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도래지 평강천, 대형 중장비 활보 곳곳에 철근 더미
부산 주요 겨울 철새도래지인 강서구 평강천 일대에 중장비 공사가 진행돼 환경단체의 비판 목소리가 높다. 소음과 진동으로 철새가 고통받아 왔지만, 담당 기관들은 "기초 공사라 영향이 미미하다"며 공사를 강행해 비난을 사고 있다.
13일 오전 10시 부산 강서구 대저2동 에코델타시티 5교량 건립 공사 현장. 대형 굴착기가 '쿵쾅쿵쾅' 소리를 내며 평강천에 쌓인 토사 위를 이리저리 활보하고 있었다. 불과 50m가량 떨어진 물 위에는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등 철새 수십 마리가 떼를 지어 있었다. 이곳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11교량 건립 현장은 공사가 중단된 상태였으나, 두꺼운 철근 더미가 곳곳에 쌓여 있었다. 철새들은 더러워진 물과 철근 말뚝 주변을 오가며 쉬고 있었다. 앞서 지난 9일엔 11교량에도 중장비와 인력이 동원돼 공사가 한창 진행됐다.
부산 강서 대저동 일대
에코델타시티 교량 공사
공사 기관도 관리 관청도
"큰 영향 없다" 공사 강행
"하천 친화 도시라더니…"
환경단체 등 비난 고조
5교량과 11교량은 각각 한국수자원공사, 부산도시공사가 공사를 맡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문화재구역으로 지정된 평강천에 대해 2015년 문화재현상 변경 허가를 받고 공사에 착수했다. 평강천은 철새들이 겨울철에 날아와 서식하는 곳으로 문화재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당시 이들 기관은 '겨울철에는 하천 주변에 대규모 토공사(흙을 다루는 공사)를 지양하겠다'고 신청서를 제출해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신청서와 달리 지난해 11월부터 중장비를 동원한 토공사가 진행돼 온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11교량의 경우 지난해 11월과 올 1월 현장 사진을 비교해 보면 평강천 한쪽에 바위와 흙으로 된 큰 언덕이 만들어졌다. 이 같은 성토 작업을 위해선 중장비, 인력 등이 적잖게 동원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습지와새들의친구 김경철 습지보전국장은 "대형 굴착기가 오가며 소음과 진동을 일으키는데 어떻게 대형 공사가 아니냐"며 "하천 친화적인 도시 건립이라는 에코델타시티의 취지와도 맞지 않는 행태며, 이로 인해 새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공사 담당 기관들은 '기초작업'에 불과하다고 해명한다. 부산도시공사 에코사업부 관계자는 "10월 이전 큰 공사들은 이미 끝내 놓은 상태며 단지 3월 이후 상부 구조물 공사 등을 위한 기초작업을 하고 있는 상태다"며 "3월 이후 본공사가 지연될 수 있어 불가피하게 제한적으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수자원공사 담당자도 "대단위 사업이 아닌 공사는 했으나, 새들이 떠나가지 않도록 주의해서 했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에 대해 문화재청의 소홀한 관리 감독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여태껏 현장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아 철새 피해를 키운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 천연기념물과 관계자는 "낙동강 쪽은 일주일에 2~3번씩 현장을 방문한다"면서 "교량 건립 장소는 몇 번 지나가면서 봤는데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