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도래지에 하수 방류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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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환경공단 녹산사업소(이하 녹산하수처리장)가 인근 해상에 하수 방류를 준비 중인 것으로 본보 취재 결과 확인됐다. 하지만 인근 해역은 문화재보호구역이고 일대에 김 양식장 수십 호도 있어 환경단체와 어민들의 큰 반발이 예상된다.

부산시는 "관계 기관과 협의가 끝나는 대로 녹산하수처리장 하수를 하수처리장 인근 진우도, 눌차만 해상에 8개월간 임시 방류할 계획이다"고 8일 밝혔다. 일대 해안은 낙동강 하류 철새도래지로 문화재보호구역 179호로 지정돼 있다. 부산시는 방류를 위해 문화재청에 문화재보호구역 현상변경 허가 신청을 했고 문화재청은 지난달 31일 조건부 방류를 허가했다. 문화재청은 정화수를 수질 기준에 맞게 방류할 것과 분기별 1회 수질 퇴적물 모니터링을 할 것을 지시했다. 부산해양수산청과 인근 해역 방류에 대한 논의가 끝나게 되면 8개월가량 기존 해저 관로가 아닌 해상 관로로 하수가 임시 방류되게 된다. 녹산하수처리장은 인근 산업단지, 명지국제신도시, 명지 오션시티 등지에서 오는 오폐수를 정화해 하루에 7만~8만t가량을 방류한다.

녹산처리장, 8개월간 방류 계획
해저 관로 누수 놓고 법정 공방
눌차만 해상 관로로 방류키로
김 양식 어민 "수확량 감소" 반발

녹산하수처리장은 10㎞가량의 해저 방류관로를 통해 강서구 대항동 인근 먼바다에서 하수를 방류해 왔다. 그런데 2013년 12월과 2014년 1월 방류관로에서 구멍과 함께 누수 현상이 발견됐다. 이후 부산시와 환경공단은 지난해 12월 해저 방류관이 242m 구간에 걸쳐 심하게 찌그러져 있고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을 조사 결과 확인했다. 이후 시공사인 쌍용건설과 부산시 간에 관 누수 책임을 두고 소송이 진행 중이다. 부산시는 지난 4월 하자 구간 우선 보수를 진행하기로 했고 작업이 이뤄지는 동안 해저 관로가 아닌 눌차만 인근 해상 관로로 방류를 계획하게 됐다.

해상 관로 방류가 추진되면서 인근 지역 김 양식장 어민들은 하수 방류로 김 양식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인근 해역에는 김 양식장 400ha가량이 있다. 양식장은 전국적으로 품질을 인정받은 '낙동김' 생산지다. 녹산어촌계, 명지어촌계에서 80호가량이 김 양식을 하고 있다. 이르면 올해 말 방류가 시작될 경우 김 수확 시기와 겹치게 된다. 하수가 유입될 경우 양식장의 염분농도가 달라져 김 수확량이 감소한다는 게 어민들의 주장이다.

지난달 28일에는 부산시가 방류 계획 설명회를 했지만 1시간도 되지 않아 어민들의 반발로 설명회는 중단됐다. 녹산어촌계 최용락(62) 씨는 "2014년 해저관 누수 문제 때문에 임시로 해상 방류를 한 적이 있는데 그해 김 생산량이 3분의 1로 줄었다"며 "부산시의 잘못으로 하수관이 못 쓰게 됐는데 피해는 왜 어민들이 봐야 하느냐"고 말했다.

환경단체들도 문화재보호구역에 하수를 방류하는 것을 두고 생태계 파괴를 우려하고 있다. 연안에 하수를 방류하는 것이 향후 생태 오염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부산시 관계자는 "해저 관로를 사용할 수 없기에 인근 해안 방류밖에 대안이 없다"며 "어민 피해 최소화 방법을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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