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서 찾은 길] '뉴타운·도시재생' 번지르르한 이름 아래 우리는 행복한가?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제인 제이콥스
선거 때마다 도시는 새로운 개발의 바람으로 나부낀다. 재개발과 재건축에서 뉴타운과 창조도시를 지나 요즘은 '도시재생'이 대세란다. 분명 큰돈을 들여 새로운 건물을 짓고 어떤 곳은 관광객이 꽤 늘었다는데 과연 이게 우리가 바랐던 행복인가 의문이다.
"돈만 가지고 되는 게 아니다. 돈으로 가난한 지역을 일소하고 음울한 지역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은 '희망 섞인 신화'로 존재할 뿐이다." "도시가 어떤 종류의 내적이고 기능적인 질서를 갖는지 알지 못한 채 도시의 겉모습을 계획하거나 어떻게 하면 질서정연함만을 부여할지에 골몰하는 것은 쓸모없는 짓이고 문젯거리만을 양산하기 십상이다."
이 글은 1961년 미국의 도시건축 비평가 제인 제이콥스가 600페이지에 달하는 책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에서 당시 성장과 희망의 정점에 있던 서구 도시계획에 대해 지적한 내용이다.
건축과 도시를 계획하는 일을 하다 보면 가슴이 답답하고 해답이 안 보일 때가 있다. 좋은 도시를 만들겠다며 생겨나는 이해하기 힘든 법규나 행정 지침들. 그때마다 이 책을 꺼내 읽는다. 여기 조목조목 지적한 문제들이 지금 우리가 하는 '도시 만들기'에 대한 비평 같아 가슴이 찔린다. 5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그 어떤 전문가의 이론보다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는 책상에서 나온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저자가 도시 공간 구석구석을 수없이 걸으며 체험했던 관찰과 고백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저자의 말은 "도시가 번영하고 번성하려면 '창조적이고 활력 있는 도시'가 되어야 한다"는 당연한 구호에 머무르지 않는다. "상업·주거지역 등 분리를 하지 말고 도시의 용도와 행태들이 섞여야 하고, 공공 공간은 다양한 부류의 사람이 이용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이 제공되어야 하며, 젊은이들의 창조적인 생각이 생겨나려면 오래된 건물을 남겨 놓아야 한다"는 등 구체적인 실현 방법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다시 선거의 계절이다. 이젠 수많은 계획보다 제대로 된 전략을 고민했으면 한다. 어떻게 하면 이 나라, 이 도시에서 우리가 행복할 수 있는지.
김승남
건축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