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줄' 살짝만 다쳐도 손·발가락 꼼짝달싹 못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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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발가락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것도 큰 복이다. 흔히 말하는 '힘줄'만 살짝 다쳐도 손가락과 발가락을 제대로 놀리기 어렵다. 우리가 힘줄이라고 부르는 신체조직은 '건(腱)'이다. 발뒤꿈치의 아킬레스건도 건에 속한다. 근육을 뼈에 부착시키는 기능을 하는 건을 다치면 신체 부위에 힘을 써 구부리거나 펴는 등의 움직임을 하기 어렵게 된다. 손가락과 발가락을 꼼짝달싹 못 하게 만드는 건 손상을 조심하자.

■의외로 흔한 '건' 손상 사고

A(34) 씨는 최근 농구를 하다 왼쪽 손가락을 다쳤다. 세차게 날아오는 농구공을 받으려다 실수를 해 왼쪽 네 번째 손가락에 심한 충격을 받았다. 손가락이 조금 아팠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농구를 마쳤다가 A 씨는 깜짝 놀랐다. 통증을 느낀 손가락이 펴지지 않은 까닭이다. 병원을 찾은 A 씨는 힘줄이 끊어졌다는 진단을 받았다. 힘줄 봉합수술을 받고 며칠이 지나서야 A 씨는 다친 손가락을 평소처럼 펼 수 있었다.

뼈에 근육 부착시키는 신체조직
손상되면 구부리고 펴는 기능 어려워
평소 손·발 조심하는 습관 필요

파열 땐 7일 내 서둘러 봉합 수술해야
초기 치료 잘 되면 기능장애 최소화
수술 이후 관리·재활치료도 중요

공병선 부산마이크로병원 원장은 "손가락과 발가락을 구부리거나 펴게 만드는 건이 손상되면 손과 발에 심각한 기능장애가 온다"면서 "건 손상 사고는 일상에서 매우 흔하게 일어나므로 평소 손과 발을 조심하는 습관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팔과 종아리 근육에 딸린 건의 일부는 손목과 발목으로 연결된다. 나머지는 손과 발을 지나면서 손가락과 발가락 끝에 연결된다. 따라서 손목이나 발목, 손가락 또는 발가락을 다치면 건이 쉽게 손상된다.

특히 건은 피부 바로 아래에 있어 피부를 살짝 베이는 것만으로도 쉽게 다칠 수 있다. 손목과 손바닥, 발목과 발바닥은 건 주위로 신경과 동맥이 함께 지나가기 때문에 건과 신경, 동맥을 다 같이 다치는 사고도 흔하다.

■섬세한 수술이 중요

뜻하지 않은 사고로 건이 끊어지면 파열된 건을 다시 연결하는 수술을 해야 한다. 그런데 대개 수술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는 게 문제다. 건 봉합은 매우 섬세한 수술을 필요로 한다. 건을 봉합해도 다시 끊어지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건 주변 조직과 유착돼 건이 움직이지 않기도 한다.

공병선 원장은 "건과 주변 조직의 유착으로 건 움직임이 제한되면 손가락이나 발가락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기능장애가 지속한다"면서 "건 파열은 초기 수술이 잘 되면 기능장애가 최소화되므로 초기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예민한 곳인 만큼 초기 수술 후 결과가 좋지 않아 2차, 3차 수술을 받아야 하는 사례가 많다. 특히 손가락을 구부리는 굴곡건이 끊어진 환자 가운데 20~30%는 재수술까지 가야 한다. 동양인이 서양인보다 건 수술 후 유착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공 원장은 "건이 파열되면 가능하면 빨리 수술을 받아야 한다"면서 "늦어도 7일 이내에 수술이 이뤄져야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건이 완전히 끊어지면 건에 연결돼 있던 근육은 수축해 다시 늘어나지 않는 '근정체' 현상을 보인다. 하지만 수술로 끊어진 건을 서로 이어주면 근육은 원래처럼 다시 늘어난다.

그러나 근육이 수축된 상태에서 4~8주 지나면 근육 등이 딱딱하게 굳는 섬유화가 진행돼 건과 근육을 봉합해도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이를 '근섬유화'라고 한다. 이 단계에 이르면 건 이식이나 건 이전 등 다른 수술법을 택해야 한다. 건이 파열되면 가능한 한 빨리 수술을 받는 게 중요한 이유다.

수술 이후 재활치료도 건 기능 회복에 큰 영향을 끼치는 요소다.

■구부리는 굴곡건 손상이 더 위험

손에는 손가락을 구부리게 하는 굴곡건과 펴도록 만드는 신전건이 있다. 이 가운데 굴곡건이 손상되면 수술 이후 결과가 좋지 않다. 신전건을 다치면 그나마 낫다.

특정 굴곡건 주위로는 활차라는 구조물이 건을 감싸며 피부와 경계를 이루고 있다. 이 활차가 건과 함께 손상되면 주변 조직과 잘 유착된다. 건을 다시 연결해도 주변 조직과 달라붙어 건이 움직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흔히 '힘줄'로 일컫는 '건'을 다치면 손가락이나 발가락을 움직일 수가 없다. 공병선 부산마이크로병원 원장 등이 손바닥 건 손상 환자를 수술하고 있다. 부산마이크로병원 제공
예전에는 특정 굴곡건이 파열되면 결과가 나쁘다는 이유로 아예 봉합 수술을 권하지 않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은 적극적인 수술이 권장된다. 물론 의료진의 세밀한 수술 능력과 수술 후 관리, 재활치료 등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

공 원장은 "손 또는 발의 건이 파열돼 기능장애가 오면 손가락과 발가락 움직임의 중요성을 절실하게 깨닫게 된다"면서 "순간의 실수나 사고로 평생 장애를 안고 살지 않으려면 건을 다친 직후 서둘러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현우 기자 hoor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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