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시경 국소치료, 말기 담도암 환자에 희망의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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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신대 복음병원 박은택 교수의 '광역동성 치료' 학계 주목

고신대 복음병원 췌담도내과 박은택 교수가 내시경 치료법으로 수술이 불가능한 간문부암 환자의 담도를 치료하고 있다. 고신대 복음병원 제공

담도암은 매우 까다롭다. 진단이 어렵고 치료를 위한 수술이 쉽지 않다. 이 담도암 가운데 한국인에게 흔한 간문부암은 더하다. 간문부는 간 내 담도와 간 외 담도를 연결하는 부위다. 간문부암은 병세가 금세 악화해 환자 생존율이 낮은 편이다. 진단 후 사실상 수술이 불가능하다.

수술 불가능 '간문부암'에 적용
국소적 조직 괴사로 담도 개통
폐쇄증세 현저히 줄이고
간기능 양호한 상태로 유지
암 진행 멈추는 사례도
평균 생존 기간 12~18개월로 연장


그래도 손을 놓고 지켜볼 수만은 없는 일이다. 간문부암으로 담도가 막히는 담도 폐쇄 증세가 시작되면 환자의 상태는 극도로 악화된다. 특수 치료로 환자의 담도를 뚫어 폐쇄 증세를 해소하면 환자의 삶의 질이 크게 높아진다. 담도 개통 치료를 시행하면 환자의 수명 연장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고신대 복음병원 췌담도내과 박은택 교수는 수술이 불가능한 진행성 간문부암에 대한 내시경적 국소치료법인 '광역동성 치료(PDT)'를 활발히 펼치고 있어 지역 의료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내시경 시술로 간문부암 환자의 담도 개통 효과를 극대화하는 치료법이다. 박 교수는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주관 '2015 국제 소화기내시경 학술대회(IDEN)'에서 간문부암 광역동성 치료 성과를 발표했다.

■담도 막히면 환자 상태 급속 악화

우리나라에서 담도암은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질병관리본부 자료에 따르면 2000년 인구 10만 명당 5명꼴로 나타나던 담도암은 지난해는 10만 명당 12명꼴로 환자가 나와 발병률이 배 이상 늘었다. 국내 담도암 환자 가운데 70% 이상이 간문부암 환자이다. 간문부암은 진단 후 5년 생존율이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의료적으로 '예후가 매우 불량하다'고 표현한다. 발병 후 전이 속도가 매우 빠른 까닭이다. 담도암 전체로 보면 진단 후 환자가 사망에 이르는 기간이 췌장암 다음으로 짧다.

박 교수는 "보통 간문부암으로 진단되는 단계에선 수술이 불가능한 상태로 암이 번진 경우가 많다"면서 "암 전이 경로와 특성상 조기 진단도 어려워 매우 까다로운 암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술이 불가능한 상태로 진단된 진행성 간문부암 환자는 주로 담도 폐쇄 증세가 오면서 상태가 급격히 나빠진다. 따라서 담도 개통 상태 유지 여부가 핵심 관건이다.

담도 배액관 내로 종양이 침범하거나 2차 감염이 오는 경우 또는 담즙 찌꺼기가 쌓이면 담도 폐쇄 증세가 초래된다. 원활히 개통돼 있어야 할 담도가 막혀버리면 담관염, 패혈증 등의 합병증이 유발돼 환자가 위험한 상태에 빠질 수 있다.

간문부암 환자는 담도 개통이 잘 유지되도록 하는 치료로 담도 폐쇄에 따른 패혈증 등을 예방해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어떤 치료법으로도 담도 폐쇄를 완벽하게 해결하지는 못한다. 막힌 담도를 인위적으로 뚫기 위한 시술을 반복하다 보면 환자의 고통이 높아져 삶의 질이 추락하게 된다.

박 교수가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국제 소화기내시경학회에서 간문부암 내시경적 국소치료 성과를 발표하는 모습.
■효과적 담도 개통으로 생명 연장

내시경적 국소치료법인 광역동성 치료는 다른 치료법에 비해 담도 개통 효과가 매우 뛰어나다.

박 교수는 "광역동성 치료는 담도 배액술을 시행하기 전에 국소적인 조직 괴사를 유발해 담도 개통이 더욱 오래 유지되므로 환자 증세 개선에 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광역동성 치료를 위해서는 먼저 악성 및 이형 세포에 잘 들러붙는 인체 무해 특정 광과민 물질을 환자 혈관으로 주사한다. 이후 인체에 해가 없는 일정 파장의 가시광선을 암세포에 쪼이면 광과민 물질이 침착된 악성 세포가 괴사한다. 더불어 주변 혈관도 파괴돼 암세포 사멸을 유도한다.

박 교수는 2010년부터 5년여 동안 모두 112명의 환자에게 광역동성 치료를 시행했다. 대상 환자의 70% 정도가 수술이 불가능한 상태의 간문부암 환자였다. 나머지는 수술이 불가능하거나 수술을 거부한 간외담도암, 담낭암 등으로 담도가 침범된 환자들이었다.

광역동성 치료를 시행하지 않은 수술 불가능 진행성 담도암 환자의 평균 생존 기간은 3~6개월이다. 박 교수가 광역동성 치료를 시행한 담도암 환자의 평균 생존 기간은 12~18개월이었다.

박 교수는 "광역동성 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담도 폐쇄 증세가 현저하게 줄어 일단 삶의 질 향상이 보장된다"면서 "담도 개통이 잘 유지돼 이유 없는 감염이나 간 기능 악화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암 진행이 멈추는 등의 치료 효과가 확인됐다"고 말했다.

더불어 박 교수는 "광역동성 치료는 국소적인 종양 괴사를 유발함으로써 담도 배액관 개통률을 높여 환자 간 기능이 오랜 기간 양호한 상태로 유지되도록 돕는다"면서 "이 기간에 다양한 추가 치료법을 적용할 수 있어 환자 생존율 향상에 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박 교수의 치료 성과는 SCI(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급 국제 학술지인 '소화관과 간(Gut and Liver)'에 오는 연말 게재될 예정이다. 박 교수는 학술지 측 요청으로 논문을 쓰고 있다. 이현우 기자 hoor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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