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이런 곳도… 입소문 탄 '산복도로 시간여행'
지난 9일 오전 10시 부산 동구 부산역 광장주차장. 승객 10여 명을 태운 '이바구버스투어 타임머신여행' 버스가 출발하자마자 반주가 흘러나오고, 여행조교 권기훈(권반장) 씨가 시원하게 노래 한 소절을 뽑는다. 부산을 상징하는 노래, 가수 문성재가 부른 '부산 갈매기'다. "저 극장이 아직 있었나?" 버스가 범곡사거리에 다다르자 왼편에 '보림극장'이 나타난다. 수십 년 전 인근 삼화고무, 국제고무 등 신발공장 직원들이 영화 한 편으로 노동의 고단함을 달랬던 곳이다.
부산포개항문화관에서 부산 지명의 유래를 들은 여행객들이 곧장 맞은편 증산(甑山)으로 향한다. 올해 초 설치된 경사형 엘리베이터 덕에 5분 만에 다다른 정상. 증산전망대에 올라서자 동쪽으로 마린시티부터 서쪽으로 부산타워까지 부산의 전경이 한눈에 펼쳐진다. "이런 데가 있었나?" 투어 참가자들이 연신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린다. 권 조교는 "부산 시민들 중에서도 정작 지명의 유래가 된 증산에 올라와본 이들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부산 근현대사 코스 여행
'이바구버스투어' 인기
100일 만에 1200명 돌파
'타임머신여행'은 원도심여행전문업체인 부산여행특공대가 동구청과 협약을 맺고 지난 6월부터 선보인 여행 코스이다. 보림극장-부산포개항문화관-증산전망대-유치환의우체통-168계단 모노레일 등 동구지역 산복도로를 따라 부산의 근현대사를 들여다보는 코스로 짜여졌다. 오전 10시와 오후 2시, 하루 2차례(2시간 30분) 운행하지만 첫 달에는 손님이 별로 없어 버스가 빈 채로 다니기도 했다.
서서히 입소문을 타면서 매달 50%가량 손님이 늘어 100일째인 지난 11일 현재 1200여 명이 이용할 정도로 호응을 얻고 있다. 이날 투어에 참가한 김 모(46·여·광주시 문흥동) 씨는 "해운대나 태종대 같은 기존 관광지와 달리 산동네 꼭대기 아파트 등 산복도로 곳곳을 둘러보니 피란민들의 애환이 느껴지고 부산에 대해 좀 더 알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 사람도 모르는 진짜 부산 이야기'란 여행 부제처럼 부산 시민들의 참가도 꾸준해 지금까지 200여 명이 다녀갔다. 부산여행특공대 손민수 공동대표는 "초등학생 이하 어린이들은 부산의 역사를 배우고, 65세 이상 어르신들은 옛 추억을 떠올릴 수 있어 전 연령대에서 두루 이용하고 있다"며 "1000명 돌파를 기념해, 중·동·서·영도구 어르신들을 모시고 무료 여행도 마련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대진 기자 djrh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