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침묵하지 않을 것이다' 나치 맞서다 희생된 비폭력의 순결한 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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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침묵하지 않을 것이다/러셀 프리드먼

백장미단 한스·조피 숄 남매와 크리스토프 프롭스트가 처형당한 뮌헨의 슈타델하임 교도소. 두레아이들 제공

"우리는 침묵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당신의 나쁜 양심입니다. 백장미단이 당신을 절대 평화롭게 놔두지 않을 것입니다!"('백장미단의 전단' 중에서)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독일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 백장미단은 히틀러와 나치의 독재에 용기 있게 맞선 독일 학생들이 만든 단체이다. 뮌헨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한스 숄과 조피 숄 남매, 크리스토프 프롭스트와 알렉산더 슈모렐, 빌리 그라프가 주인공. 이들은 나치의 유대인 박해가 심해지던 1942년 5월 백장미단을 만들어 1943년 2월 18일까지 활동하며 여섯 차례 '백장미단의 전단'을 만들어 뿌렸다.

독일 학생들이 꾸린 '백장미단'
전단 뿌리며 히틀러 저항 촉구
처형 순간까지 자유·투쟁 외쳐


멤버들이 몇 개월에 걸쳐 토론한 결과를 담은 백장미단의 전단은 히틀러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드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독일 국민들에게 나치 체제에 항거할 것을 촉구하고, 독일군 점령 지역에서 벌어지는 잔학행위를 폭로했다. 독일군은 결국 전쟁에서 패배하고 말 것이라 강조하고는 "이제 들고일어나 복수하고, 속죄하고, 가해자들을 처단해 새 유럽을 건설하자"고 호소하기도 했다.

백장미단은 '폭력 투쟁'이 아닌 '비폭력 저항'으로 잠자던 독일 국민의 양심을 일깨웠다. 숄 남매와 동료들은 "책임감 있는 시민이라면 독재 정권 아래서 과연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를 끊임 없이 고민했다.

그러나 이들의 투쟁은 얼마 안가 나치에 의해 적발된다. 1943년 2월 18일 마지막인 여섯 번째 전단을 뿌리다가 뮌헨대 교정에서 숄 남매가 붙잡힌다. 둘은 친구들을 보호하기 위해 전단 작성, 배포에 대한 모든 책임을 자처했다. 그리고 체포된 지 불과 나흘 뒤 프롭스트와 함께 단두대에서 목이 잘려나가 20대 초반의 꽃다운 나이에 생을 마감한다. 한스 숄은 처형장에서 "자유여 영원하라!"고 외치는 등 끝까지 투쟁을 이어갔다. 6월 13일엔 슈모렐과 백장미단의 후견인 쿠르트 후버 뮌헨대 교수가, 10월 12일엔 그라프가 각각 처형된다.
 

백장미단을 만든 숄 남매와 알렉산더 슈모렐, 크리스토프 프롭스트(왼쪽부터)
백장미단이 목숨을 걸고 뿌린 전단은 나중에 영국 전투기에 의해 독일 국민들은 물론 나치 점령지역 주민 등 수백만 명에게 전달되며 종전을 앞당기는 데 기여했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독일 소설가 토마스 만은 백장미단에 대해 "용감하고 영광스러운 젊은이들이여! 그대들의 죽음은 헛되지 않았습니다. 그대들은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라고 추모했다.

<우리는 침묵하지 않을 것이다>는 백장미단 단원들의 용기와 노력을 간결하고도 감동적으로 들려준다. 이들의 투쟁을 잘 이해할 수 있게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상황도 알기 쉽게 소개한다. 러셀 프리드먼 지음/강미경 옮김/두레아이들/136쪽/1만 2000원.

박진홍 선임기자 jhp@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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