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버스에 쏟아 낸 현란한 물감 대지를 박차 오르는 '말' 되다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갤러리 마레 김석영 전

김석영 '곡신'. 갤러리 마레 제공

캔버스 위에 격정적으로 쏟아낸 물감들. 그린 것이 아니라 물감을 그대로 쏟아낸 것 같다고 느낀 건 기존 회화에선 좀처럼 만날 수 없는 두꺼운 질감(마티에르)을 가졌기 때문이다.

수십 개의 물감을 그대로 쏟아낸 것 같지만 놀랍게도 작가는 자신이 보여주고자 한 형상을 또렷이 만들어낸다. 대지를 박차고 달리는 말, 쏟아지는 빗속에 당당히 서 있는 말, 금방이라도 뛰쳐나갈 것 같이 앞발을 들고 선 말까지 역동적인 움직임을 그대로 잡아낸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갤러리 마레에서 전시 중인 김석영 작가의 작품이다. 갤러리 마레 사윤주 관장은 4년 전 김 작가를 발굴해 국내외 아트페어에서 매번 '완판'(작품이 모두 팔림) 신화를 만들어냈다.

사 관장은 "말을 소재로 그리는 그림을 작가는 아주 많다. 심지어 사진처럼 생생하게 말을 묘사하는 작가도 있다. 그러나 김 작가의 말을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작가만의 독특한 표현이 있다. 이렇게 많은 색을 사용하고 이렇게 두꺼운 질감을 만들면서 이렇게 조화롭게 다스릴 수 있는 작가는 흔치 않다. 이런 이유로 아트페어에서 처음으로 김석영 작가의 작품을 본 사람들이 구매하는 것이다. 4년째 아트페어에서 '완판'을 기록한다는 건 그만큼 작품으로 관객을 설득했다는 뜻이다"고 설명한다.

김 작가가 그린 말은 대부분 '곡신'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곡신'은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구절로 "땅에 풀과 나무가 자라고 벌레들이 생기고 새들이 먹이를 위하여 모여드니, 식물들이 자라고 동물들은 기운이 생동하더라"며 그 상태를 '곡신(谷神)'이라고 한다. 작가는 자연과 대자가 가진 무한한 에너지, 생동과 생명의 뿌리를 스스로 '곡신'으로 해석했다.

한편으론 시골에서 십 남매의 막내로 태어나 들과 냇가를 뛰어다니며 행복하게 놀았던 작가의 유년 시절 기억이기도 하다.

작가의 마음은 작품을 통해 그대로 드러났다. 사 관장은 김 작가의 전시를 찾은 관객들은 1~2시간 하염없이 그림을 보고 울다가 웃다가 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개인적으로 매우 힘든 상황인데 이 그림을 보니 왠지 위로가 되고 눈물이 난다는 반응이란다.

안타깝게도 이번 전시를 마지막으로 김 작가의 그림을 몇 년간 만날 수 없을 것 같다. 김 작가의 실력을 알아보고 세계적인 갤러리에서 최근 김 작가와 전속 계약을 맺은 것, 김 작가는 당분간 그 갤러리의 지원을 받아 외국에서 몇 년간 작품 활동에만 매진할 계획이란다. 이번 부산 전시는 갤러리 마레와의 특별한 인연으로 성사되었고 전시 첫날 모든 작품이 판매되었다.

▶김석영 전=30일까지 갤러리 마레. 051-757-1114. 김효정 기자 teresa@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