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 동주, 점점 투명해지는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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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두려움, 독립 향한 갈망 윤동주의 절절한 심정 오롯이

뮤지컬 '동주, 점점 투명해지는 사나이'의 한 장면. 극단 가마골 제공

뮤지컬 '동주, 점점 투명해지는 사나이'가 19일까지 한결아트홀에서 열리고 있다. 작품은 생체 실험을 당하며 죽어가는 시인 윤동주의 영혼을 다룬다. 윤동주가 죽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노래로 표현하는데, 노래는 그의 시에 창작곡을 덧붙여 피아노와 첼로가 라이브로 연주되는 형태다.

19일까지 한결아트홀서
별 헤는 밤·자화상 등
윤동주 시, 노래로 표현

생체 실험을 당하는 동주는 자신의 몸에 피가 빠지고 바닷물로 채워지면서 환각을 느낀다. 희미해지는 환각 속에서 동주는 가족을 만난다. 동주가 연희전문학교에 가겠다고 하자 아버지는 인문학은 돈벌이가 안 된다며 의사가 되라고 호통한다. 이 장면은 인문학이 취업에 도움되지 않는다고 취직을 목적으로 경영대나 공대를 가는 우리 현실과 겹쳐 보인다.

'자화상', '별 헤는 밤', '참회록, '쉽게 씌여진 시', '서시' 등 우리에게 잘 알려진 윤동주의 시 12편을 창작곡으로 바꿔 라이브로 들려준다. 공연에서 들은 윤동주의 시는 고등학교 수업 시간에 읽었던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일제 강점기 우리나라의 독립을 갈구했던 그.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시를 쓴 윤동주. 그가 어떤 마음으로 시를 썼는지 그 절절함이 전해졌다. 결국, 그 시대의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었던 그가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봄이 혈관 속에 시내처럼 흘러/돌, 돌, 시내 가까운 언덕에/개나리, 진달래, 노오란 배추꽃…' 1936년 작 '봄'이라는 그의 시다. 이번 공연에서 제일 처음 불린다. 이채경 연출은 "윤동주가 생체 실험을 당하면서 쓴 시는 아니지만, 자신의 미래를 예감한 것처럼 시를 쓴 것 같아 가슴이 아팠고, 그래서 이 시를 제일 처음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생체실험을 당하는 고통스러운 순간에도 동주는 자신의 시를 부른다. 공연이 끝난 후 관객들이 눈물이 머금은 채 웃으면서 빠져나간 것도 가장 따뜻한 시를 빚어낸 시인 윤동주의 아름다운 본성을 보았기 때문이다. 박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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