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Sea) 人] ㈜세화씨푸드 배기일 대표
"수출 효자 '김' 내년엔 미국 갑니다"
수출 약세로 여기저기서 한숨이 터져 나온다. 한데 유독 수산 분야에서만 수출 신장세 소식이 들려왔다. 참치에 이어 수출 신장을 견인하고 있는 건 김이다. 올해 지난달까지 모두 3억 2977만 달러(한화 약 34820억 원)의 수출액을 달성했고 연말까진 3억 5000만 달러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즈음, 배기일 ㈜세화씨푸드 대표가 떠올랐다. ㈜세화씨푸드는 1980년 우리나라에서 제일 먼저 김 가공을 시작한 기업으로 스낵김의 수출을 이끌고 있다. 동원양반김, 오뚜기김보다 이곳이 빨랐다. 배 대표는 수산물 수출과 관련된 일을 하는 한국수산무역협회 회장을 7년째 맡고 있기도 하다. 배 회장을 지난 6일 부산 금정구 ㈜세화씨푸드 사무실에서 만났다.
국내 첫 김 가공·수출
스낵김 시장점유율 50%↑
"김이 지천으로 널린 사하구 장림동에서 태어났어요. 나자마자 김을 만난 셈이죠." 그때만 해도 김 양식을 하는 집이 250가구에 이르렀을 정도로 김이 흔했다. 낙동김 전성시대였다. "부산수산대에서 대학원까지 졸업하고 수협에서 잠시 일하다 일본 유학을 갔어요. 도쿄수산대에서 박사과정을 밟았는데, 공부에는 취미가 없다는 걸 알았어요. 사업을 하기로 했죠. 한국으로 돌아왔는데 김이 눈에 딱 띄더라고요." 그렇게 김 가공에 발을 들였다. 일본에선 이미 갖가지 김 제품이 나와 인기를 끌 때였지만, 한국에서는 햇볕에 김을 말려 먹는 재래식 김이 전부였을 때였다.
"세화수산은 1986년도에 다른 수산물 가공까지 합쳐 수출 1000만 달러를 달성했고 이후 1800만 달러까지 갔지만, 이후 수출이 감소하고 어장이 줄면서 14년 전에는 김만 따로 떼어 경영하게 됐어요." 25년 전 처음 일본에 김을 수출한 뒤 지금까지도 배 대표는 '김 수출'에 주력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미국으로 수출도 예정돼 있다. "마트에 들어가 있는 스낵김의 절반 이상이 우리 공장에서 나간 거라고 보면 돼요." 세화김과 유사한 제품들이 마트 여기저기에 널렸던데 세화김은 보이지 않더라며 이유를 묻자, 풀무원 스낵김의 뒷면을 보여줬다. 제조사는 ㈜세화씨푸드였다.
"조미김은 손에 기름이 묻고 소금이 묻어서 꺼리는 사람들도 많아요. 3년 전부터 연구를 시작해 작년부터 내놓기 시작한 게 이 스낵김이에요." 제품이 히트하면서 이름만 대면 알만한 식품 회사 관계자들이 세화씨푸드를 찾아와 계약을 맺고 싶어 한다. 김 원료는 전라도에서 많이 나지만, 가공은 부산에서 많이 이뤄진다. 세화씨푸드는 품질 좋은 낙동김을 상당 부분 사용하고 있다.
"내수까지 확장하면 저희가 감당이 안 돼요." 대신 배 대표는 식품 개발에 주력하며 '내일'을 준비하고 있다. "내년부터 새로운 제품을 내놓을 생각이에요. 건강식품에 방점을 찍을 거고요." 배 대표는 건강 얘기가 나오자, 당부할 게 있다고 했다. 배 대표는 "단체급식 등에서 사고가 자주 나는 게 김밥인데, 김은 바싹 구워 먹어야 안전하고 맛도 좋아요"라고 말했다. 수산물 수출 신장세에 힘입어 올해는 처음으로 해양수산부와 수산물 수출 유공 포상도 한다. 오는 16일 배 대표가 회장으로 있는 한국수산무역협회와 해수부는 서울 더플라자 호텔에서 수산물 수출 확대 등에 공헌한 유공자에게 장관 표창과 수산물 수출탑을 수여한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