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학원 '성지고 홀대' 다른 이유 있나
부산외대를 운영하는 사학재단 성지학원이 재단 소유 성지고등학교의 인문계고 전환 조건으로 교육청과 협약한 학교 이전을 10년째 이행하지 않고 있는 데다, 학교 투자에도 인색해 '부실 운영' 논란에 휩싸였다. 일각에서는 재단 측이 현 학교 부지를 상업적 용도로 전용하기 위해 '고의 폐교 수순'을 밟고 있다는 의혹까지 일고 있다.
11일 학교법인 성지학원과 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부산 남구 우암동에 위치한 성지고는 2008년 공고에서 인문계 고교로 전환을 신청했다. 시교육청은 당시 학령인구 증가로 학교 수가 부족했던 기장군 정관읍으로 학교를 이전하는 조건으로 이를 수용했다.
정관 이전 약속 10년째 외면
학급 감축 행정처분 받고도
장학금 축소 등 투자 중단
일각 "폐교 후 부지 개발 의혹"
하지만 성지학원 측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협약을 무시하고 학교 이전을 나 몰라라 하고 있다. 이에 교육청은 학급 수를 감축시키는 행정처분을 내렸고, 당초 30학급 규모였던 성지고는 현재 18학급으로 줄어 '반쪽 학교'로 전락했다.
이런 흐름 속에 성지학원 측은 학교에 대한 투자도 대폭 축소해 학부모와 총동문회 등의 반발을 사고 있다. 성지고 총동문회 조길환 회장은 "학교 법인은 강만수 선수 등을 배출한 명문 배구부를 폐지하려 하고 장학금을 불과 4년 만에 8분의 1 수준으로 줄이는 등 학교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고, 교세가 줄어드는 것을 수수방관하고 있다"며 "이대로 가다간 2010년 폐교된 성지중학교의 전철을 밟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자 성지고 동문들이 십시일반 기금을 모아 장학금을 마련하고, 배구부에도 연간 1500만~2000만 원을 지원하는 등 총동문회가 앞장서 '모교 살리기'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시교육청은 성지고에 대해 최근 정관읍 대신 명지 신도시 이전을 제안하고 나섰다. 그동안 정관읍에 정관고가 신설된 반면, 명지는 인구 급증으로 학교 부족 현상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지학원 측은 '명지 땅값이 정관에 비해 너무 비싸다'는 이유를 내세워 이전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성지학원 측이 캠퍼스 이전으로 용도를 상실한 옛 부산외대 우암동 부지에 기업형 임대아파트 사업을 추진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성지고 역시 부지를 상업적 용도로 개발하려는 목적으로 폐교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성지학원 관계자는 "그동안 부산외대 이전에 주력하는 바람에 성지고를 옮기는 것까지는 미처 신경 쓰지 못했다"며 "장학금이 줄어든 것은 금리 인하로 가용 재원이 줄었기 때문이며, 배구부 역시 선수층이 얇아져 더 이상 유지가 힘들다고 판단했다. 폐교는 법인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고 밝혔다. 조소희 기자 ss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