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첫 구름다리 자성고가교를 보행 공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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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동구 자성고가교를 보행 공원으로 만드는 안을 담은 조감도. 부산시 제공

부산 최초의 구름다리인 동구 자성고가교(길이 1078m)를 뉴욕의 하이라인파크와 같은 보행 공원으로 재탄생시키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당초 철거 예정이었던 자성고가교를 도시재생 차원에서 보행길로 되살릴 경우 인근 부산진시장과 자성대공원, 매축지마을, 미군 55보급창 부지 등을 연결하는 구도심 허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북항재개발 2단계 사업구간인 자성대부두에서부터 동천까지 연계시킨 큰 그림을 잘만 그린다면, 자성고가교가 도시재생의 촉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제시되고 있다.

市 , 철거 대신 재활용 검토
북항·동천 연계 '큰 그림' 땐
도시재생 구도심허브역 톡톡
서울역·해외처럼 명품화 가능
인근 주민 동의 우선 돼야


부산시는 '고가차도 철거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용역'(본보 5월 25일 자 3면 보도) 결과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자성고가교를 서울역고가 공원화사업(서울역 7017프로젝트) 같은 방식으로 재활용하는 방안을 최근 검토했다. 130억 원가량 드는 철거 비용이면 충분히 보행교 형식의 공원을 조성할 수 있는 데다가 이를 거점으로 사람들을 불러 들일 경우 북항재개발, 전통시장 활성화, 이바구길과의 연계 같은 긍정적 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박삼석 동구청장도 "뉴욕이나 서울처럼 부산도 큰 돈 들이지 않고 새로운 도시재생을 이뤘으면 한다"며 이 같은 방안을 환영했다.

그러나 고가교에 가려 그동안 피해를 봐 온 자성대공원 인근 주민과 상인들의 반발이 예상돼 당초의 철거 방침을 뒤엎기가 쉽지 않다는 게 딜레마다. 이들은 다릿발 철거로 인한 미관 개선과 일조권 확보 등을 기대하고 있다. 인근 아파트에 사는 주민 이 모(66) 씨는 "유모차가 다닐 수 있는 깨끗하고 활기찬 길이 된다면 찬성이지만, 우중충한 다리 밑을 채색하거나 보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변과 연계한 장기적인 개발 계획 없이 고가교만 덜렁 공원화 할 경우 자칫 도로에 갇힌 도심 속 '섬'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김승남 도시건축포럼B 대표간사(일신설계 사장)는 "북항재개발 2단계 구간과 동천을 연계하는 큰 그림을 잘 그린 뒤 고가교를 보행공원으로 만들면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송상현광장처럼 실패한 공원 사례로 남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준승 부산시 시정혁신본부장은 "그냥 철거하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보행교로 재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시민적 합의가 없으면 안 되는 사업이라 성급히 추진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주민 동의와 지지만 있다면 철도 폐선로를 재활용해 공원과 보행교를 만들어낸 해외 사례처럼 명물화 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시는 철거비의 10분의 1 수준인 재생 비용(510만 달러)으로 폐철로를 공원으로 조성 중인 미국 필라델피아 '리딩 비아덕트'(Reading Viaduct) 등을 성공 사례로 들고 있다. 일본 요코하마의 '개항의 길'도 철로를 재활용해 해안 산책로를 조성한 것이 도시재생에 도움을 준 사례다.

1969년에 건설된 자성고가교는 한때 부산을 상징하는 핵심 교통 인프라였다. 1990년대 후반부터 안전등급 C급 시설물로 판정을 받을 만큼 노후화 돼 보행교로 재활용할 경우 보강 작업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자영·조소희 기자 2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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