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로 뜬 부산경찰 'SNS 자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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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부산경찰 페이스북에 게재된 기장 삼각산 산불 관련 게시글과 댓글. '다른 큰 사건은 방관하다가 이런 거는 칼같이 올림' 등 비난성 내용이 많이 보인다. 페이스북 화면 캡처

'다른 큰 사건은 방관하다가 이런 건 칼같이 올림. 경찰이 겉치레만 한다는 편견이 생길 수밖에.'

지난 3일 부산경찰 페이스북 페이지에 기장 삼각산 산불 진화와 관련된 경찰 활동 소개글이 올라오자 달린 댓글이다. 이 댓글은 110여 개의 '좋아요'를 받았다. '불은 왜 방관 안 하세요? 가만두지 그냥 어떻게 되나'라는 댓글은 130여 개의 좋아요로 가장 많은 공감을 얻었다. 경찰관의 노고를 격려하는 댓글은 공감을 적게 받은 탓에 댓글창을 아래로 한참 내려야만 찾을 수 있었다.

직원 활약상 재치 있게 소개
'소통왕' 부러움 사던 경찰
미담 연출 논란 등 홍역 겪다
최근엔 "홍보만 하냐" 눈총

재치 있는 문구, 유쾌한 사진 등으로 한때 전국 공공기관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던 '소통왕' 부산경찰 SNS가 시민에게 외면당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미담과 활약상 위주의 홍보글만 올라온다는 비판이 점점 커지다 지난해 9월 발생한 여중생 폭행 사건을 기점으로 비난 여론이 폭주한 것이다.

8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부산경찰 SNS는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인스타그램 등 4개의 채널로 구축돼 있다. 이 가운데 33만여 명의 팔로어를 확보한 페이스북의 비중이 가장 크다. 이는 청와대(10만 명), 부산시청(16만 명), 서울시청(31만 명) 등 주요 기관보다 많은 수준이다.

하지만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부산경찰 SNS는 미담 부풀리기에만 급급하다는 비난에 휩싸이게 된다. 신입 여경이 자살 시도자를 뒤에서 끌어안고 있는 동안 선임 경찰관이 이 모습을 찍은 사건이 대표적이다. 여중생 폭행 사건 조사기간 업로드된 '경찰의 미행력.wmv'이라는 영상에는 '여중생 사건은 일언반구 않고 홍보만 하느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모포를 뒤집어쓴 개 사진 등 조작 논란도 있었다.

동아대 김대경(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시민들이 정보를 직접 발굴, 생산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했기에 발생한 일"이라며 "확증편향적 성격이 강한 SNS에서 신뢰를 되찾기 위해선 공권력을 가진 경찰이라 할지라도 투명성을 확보한 쌍방향 소통을 지속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한 번 잃은 신뢰를 되찾기란 매우 어려운 일임을 알고 있다"면서 "흥미와 재미를 유발하기보다는 시민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신속·정확하게 전달하는 창구로 SNS를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준영 기자 j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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