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늦은 아이, 30개월 지나도 그대로라면 병원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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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성 언어 장애는 유전자 이상, 뇌의 기능적 이상, 양육환경 문제 등의 원인으로 일어난다. 아이가 언어 장애를 보일 때는 병원에서 언어 발달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부산일보DB

세 살배기 아들을 둔 주부 김이연(34)씨는 아이가 말이 늦어 걱정이 많다. 또래의 아이보다 표현력이 떨어져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한다. 보다 못한 김 씨는 병원을 찾았고, 아이가 '발달성 언어장애'라는 말을 들었다. 만 2세 아동의 약 15% 정도는 언어 발달 지연을 경험한다. 언어 발달은 아동의 인지 및 사회성 발달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아이의 초기 발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2세 아동 15% 언어 지연 경험
유전자·뇌 이상, 환경 등 원인
자칫 자폐성 장애 이어질 수도
언어치료 외 놀이치료도 병행

■유전자 이상, 양육 환경이 원인


신생아는 몇 가지 정서 반응을 통해 부모와 소통을 시작하고, 정서 발달이 진행되면서 소통 능력은 점점 향상된다. 정서 발달이 제대로 되지 못하는 유아는 정상적인 언어 발달을 기대할 수 없다. 정서, 사회적 발달과 언어, 인지 발달은 서로 밀접한 상호 연관성을 가지고 발전한다.

6개월 이후 감정 표현과 이해가 성숙해져 가면서 유아는 부모 지시나 명령을 따르기 시작하고, 자기 이름에 대한 반응도 하게 된다. 또 12개월경의 유아는 부모가 환경이나 대상에 반응하는 방식을 참고로 해서 세상을 배워간다. 돌 무렵에 '엄마, 아빠' 정도를 말할 수 있는 유아들은 18개월경에 30개 이상의 단어를 말하고, 곧 두 단어의 연결 문장을 말하게 된다.

24개월이 지나면 사용하는 단어는 수 백 개에 이르고, 문장은 점점 문법적인 요소가 갖춰지게 된다. 세 돌이 지난 아이들은 소통의 수단으로 주로 말을 사용하게 되는데, 언어 발달 지연 아동은 이때가 되면 친구와 어울리기가 어려워진다.

24개월에 30~50개의 단어를 스스로 말하지 못하고, 두 단어 연결 문장을 사용하지 못하거나, 간단한 심부름하기, 신체 부위 지적하기 등이 되지 않을 때 보통 발달성 언어장애라고 진단한다.

대동병원 소아청소년과 손병희 과장은 "발달성 언어 장애의 원인은 유전자 이상, 뇌의 형태나 기능적 이상, 양육환경 문제 등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환경적인 원인은 부모와 아이의 애착 형성 장애, 아동 학대가 있다. 언어 발달 지연이 있는 아이들은 흔히 조부모가 양육하는 경우가 많고 다문화가정의 아이에서 그 빈도가 높은 편이다"고 설명했다.

■언어 발달 치료 30개월경이 좋아

언어 발달 지연 아이의 진단은 환자 관찰, 보호자 면담으로 상태를 1차적으로 판단하고, 보조적인 발달 평가 방법인 영유아발달검사, 사회성숙도검사, 자폐증 평가척도 등을 이용한다. 엄마, 아빠 등의 기본적 단어를 말하지 못하거나 이름을 불러도 반응이 없는 아이는 청력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청력검사를 한 뒤에 발달검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언어 발달 치료는 30개월경에 시작하는 것이 가장 좋다. 치료는 1주일에 2회 정도의 언어 치료를 주로 하면서, 동반된 사회성이나 인지발달 영역의 지연에 대한 치료가 필요할 때는 감각통합치료나 놀이치료를 함께 해야 한다.

언어 발달 영역에만 지연이 있는 경우는 약 1년 정도의 치료 기간으로 정상적인 발달 수준에 도달하지만, 언어 발달 영역 외에도 인지, 사회성 발달에 심각한 지연이 동반된 경우는 몇 년 동안 여러 가지 발달 치료를 해도 인지장애나 자폐성 장애로 남는 경우가 있다.

이 때문에 사회성이나 인지 발달이 심하게 지연된 아이는 30개월 이전이라도 놀이치료나 감각통합치료 등의 발달재활치료를 언어치료보다 먼저 시작해서 언어 발달 이전 단계의 정서·사회적 소통 발달을 유도하는 것이 좋다.

■양육자와의 정서적 교감이 중요

언어 발달 지연을 보이는 아이는 사람의 눈, 얼굴, 움직임을 쳐다보고 상대편의 감정이나 의도를 이해하는 방법과 자신의 의사를 표정이나 행동으로 표현하는 방식을 익히는 것이 언어 발달을 위한 선행 조건이다. 그러므로 사회성 발달의 기초가 되는 가까운 양육자와의 정서적 교감과 놀이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미국소아과학회에서는 언어 발달이 늦은 아이들의 경우 스마트폰, TV, PC 등에 노출시키지 않고 스킨십이나 놀이 등 직접적인 접촉을 통해 여러 경로의 감각신경 통로를 자극받는 것이 좋다고 권고하고 있다.

손 과장은 "기다리면 저절로 따라잡는다고 생각하고 무작정 아이를 방치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언어 발달 지연은 학습을 통한 인지발달을 불가능하게 하므로 무작정 기다리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면서 "30개월이 넘어서도 일정 수준의 언어 발달이 되지 않으면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최세헌 기자 corni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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