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나비 "왜 음악 시작했냐고요? '관종'이라서요. 하하"(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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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음악을 시작했냐고요? ‘관종’이라서요.”
 
자신들을 ‘관종’(관심받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하면서 유쾌하게도 웃는다. 92년생, 원숭이띠 동갑내기 다섯 명이 뭉친 밴드 잔나비다.
 
리더이자 보컬 최정훈은 “왜 밴드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왜 음악을 했는지는 알겠다”면서 “그냥 튀고 싶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관종’이냐고 묻자 “그렇다”고 스스럼없이 답한다. 다들 비슷한 생각인 듯 수긍하는 눈치로 웃는다.
 
여기에 기타 김도형은 “저희가 어렸을 때 록을 듣고 자라면서 헤비메탈 정신이 강하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귀엽고 유치하기도 하다”며 “평범한 것을 싫어한다. 남과 같은 것도 싫다. 그래서 관종”이라고 거든다.
 
스스럼없이 털어놓는 속내가 20대 중반, 젊은 청년들의 풋풋함을 그대로 드러낸다. 이들의 노래 또한 그렇다. 싱그러운 풋풋함은 물론이거니와 ‘남과는 다른’ 것을 지향하기 때문에 자신만의 색깔도 확실하다. 지난 4일 발매한 첫 정규 앨범 ‘몽키 호텔’(MONKEY HOTEL)이 이를 증명한다.
 
■ 색깔을 담았죠, 아주 독특한
 
지난 2014년 싱글 ‘로켓트’를 발표하고 데뷔한 잔나비는 2년 만에 첫 정규 앨범을 발표했다. 바로 ‘몽키 호텔’이다. 타이틀 곡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을 비롯해 열 개의 자작곡이 수록됐다.
 
특히 이번 앨범은 앞으로 잔나비가 이어갈 시리즈 앨범의 첫 시작이자 ‘몽키 호텔’이라는 이야기의 첫 장이다. 그래서 장황한 이야기 보다는 앞으로의 시리즈물을 이끌고 나갈 등장인물에 대한 성격을 각 곡마다 부여했다. 개별 곡으로 인물들을 하나하나 자세히 표현하는 셈이다.
 
콘셉트는 최정훈의 머릿속에서 나왔다. 그는 “홍콩을 놀러 갔을 때 원숭이의 해여서 길거리에 원숭이가 많았다”며 “호텔에 가니 벨보이가 원숭이 모자를 쓰고 있었다. 반대로 우린 잔나비니까 벨보이 복장을 하면 재밌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해서 '몽키 호텔'이 시작된 셈이다.
 
여러 가지 시도도 많이 했다. 올드팝 느낌을 내고 싶었다고 밝힌 최정훈은 “악기도 60~70년대 것을 구입해 녹음하기도 하고, 어떤 곡은 노이즈가 심함에도 불구하고 테이프 녹음을 하기도 했다”며 “‘몽키 호텔’이라는 주제 아래 역할 놀이 하듯 놀면서 작업했다”고 말했다.
 
잔나비의 앨범 발표는 몇 차례 연기되기도 했다. 지난 6월 단독 콘서트를 개최하기 이전에 발표됐어야 할 앨범이지만, 한 달 반이 넘어서야 세상에 선보여졌다. 처음으로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하다 보니 시행착오가 많았다는 것이 잔나비의 설명이다. 
 
“첫 정규앨범은 중요한 의미라고 생각해요. 그 팀을 단정 지을 순 없지만, 분명히 첫 번째 앨범은 이 팀의 행보나 앞으로의 방향을 제시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첫 단추를 잘 꿰려고 노력했어요. 저희의 ‘첫 단추는 이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작업물이에요.”(유영현)
 
■ 3인조 밴드, 그리고 다섯으로 거듭나기까지
 
‘몽키 호텔’이 잔나비의 첫 정규 앨범이라는 점에서 뜻깊지만, 유독 더욱 남다르게 생각하는 두 사람이 있었다. 드럼 윤결과 베이스 장경준이다. 장경준은 “결이와 밴드에 합류한 뒤 OST 작업만 했다”며 “저희도 함께 참여한 앨범이라 애착도 가고, 만족할 만한 작업물이 나와 굉장히 기쁘고 설렌다”고 밝혔다. 윤결 또한 “아직까지 얼떨떨하다”면서 “앨범 자체도 처음 내보는 거라서 기대도 많이 된다”고 설렘을 감추지 않았다.
 
장경준과 윤결은 뒤늦게 잔나비에 합류했다. 잔나비가 첫 싱글을 발매하고 1년여 간 활동 할 때는 최정훈, 김도형, 유영현 세 사람으로만 구성된 3인조 밴드였다. 이후 동네친구이자 세션으로 참여하며 잔나비를 도와주던 장경준이 정식으로 합류하게 됐고, 장경준과 대학 동기인 윤결까지 모여 다섯이 됐다.
 
최정훈은 “세 명이서 밴드를 하다가 갈 때까지 갔다”면서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다. 그 때 장경준과 윤결, 두 사람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래된 친구들이라 사이가 안 좋은 것은 아니었다”며 “그 시기에 셋 다 음악적으로 뭔가 부족하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음악적 자존감도 많이 떨어졌을 때라 항상 자괴감에 빠져 있었고, 그래서 세 명이 잘 뭉쳐지지 않았던 것 같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유익한 시간이었다”면서 “그 시기에 엄청난 성장을 했다”고 웃었다.
 
김도형 또한 “초반에는 음악적 견해가 달랐다”면서 “하지만 후반에는 서로의 의견을 조율해주는 리더를 따라야 한다는 걸 알게 됐다”고 위기 극복 비결에 대해 설명했다.
 
우여곡절 끝에 자리를 잡은 5인조 밴드 잔나비. 이들의 목표와 각오는 단순하다. “열심히 더 좋은 음악을 만들고, 앨범과 잔나비라는 이름을 많이 알리는 것”이다. “누군가를 따라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없다”는 평을 받고 싶다는 욕심도 내비쳤다.


 
■ 무대 위에서 가장 빛나는 잔나비
 
잔나비는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2’ ‘구여친클럽’ ‘두번째 스무살’ ‘디어 마이 프렌즈’ 등 다수의 OST에 참여했다. 그래서인지 잔나비의 곡이 아닌 OST 곡들을 통해 먼저 알려진 느낌이 적지 않다. 물론 멤버 각각에게 남다른 의미로 각인되는 OST 곡도 있다. 하지만 밴드 잔나비가 가장 빛나고, 희열을 느낄 수 있는 건 청중과 호흡할 수 있는 무대다.
 
김도형은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으로 지난해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무대를 꼽았다. 그는 “어렸을 때 스쿨밴드를 하면서 저 무대에 서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며 “어렸을 땐 과연 내가 저런 곳에 설 수 있을까 싶었기에, 그 공연은 뭉클했다”고 밝혔다.
 
유영현은 “최근의 단독 공연이 기억에 남는다”며 “앨범 발매 기념 공연이 될 예정이었지만 발표가 미뤄져 ‘앨범을 기다리는 공연’이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신곡을 단독 공연에서 선공개 했는데 반응이 좋았다”며 “그래서 이번 앨범에 대한 기대가 더 커졌다고 해야 하나. 시기도 시기인지라 그때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고 덧붙였다.
 
다른 가수의 팬 앞에서 무대를 펼쳤던 순간을 꼽은 사람도 있다. 장경준은 “이승환 선배님 공연에 게스트로 참여한 적이 있다”며 “저희 팬들이 아닌 다른 가수분의 팬 앞에서 공연 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분들에게서 ‘너희는 열심히 해. 우리는 알아서 놀아줄게’라는 느낌을 받았다. 새로운 기분이었다”고 설명했다.
 
윤결은 잔나비 정식 합류 전의 오디션 공연이 아직까지 설렘으로 남아있다고 밝혔다. 윤결은 “잔나비 합류를 결정하기 위한 오디션 공연할 때 설레었다”면서 “끼를 많이 부리려고 했던 것 같다. 이후에 정식으로 합류하고 바로 단독 공연을 함께 했다”고 말했다.
 
최정훈은 암담했지만, 지금의 잔나비를 있게 한 공연에 대해 언급했다. “셋이서 밴드를 할 때 클럽 공연을 했다”며 “옆 클럽에서는 인기가 많은 밴드가 공연을 하고, 저희가 공연하는 곳에는 사람이 없었다. 무대에 오르기 직전 셋이서 ‘이 공연을 첫 시작이라 생각하자’고 말했다. 그때 당시가 앞서 말했던 우리끼리의 슬럼프 기간이다. 그 공연 이후로 뭔가 조금씩 잘 풀리기 시작했다. 오히려 힘을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진=강민지 기자
 
유은영 기자 ey2015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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