있다. 전국 7대 도시 가운데 고령자 증가 비율이 가장 높다. 급속한 고령화는 부산을 잠재적인 '치매 위험도시'로 부상시켰다.

치매는 노인 인구 증가에 따라 유병률이 높아지는 대표적 질환이기 때문이다. 지난 2009년 보건복지부 발표 통계에 따르면 2050년에는 65세 이상 치매 환자의 숫자가 20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가까운 미래에 65세 이상 국내 인구 10명 중 1명 이상이 치매를 앓게 되는 셈이다.

치매 어르신을 돌보는 데 있어 가장 위험한 상황 중 하나가 바로 '배회와 그에 따른 실종'이다. 인지 기능이 저하된 치매 환자는 과거의 기억은 물론 보호자 이름, 주소 심지어 본인의 인적 사항까지도 잊어버리게 된다.

또한, 시공간 지각력이 현저하게 저하돼 방향감각을 잃어버려 쉽게 길을 잃거나 배회하게 된다. 특히 노인들은 치매로 인해 신체기능도 함께 저하된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요즘과 같은 겨울철 실종은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을 정도로 치명적이다. 올해만 해도 지난 2월 제주도에서 두 분의 어르신이 치매로 인해 배회하던 중 돌아가신 채로 발견되는 안타까운 사례가 있었다.

한 가지 다행한 일은 기술 발달로 이제는 치매 어르신들의 실종을 막을 장치가 생겼다는 것이다. 바로 GPS 배회감지기이다. 치매 환자가 GPS 배회감지기를 착용하고 있으면 환자의 위치를 경찰과 보호자가 파악할 수 있다.

희망적인 것은 GPS 배회감지기를 통한 실종 방지 효과가 확인됨에 따라 민간의 지원 손길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부산광역치매센터에서 '집으로 가는 길'이라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이 캠페인에서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을 통해 GPS 배회감지기를 신청한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무상으로 기기를 이용할 수 있도록 가입비와 통신료 등의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더 많은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

57명. 현재 중앙치매센터를 통해 실종 신고가 접수돼 찾지 못한 치매 어르신들의 수다. 아직도 이분들의 가족은 애타게 사랑하는 부모님이 집으로 돌아오시기만을 기원하고 있을 터이다. 부산의 치매 노인 실종 사례는 최근 4년간 2천800여 건, 올해만도 420건에 이른다.

하루라도 더 빨리 치매 어르신들을 위한 안전한 치료 환경과 예방책이 사회적으로 정착돼 더 이상의 안타까운 헤어짐이 없기를 기원한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