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령산 구상반려암' 길 닦아 널리 알린다
지질학적, 문화재적 가치가 높은 아시아의 '숨겨진 보물' 황령산 구상반려암 일대가 문화재학습장으로 조성된다. 또 구상반려암을 사람들이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진입로가 정비되는 등 구상반려암 알리기 작업이 본격화된다.
아시아 유일의 구상반려암
문화재학습장 조성 용역 착수
보존에 그쳤던 정책서 벗어나
관찰 트레일·진입로 정비 계획
부산진구는 전포동 구상반려암(천연기념물 267호) 일대에 문화재학습장을 조성하기 위해 1억 9천700여만 원을 들여 '전포동 구상반려암 문화재학습장 조성사업' 용역에 착수했다고 4일 밝혔다.
부산진구는 전포동 구상반려암 일대 8필지 3만 3천800여㎡에 △구상반려암을 관찰할 수 있는 '관찰 트레일' △인근 사찰인 감로사를 둘러보며 반려암 불상을 볼 수 있는 '힐링이 있는 감로사길' △구상반려암에 스토리텔링을 가미한 '골목골목 반려암' 등을 만들어 오는 2018년 하반기부터 구상반려암을 대외적으로 적극 알린다는 계획이다.
부산진구 관계자는 "구상반려암 일대는 완충녹지지역이여서 시설 설치가 안 되기 때문에 도시계획 변경 뒤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용역을 통해 문화재학습장을 어떻게 만들지 구체적인 모습을 그려볼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시도 부산진구의 문화재학습장 조성에 보조를 맞춰 양정동 동의과학대 뒤편으로 구상반려암까지 나 있는 진입로를 걷기 좋게 정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8천만 원의 예산을 확보해 놓은 상태다. 시는 문화재학습장의 조성계획이 구체화되는 대로 진입로 정비에 착수한다.
그동안 부산시와 부산진구는 구상반려암에 대해 개발과 홍보보다는 보존에 치중했다. 구상반려암 주변에는 도난과 훼손 방지 목적의 철조망이 쳐져 있다. 구상반려암의 존재를 알리는 건 초라한 이정표밖에 없다. 인근 주민들조차도 구상반려암과 그 가치를 잘 모르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또 구상반려암을 가까이에서 직접 보기 위해 철조망 안으로 들어가려면 철조망 앞에 적힌 관리인의 연락처로 전화를 해야 한다.
그러나 구상반려암이 가진 높은 지질학적, 문화재적 가치를 대외적으로 알려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부산진구는 문화재학습장 조성을 위해 지난해 문화재청과 부산시로부터 6억 7천100만 원의 예산을 지원받는 등 구상반려암 알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황령산 중턱에 있는 구상반려암은 아시아 유일의 구상반려암인 데다 전 세계 8개국 14곳에서만 발견된 구상반려암 중 분포 면적이 140㎡로 가장 넓다. 구상반려암은 약 8천 500만년 전 화산 활동으로 마그마가 굳을 때 어떤 점(핵)을 중심으로 같은 성질을 갖는 광물끼리 모여 양파처럼 겹겹이 굳어진 암석을 말한다. 어두운색 광물, 밝은색 광물이 반복해서 쌓이다 보니 단면을 보면 양파처럼, 혹은 활짝 핀 꽃처럼 보이기도 한다. 구상반려암은 지구의 생성과 판구조론 연구에 있어 중요한 지질유산으로 꼽힌다.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