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포진] 감기처럼 시작…'경험 못 한 통증'이 전조
입력 : 2016-12-06 19:14:07 수정 : 2016-12-08 11:36:39
극심한 통증을 동반하는 대상포진은 자칫 방치할 경우 신경통으로까지 악화될 수 있다. 사진은 환자가 열습포를 하고 있는 모습. 양산부산대병원 제공 직장인 박병수(54) 씨는 최근 체력이 많이 떨어졌다는 생각이 들어 헬스장에서 운동을 시작했다. 박 씨는 평소보다 많은 양의 운동을 갑작스럽게 하면서 근육통과 함께 피곤함을 느꼈다. 박 씨는 이후 심한 몸살감기에 걸렸고 어깨 팔 등에 통증이 심하게 왔다. 피부에는 수포가 생기면서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통증까지 찾아왔다. 견디다 못해 병원을 찾은 박 씨의 진단 결과는 대상포진이었다.
통증 3~10일 지나 피부 발진
띠 모양 군집 물집에 반점 동반
디스크·오십견 등 증상과 유사
운동·안면신경 마비까지 유발
신경통 발병 전 초기치료 필요
■스트레스 심한 젊은 층까지 확산
대상포진은 매우 심한 통증을 동반하는 수포(물집)가 군집돼 띠 모양 분포를 보이며 발생하는 바이러스 질환이다. 신체 어느 부분에도 나타날 수 있으나 주로 얼굴과 몸통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주로 중년 이후, 특히 노인에게서 많이 발생한다. 최근 들어서는 스트레스가 심하고 면역력이 떨어지는 수험생이나 20~30대 젊은 층에까지 확산돼 대상포진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느는 추세다.
통증 정도는 나이에 따라 차이가 나는데, 대개 나이가 많을수록 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피부 발진이 생기기 2~3일 전부터 통증이 발생해 많은 환자들이 잠들기 어려울 만큼 심한 통증을 호소한다.
원래 수두와 대상포진은 동일한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한다. 수두를 앓고 난 후 이 바이러스는 죽지 않고 우리 몸 중추 신경계 근처로 들어가 마치 동면하는 상태와 같이 존재한다. 그러다가 우리 몸의 면역기능이 떨어지면 다시 증식을 시작해 번식된 바이러스가 말초신경을 따라 나오면서 신경다발의 염증, 파괴를 일으켜 여러 가지 신경증상을 일으킨다.
■산고의 고통…복통, 호흡곤란 호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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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포진에 걸린 환자의 모습. |
대상포진은 초기에는 감기 증세처럼 시작해 발열과 오한이 있을 수 있고, 속이 메스껍고 배가 아프며 설사를 하기도 한다.
특징적 증상인 피부 발진은 심한 통증이 먼저 생기고 3~10일이 지난 후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신경통, 디스크, 오십견 등으로 오인하기 쉽다. 대상포진에 걸리면 처음에는 몸 한 쪽 부위에 통증이 나타나며, 그 이후 물집이 여러 개 군집돼 피부 반점과 함께 띠 모양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평소에 경험하지 못한 통증이 몸 어느 한 쪽에만 나타날 때는 대상포진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통증은 산고의 고통보다 더하다고 표현하는 사람에서부터 가려움 혹은 별 통증을 못 느끼는 경우까지 다양하게 있으며, 생기는 부위에 따라 복통, 호흡곤란을 호소하기도 한다.
감각신경 이상과 함께 부위에 따라서는 운동·안면신경 마비나 배뇨 장애, 일시적인 팔다리 힘 저하를 일으키기도 한다.
통증이 나타나고 1~10일이 지나면 피부반점과 물집이 생긴다. 처음에는 점점 뭉치면서 띠 모양이 되고 1~2주 후 껍질이 딱딱해져 딱지가 떨어진다. 피부 병변이 회복되고 난 뒤에도 보통은 '포진후 신경통'이라 해서 신경통이 몇 주, 몇 개월 혹은 몇 년간 발생할 수 있다.
양산부산대병원 피부과 고현창 교수는 "피부발진이 생기기 이전 두통이나 가슴·배 통증으로 X-선 검사나 초음파 검사와 같은 여러 가지 검사를 받는 경우도 종종 있다"면서 "일단 피부에 수포가 있건 없건 신체 한쪽만 아플 때는 대상포진을 의심하고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신경통으로 진전 전에 초기 치료 중요
대상포진이 발병하면 우선 대증요법으로 항바이러스 약제 등을 복용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 이환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교감신경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교감신경치료를 진행하면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 이행되는 비율을 감소시키며, 이 치료의 시기는 빠를수록 좋다. 발병 한 달이 지나면 이미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 넘어간 경우가 대부분이다. 신경통으로 전이되면 어떠한 진통제나 신경치료에도 만족할 만한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대상포진 치료는 휴식과 안정이 가장 중요하다. 또 물집이 번지거나 터지기 전에 치료를 받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 발병 초기부터 바이러스 치료와 통증 치료를 함께 받으면 최소한 대상포진 치료 후 통증이 계속되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 또 찬바람을 쐬지 않고 목욕 시에는 물집을 부드럽게 닦아주는 게 좋다. 통증이 심할 때는 열습포 방법이 도움이 된다.
고 교수는 "대상포진 예방을 위해서는 평소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 않아야 하며 과음이나 과로를 피하고 정기적인 운동이나 균형 잡힌 식사로 신체 면역력을 유지해야 한다"며 "보통은 대상 포진 환자와 접촉했다고 해서 전염되지는 않지만 수두를 앓은 경험이 없는 성인이나 영아에게는 수두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되도록 접촉을 피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세헌 기자 corni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