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잇는 문화공간 메세나] 고려제강 수영공장 'F1963'
문화 씨앗 품은 폐공장, 부산판 '지혜의숲(파주출판단지 도서관·복합문화시설)' 꿈꾼다
주말이면 늦은 아침을 먹고, 느긋하게 찾고 싶은 문화공간. 책을 읽다가 커피를 마시고, 전시를 볼 수도 있는 곳. 무더운 여름, 계곡이 부럽지 않은 이런 복합문화공간이 기업의 노력으로 잇따라 들어선다. 고려제강은 문을 닫은 수영공장을 부산 최대 복합문화시설로 리노베이션하는 F1963 문화재생 사업에 가속도를 내고 있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강서구에 대형 복합문화시설을 주민 참여형 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리모델링 공사 후 첫 공개
전시공간·중정·카페 구성
市, 예술인 레지던스 계획도
독서·휴식 결합한 새 형태
50만 권 대형 도서관 검토
문을 닫은 철강공장에서 부산 최대 복합문화시설로 탈바꿈 중인 'F1963'이 23일 리모델링 공사 시작 후 처음으로 새 모습을 선보였다.
F1963은 부산 수영구 망미동 옛 고려제강 수영공장 부지 등 2만 2279㎡ 대지에 연면적 1만 650㎡ 규모로 조성되고 있다. 전시공간(5933㎡)을 중심으로 △중정(중간마당) △상업공간 △브리지 △부속건물 △주차장 및 편의시설 등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중정'과 상업공간, 전시공간의 조화
주차창을 지나 주 출입구로 들어가면 제일 먼저 마주하는 공간은 중정. 이름 그대로 F1963의 중심부에 위치한 874㎡ 면적의 이 공간은 실내와 야외가 접해 있어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음 달 3일 개막하는 2016부산비엔날레 기간 동안 중정에선 '금난새의 문라잇 세라나데', 대니정 재즈연주회 등 특별공연과 지역 문화예술인이 참여하는 각종 공연이 펼쳐질 예정이다.
중정 둘레에선 상업공간(2148㎡) 조성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강원도 강릉에서 커피공장을 운영해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테라로사(Terarosa)' 등의 입점이 이미 확정됐다.
전체 공간의 60%를 차지하는 전시공간에선 부산비엔날레 '프로젝트 2' 전시작품 설치 작업이 한창이었다. 중정과 상업공간을 사방으로 둘러싸고 있는 이 공간은 작품 주제별로 흰색 칸막이로 구획돼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미 설치가 끝난 작품과 포장이 뜯겨지지도 않은 반입 작품들이 혼재해 있었다.
부산시는 F1963에 내년부터 국·시비 32억 원을 투입해 예술인 창작공간과 복지센터, 레지던스 및 공연전시 시설 등을 갖추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매머드 북카페' 조성 방안 유력
홍영철 고려제강 회장은 23일 F1963 조성 공사 현장에서 서병수 부산시장과 이 시설의 조성·운영을 위한 업무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후 "F1963 전체 공간의 상당 부분을 할애해 50만 권의 장서를 가진 세계적인 도서관으로 만드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고려제강은 옛 수영공장 부지뿐 아니라 내년까지 리노베이션 비용 130억 원을 투자하는 등 F1963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완공 이후 F1963 운영에도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고려제강 관계자는 "매머드 북카페를 조성하는 방안에 대해 전문가 자문과 조사·연구가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50만 권 장서를 토대로 독서와 전시·공연 관람, 휴식을 결합한 새로운 버전의 도서관을 만드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고려제강은 이미 일본의 쓰타야 서점과 경기도 파주시 '지혜의숲' 등에 대한 현지조사를 벌여 F1963에 조성할 매머드 북카페의 밑그림을 그려 놓았다. 이 중 2014년 6월 파주출판단지 내에 조성된 복합문화공간 지혜의숲은 8m 높이에 길이 3㎞가 넘는 서가에 50만 권의 책을 갖추고 24시간 개방하는 도서관과 서점, 카페와 레스토랑, 게스트하우스(지지향)까지 갖춰 전국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고려제강 측은 2016 부산비엔날레가 오는 11월 30일 폐막하면 향후 공간 활용 방안을 확정 지을 계획이다. 고려제강 측은 매머드 북카페 중심안과 함께 갤러리와 전시공간, 공연장 중심으로 꾸미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부연 설명했지만, 홍 회장의 언급에 비춰 부산판 '지혜의숲'으로 무게 추는 기운 듯하다. 박진홍 선임기자 jhp@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