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월드컵은 마초들의 성폭력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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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성이 방송을 준비 중인 여성 리포터에게 달려들어 입을 맞추려고 하고 있다. CNN 홈페이지 캡처

러시아월드컵 열기에 편승한 성희롱, 성추행이 버젓이 기승을 부리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방송인을 대상으로 가슴을 만지거나 기습적으로 키스를 시도하는 일이 많이 발생하면서 월드컵 축제 분위기를 망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5일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월드컵 본선이 지난 14일 러시아 전역에서 시작된 이후 경기장 안팎, 온라인, 오프라인에서 주로 방송인들을 겨냥한 성폭력이 자주 목격됐다.

성희롱·성추행·차별 기승
여성 언론인 대상 집중 발생
생방송 중 기습 추행도 빈번
FIFA 관리 '팬존'서도 발생

버거킹 러시아는 월드컵 출전 선수들과의 성관계로 임신하면 상금 4만 7000달러(약 5000만 원)와 자사 햄버거인 '와퍼'를 평생 공짜로 주겠다고 밝혔다. 몰상식하다는 비판에 버거킹은 사과하고 제의를 철회했다. 아르헨티나축구협회는 축구 관계자와 기자들을 위해 '러시아 여자 고르는 방법' 지침서를 냈다가 몰매를 맞았다.

CNN은 이런 행태가 성차별이나 여성 혐오증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런 비상한 분위기 속에서 현지에 파견된 각국 여성 언론인들이 겪는 육체·정신적 시련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국제축구연맹(FIFA)에 따르면, 이번 대회에 참여한 기자 1만 6000명 중 여성은 14%다. 여성 언론인의 일부가 지난 2주 대회 기간에 성폭행, 성추행, 성희롱 등에 시달렸다고 보도했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의 스페인 채널 기자인 줄리에스 곤살레스 테란은 러시아 사란스크에서 방송하던 중 한 남성 습격을 받았다. 해당 남성이 가슴에 손을 대고 키스를 했으나 곤살레스 테란은 분노한 마음을 억누르고 리포트를 마쳤다.

언론인들이 경기장 근처에서 축구팬이나 취객과 마주칠 때, 대중교통 시설을 이용할 때, 심지어 생방송을 할 때에도 성폭력은 되풀이됐다고 밝혔다.

지난달 18일 러시아 니즈노브고로드에서 열린 한국과 스웨덴의 대회 F조 1차전에서 스웨덴 여기자 말린 웰베리가 리포트를 할 때 스웨덴 유니폼을 입은 남성이 그녀를 잡고 볼에 키스한 뒤 사라졌다. ESPN 아르헨티나의 방송기자인 아고스 라로카, 프랑스24 방송기자인 케테바네 고르제스타니도 비슷한 추행을 당했다.

CNN은 FIFA가 팬들을 위해 지정해 관리하는 구역인 팬존에서도 성추행, 성희롱이 끊임없이 목격됐다고 보도했다.

브라질 기자인 루이자 올리베이라는 "팬존에 취재하러 갔는데 최소 5명이 러시아 통역 여성에게 다가왔고 일부는 몸을 만졌다"며 "붉은광장에 갔다가 한 터키 남성이 여성 통역을 껴안고 셀카를 찍었다. 하지 말라고 했더니 자기 아내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고 혀를 찼다.

기자가 아닌 경기 해설자에 대한 폭력도 심각한 수위에 이르렀다. 영국에서는 비키 스파크스가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월드컵 경기 생중계를 맡았는데 포르투갈이 모로코를 이긴다고 했다가 성차별적 언사에 시달렸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첼시에서 활동한 제이슨 쿤디는 "여자 해설자 목소리는 듣기 거북하다"고 주장했다.

독일에서는 이런 작태에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강력 조치가 뒤따랐다. ZDF 방송은 자사의 해설자인 클라우디아 노이만을 겨냥해 소셜미디어에서 성차별적 폭언을 퍼부은 이용자 2명을 이날 형사고발했다. 브라질 '글로보에스포르테'의 기자인 아만다 케스텔만은 남성 축구팬들의 특권의식 탓에 성폭력이 빈발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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