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시 '세계 최장 케이블카' 추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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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려수도의 비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케이블카로 이른바 '대박'을 낸 경남 통영시가 이번엔 섬과 섬을 연결하는 세계 최장 해상케이블카를 추진한다. 시로서는 지난해 '포스트 케이블카'로 등판해 연타석 흥행에 성공한 루지의 바통을 이을 '포스트 루지'로 '3연타석 홈런'을 노리지만, 실현 가능성 희박한 정치선전용 공염불에 그칠 공산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7일 통영시에 따르는 올해부터 '미륵권-한산도간 해상케이블카 설치 사업'을 본격화 한다. 이 사업은 통영 미륵도 남쪽 끝에 자리 잡은 수산과학관을 출발해 6개 섬(학림도-연대도-오곡도-비진도-용초도-한산도)을 거쳐 현 한려수도조망케이블카 하부역사를 케이블카로 연결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섬과 섬을 잇는 국내 최초 해상케이블로, 전체 길이만 8개 노선 23.4㎞에 달한다. 지난 연말 개통한 세계 최장 베트남 푸꾸옥섬 케이블카(7.9㎞)보다 3배 가량 길다.

미륵산 케이블카 여세 몰아
사업비 4000억 민자 유치
6개 섬 23.4㎞ 연결 계획

비용 조달·기술적 한계에
"실현 희박한 정치선전용"


시는 이 케이블카가 남해안 섬 관광의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전환시키는 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시는 바다 위 중간지주를 없애고 각 섬에 정류장을 설치한다. 탑승객들의 섬 관광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추정 사업비는 4000억 원. 모두 민자로 조달할 방침이다. 이미 국내 유수 기업들과 물밑 접촉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기간은 착수일로부터 5년으로 잡았다. 이르면 연내 투자업체를 선정해 실시설계에 나설 계획이다. 예상대로라면 2022년 상업운전이 가능하다.

지난 3일 시작한 읍면동 연두순시 자리에서 일련의 사업계획을 '깜짝' 발표한 김동진 시장은 "관광 패러다임을 전환해야할 시점이다. 미래 관광은 바다와 섬에 집중될 것이다. 발상의 전환을 통해 새로운 상품 개발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회의적 시선도 적지 않다. 막대한 건설비용의 민간 조달과 장거리 해상선로의 기술적 한계 극복 등 선결과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 시장은 지난 2010년 취임 직후, 전임 진의장 시장이 추진했던 미륵도-한산도 간 해상케이블카에 대해 "500억 원 민자유치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백지화했었다.

시설 안전성도 문제다. 로프에 의지해 운행하는 케이블카는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강한 해풍이 시시각각 변하는 바다에선 더 그렇다. 육지에서도 통상 1㎞ 마다 중간 지주를 세운다. 그런데 시는 중간지주도 없이 섬과 섬을 연결할 계획이다. 짧게는 2.2㎞, 길게는 6.4㎞를 로프로만 지탱해야 한다. 기술적으론 가능해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때문에 정치적 선전용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는 6월 지방선거 4선 도전을 기정사실화한 김 시장은 해상케이블카 사업을 기자회견이나 공식 보도자료가 아닌 읍면동 연두순시 자리에서 발표했다. 그것도 일부 연관 지역에서만 언급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8년 전 500억 원도 불가능하다며 타당성 용역까지 끝낸 사업을 보이콧 해 놓고, 국내 경기가 완전히 바닥인 지금 4000억 원 유치를 호언하고 있다. 공식 발표 시 뒤따를 부담를 최소화하면서 정치적 잇속만 챙기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며 "제대로 추진될지 꼼꼼히 따져보겠다"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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