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BJ에 억대 별풍선 날린 '간 큰 경리'
한 인터넷 방송에서 수천 개의 별풍선을 펑펑 터트리며 많은 시청자와 비제이(BJ·인터넷 방송 운영자) 사이에서 '큰손'으로 인정받던 최 모(21·여) 씨. 그는 소문과 달리 '금수저'가 아니었다.
최 씨는 부산 영도구의 한 선박 관련 업체에서 일하던 평범한 5년차 회사원이었다. 2011년 2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학교 추천으로 그해 10월 이 회사 경리직으로 일을 시작했다.
회삿돈 4억 2천여만 원 횡령
유료 아이템 '별풍선' 선물
150만 개 1억 5천만 원 펑펑
나머지 돈은 생활비로 써
직원이 6명뿐인 회사에서 최 씨는 회사 공금관리를 맡았다. 거래처에서 공사 대금을 받고, 직원 월급을 주는 업무였다. 3년 넘게 일하면서 회사 사람들의 신뢰를 얻었다.
지난해 3월, 그동안 부모님과 살던 최 씨는 회사 근처에 자취방을 얻어 독립했다. 퇴근한 뒤 최 씨를 반갑게 맞아주는 것은 그가 돌보던 반려견 한 마리뿐이었다. 최 씨는 친구도 잘 만나지 않았다.
그 무렵 최 씨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한 남성이 나타났다. 그는 한 인터넷 방송사이트의 인기 남성 BJ였다. 매일 오후 10시가 되면 그를 만날 수 있었다.
부모에게서 독립한 최 씨는 생활비가 쪼들렸다. 결국, 자신이 관리하던 회사 법인 통장에까지 손을 대기 시작했다.
한 번에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까지 거래처 등에서 입금되는 공금을 자신의 계좌로 이체했다. 회사에 돈이 필요하면, 다시 회사 통장으로 옮기는 수법이었다. 1년 6개월간 모두 4억 2천여 만 원의 회삿돈을 빼돌렸다.
최 씨는 인터넷 방송을 보며 자신이 좋아하는 남성 BJ에게 '별풍선'을 날렸다. 인터넷 방송에서 판매하는 유료 아이템인 별풍선은 시청자가 사서 BJ에게 선물할 수 있다.
최 씨는 많으면 하루에 200만~300만 원어치의 별풍선을 보냈다. 자신의 별풍선 세례에 기뻐하는 BJ들이 닉네임을 한 번 불러줄 때마다 우쭐해졌다. 함께 방송을 시청하는 사람들은 그를 '회장님'이라고 불렀다. 최 씨가 사들인 1억 5천만 원어치의 별풍선 150만 개가 인터넷 방송에 뿌려졌다.
최 씨는 5천만 원의 거액을 한 유명 남성 BJ에게 빌려주기도 했다. 이 돈을 받은 BJ는 '최 씨가 자신을 좋아해서 준 것이지, 빌린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해당 BJ는 최 씨 덕분에 2억 원 가까이 수입을 올렸다.
1년 넘게 빼돌린 회삿돈으로 인터넷 방송가에서 재력을 과시한 최 씨의 열혈 팬 활동은 회계 장부가 이상한 것을 발견한 회사 관계자의 신고로 막을 내렸다.
최 씨는 별풍선을 사서 BJ에게 선물한 이유에 대해 "취미생활이었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였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별풍선을 사는 데 쓴 돈 외의 나머지 2억여 원은 생활비로 썼다고 말했다.
부산 영도경찰서는 지난 16일 횡령 혐의로 최 씨를 구속했다고 28일 밝혔다. 민소영 기자 missi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