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애국지사지만 내가 못나 이런 걸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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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잘못인데요 뭐. 할 수 없죠."

앵글에 박스를 얹어 만든 간이침대에서 하루 대부분을 살아가는 장동근(74·부산 동구)씨는 푸념하지 않았다. 그저 모두 '내 탓'이라고만 했다. 독립운동가였던 아버지를 5살에 잃고 홀로 되신 어머니 밑에서 누나 둘과 함께 '살아내야' 했던 외아들 장 씨는 아버지의 빈자리를 채워드리지 못해 어머니께 한없이 죄송하다고만 했다. "어머니가 저 때문에 고생만 하다 가셨어요. 저 대학 공부까지 시켜주셨는데…."

장화윤 지사 아들 장동근 씨
가족 없이 열악한 집서 생활
부산시, 주거 개선 진행키로


장 씨는 1.4 후퇴 때 부산으로 내려오는 바람에 누이 둘 외에는 친척도 없다. 그 누이들마저 요양병원과 서울에, 뿔뿔이 흩어져 있고 부인과는 슬하에 자녀도 두지 못한 채 20년 전 이혼해 지금 장 씨 곁에는 아무도 없다. 장 씨는 혈압과 당뇨로 인해 몸이 좋지 않아 말을 잇는 것조차 힘겨워했다.

장 씨의 아버지 장화윤 애국지사는 평안북도 삭주 출신으로 1919년 고향 창성에서 3·1독립만세운동을 주도하다 체포돼 옥고를 치렀다. 이후에는 창성군에서 항일독립운동과 군자금 모집 활동을 하다 1920년 또 한번 체포돼 징역 2년6개월형을 받고 다시 옥에 갇혔다. 갖은 고문 끝에 그는 결국 불구의 몸으로 출옥했지만 중국 산서성으로 망명해 항일운동을 계속했다. 대한민국 정부는 그의 공로를 기리기 위해 1990년에 건국훈장 애족장을 추서했다.

하지만 가족들의 삶은 힘겨웠다. 독립운동으로 가정을 돌볼 새가 없어 장 씨의 어머니가 허드렛일로 자식 셋을 키웠지만 유족들의 삶은 고단했다.

실제로 부산시와 부산지방보훈청이 독립유공자 유족들의 생활실태를 조사한 결과 453가구 중 75가구는 차상위계층 이하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 중 8가구는 기초수급대상자였다. 부산시 관계자는 "실제로 차상위 이상인 이들도 유족 연금을 일부 받고 있긴 해도 대부분 생활 수준이 높지 않았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애국지사의 후손 중 주거 환경이 특히 열악한 가정 5곳을 선정, 8천만 원의 예산을 들여 주거환경개선사업을 벌였다. 부산시는 14일 이들 다섯 가구 중 한 곳인 부산 수영구 김현구(80) 씨 집에서 준공식을 개최한다.

이현정 기자 yourfo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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