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가영의 20살, 다시 시작이다 (인터뷰)
“아직 교복이 더 편하긴 해요.”(웃음)
배우 문가영은 2006년 영화 ‘스승의 은혜’로 데뷔한 뒤 벌써 10년째 연기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소녀에서 어느덧 20살 성인 문턱도 넘었다. 그리고 이번엔 영화 ‘커터’를 통해 스크린 첫 주연을 꿰찼다. 문가영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너무 떨리고 긴장된다”고 소감을 말했다.
‘커터’는 술에 취한 여자들이 사라지는 밤, 그들을 노리는 검은 손길과 그 속에 말려든 고등학생들의 충격적인 살인 사건을 그린 범죄 영화. 문가영은 세준(최태준)을 짝사랑하면서 비극적인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여고생 은영 역을 맡았다. 영화 속에서 티 없이 밝게 웃는 모습은 영락없는 고등학생 모습이다.
그녀는 “연기적인 부분에서는 교복을 벗고 싶었다”면서 “미성년자일 때는 아무래도 제한이 많을 수밖에 없다. 성인이 되고, 숫자가 바뀌니까 어떤 모습을 보여드려야 할지 신중해졌다”고 연기적인 고민을 들려줬다.
그러면서 “교복을 입고 안 입고의 차이가 아니라 당장 내 나이에서 가장 잘할 수 있는 걸 선택하는 게 현명하다고 생각했다”고 그 고민의 결과를 내놨다. 또 “아직 교복이 더 편하고, 내 옷을 입은 느낌”이라면서 웃음도 잃지 않았다.
사실 은영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영화의 비극적 결말을 품고 있는, 없어서는 안 될 인물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초반부 은영의 해맑은 웃음이 그 비극을 극대화한다.
문가영은 “지금까지 분량에 연연하지 않았다”며 “분량 따지지 않고 (작품에서) 흔적을 남겼다면 성공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어 “요즘 보기 드문 순수하고 맑은 아이”라며 “그래서 비극이 더 안타까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무래도 비중이 작다 보니 인물에 대한 설명도 충분치 않다. 개인사는 물론 세준을 짝사랑하는 이유, 윤재(김시후)와의 관계 등 은영과 관련된 이야기에 개연성이 다소 떨어지는 것도 사실. 문가영 역시 이 점을 아쉬워했다.
그녀는 “연기를 하려면 동기 부여가 필요했다”며 “은영만의 개인사를 나름대로 창작했다”고 설명했다. 세준을 향한 마음은 아빠의 영향을 받았다고 결론 내렸다. 아빠의 부재를 세준이 대신해준다는 의미다. 윤재와의 관계는 오직 세준과 가까워지기 위함이라는 게 그녀의 해석이다.
또 후반부 등장하는 파격적인 장면에 대해서는 “은영은 후반부 비극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며 “처음에는 걱정되고 부담됐다. 저한테는 파격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몰랐는데 감독님이 믿음을 주셨고, 상대 배우와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며 “걱정했던 거에 비해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고 기억했다.
■아역에서 성인으로 가는 길목
스크린 첫 주연 신고식을 마친 문가영은 이제 아역이 아닌 성인으로 넘어가는 시점이다. 그녀뿐만 아니라 수많은 아역 배우의 고민이기도 하다.
문가영은 “남들보다 좋아하는 걸 빨리 찾았다는 점은 감사한 일”이라면서 “어떻게 변화를 줄지 요즘 숙제이기도 하다”고 털어놨다. 이어 “연기 방식과 신념을 다 버리고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하자는 게 지금과 작년 20살 됐을 때 생각”이라고 말했다.
5월 방송 예정인 JTBC ‘마녀보감’은 성인 문가영으로 가는 출발점일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해왔던 역할들과 180도 다르다”는 게 그녀의 설명이다.
문가영은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배역이고, 한 번쯤 꿈꿔왔던 액션”이라며 “정반대의 문가영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고 예고했다.
사진=강민지 기자
황성운 기자 jabong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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