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반장'과 '호통 판사'가 만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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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부산가정법원을 방문한 배우 최불암 씨와 천종호 부산가정법원 부장판사(오른쪽)가 얘기를 나누고 있다. 강원태 기자 wkang@

"위기에 빠진 청소년들이 올바른 길을 걷도록 하는 데에 문화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어요. 아이들에게 연극이나 영화를 직접 만들게 하니 너무 좋아하더군요."(배우 최불암 씨)

"길 잃은 아이들이 길을 찾는 프로젝트를 준비 중입니다. '2인3각' 프로젝트라 이름 붙였어요. 보호 소년 1명과 멘토 1명을 짝지어 10일 안팎의 여행을 하는 거죠. 효과는 아주 대단합니다."(부산가정법원 천종호 부장판사)

자나 깨나 비행청소년 생각
'제로캠프' 운영 배우 최불암
보호 소년 교화, 천종호 판사
부산서 청소년 범죄예방 논의
시설 밖 소년 위한 사업구상도

위기의 청소년들을 위한 진심어린 활동으로 평가받고 있는 두 '스타'가 부산에서 만났다.

여전히 '수사반장'으로 통하지만 김천소년교도소 소년수들을 이끌고 멋진 뮤지컬 무대를 만들어 낸 최불암 씨와 부모조차 못한 애정어린 꾸짖음으로 청소년들을 올바른 길로 이끌며 '호통 판사' 훈장까지 얻은 천 부장판사가 그들이다.

4일 오후 부산가정법원에 온 최 씨는 천 부장판사를 만나 "천 판사 님 팬입니다"라는 인사를 건넸고, 천 부장판사도 "중학교 시절에 '수사반장'을 즐겨 봤는데 최 선생님은 제 영웅이셨다"고 화답했다.

두 사람이 이날 만남은 서로 다른 자리에서 비행청소년 문제라는 공통된 주제를 향해 달려왔기 때문이다.

최 씨는 3년 전부터 '제로캠프'란 이름으로 비행청소년들을 돕고 있다. 김천교도소에 수형돼 있는 소년수들이 직접 극본부터 연기, 제작까지 한 뮤지컬 '날개'를 지난해 무대에 올린 것이다. 최 씨와 함께 제로캠프를 이끄는 김성은 신부는 "최 선생님은 인생 후반전을 비행청소년을 위해 바치겠다고 하실 정도로 의지가 대단하다"고 소개했다.

제로캠프는 2012년 소년원 수형 경험이 있는 한 독지가가 천주교 교정사목위원회에 30억 원을 기부하면서 시작, 지금은 법인도 만들고 비행청소년 교화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구상하고 있는 프로그램 겸 사회 사업이다.

그 과정에서 제로캠프 측에서 천 판사의 활약을 보고 만남을 요청, 서로 의견을 나누게 됐다. 천 판사와 부산가정법원이 우리 사회 누구도 신경도, 지원도 해오지 않은 '시설 밖 비행 청소년'들을 위해 지원 활동을 해 온 점이 제로캠프의 새로운 사업 구상과 결합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천 판사는 "교도소나 수형 시설의 청소년들은 종교·사회 단체에서 지원 손길이 이어진다. 하지만 그런 시설 밖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아이들을 도울 손길이 없다는 거다. 갈 곳 없이 집 밖을 떠도는 아이는 한해 9만5천 명으로 추산된다. 이 아이들은 정부는 물론 지자체로부터도 아무런 보호나 도움을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날 최 씨는 부산을 찾아 의견을 교류한 뒤 갈 곳 없는 청소년들을 위해 운영돼 온 부산가정법원만의 지원시설인 사법형 그룹홈 1곳도 직접 찾았다.

두 스타의 만남이 앞으로 어떤 새 길을 열어나갈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제로캠프 측 인사들은 이날 의견 교류에 따라 앞으로 여러 지원 방안들을 논의할 예정이고, 부산의 사법형 그룹홈 사업 등을 총괄 지원하고 있는 임윤택 목사 등 실무진들과도 교류 방안을 논의하게 될 것이다. 천 판사는 "머지 않아 최 선생님이 소유한 서울 극장에 부산의 청소년들이 갈 기회도 생길 것 같고, 여러 기회들이 열릴 것 같다"고 기대했다.

김영한 기자 kim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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