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정책위 부의장 '지역 비하' 발언 논란
경남 통영 출신으로 차기 총선 출마가 유력시되고 있는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이 한 라디오 방송에서 고향과 고향민을 '시골, 촌사람'으로 지칭해 '지역 비하' 논란에 휩싸였다.
양 부의장은 지난 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의 한 코너인 뉴스닥에 게스트로 출연했다. 논란의 발언은 방송 초반 나왔다. 김현정 앵커가 '양문석 공공미디어연구소 이사장. 어서 오십시오'라고 말하자 양 부의장은 대뜸 "시골 방송인 양문석입니다"며 스스로를 소개했다. 이에 앵커가 '시골 방송인, 왜 시골?'이라고 되물었고, 양 부의장은 "삶의 근거지가 통영이기 때문에요"라고 답했다. 스스로 통영을 시골로 규정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라디오 방송에 나와
고향 통영 '촌'으로 지칭
지역 사회 "부적절" 지적
"더욱 조심하겠다" 사과
논란의 발언은 또 있다. 오늘의 주요 이슈를 묻는 질문에 양 부의장은 지난 러시아월드컵 독일 전 승리를 되짚었다. 이어 메이저리그 유명 선수의 명언을 소개하며 "사실상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것을 우리가 독일 전에서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그리곤 뜬금없이 "제가 통영에 살고 촌에 사니까 저같이 유명한 사람을 보기 힘들잖아요, 촌사람들은. 그래서 저를 보면 많은 이야기를 겁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스스로를 유명인으로 높이고, 지역민은 촌사람으로 낮잡아 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당황한 김 앵커가 `통영 분들 항의 옵니다. 우리가 왜 촌이야'라며 주의를 줬지만 양 부의장은 "통영까지 전파가 안 갈걸요"라며 대수롭지 않게 웃어넘겼다.
방송 내용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지역에선 적절치 못한 발언이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양 부의장은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2010년~2014년) 야당(현 민주당) 추천으로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낸 인사다. 시원하고 화끈한 논평으로 인지도를 쌓았고 정치적 꿈을 이루려 최근 고향으로 내려왔다. 이르면 내년 4월 보궐선거로 치러질 차기 총선에서 통영·고성 지역구 출마가 유력하다. 현재 민주당 경남도당 부위원장으로 통영고성지역위원장에도 공모했다.
그런데 이번 발언을 통해 지역을 한수 아래로 보는 편향적 시각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런 표현을 농담처럼 던지며 하나의 웃음거리로 삼았다는 점에서 "대단히 실망스럽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지역 정치권도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정치권 관계자는 "지역을 연고로한 정치인이 결코 해선 안될 말이다. 통영 사람들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이제 주워 담을 수도 없다. 앞으로 두고두고 문제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양 부의장은 다소 경솔한 측면이 있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지역 비하'는 절대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는 "무거운 주제들이라 가볍게 가자는 의미에서 나온 멘트였다. 전후 내용을 이어보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자기 고향을 깎아내릴 사람은 없다. 게다가 통영은 앞으로 정치를 해야할 곳인데 비하한다는 건 상식적으로도 맞지 않다"고 하소연 했다. 이어 "우스개소리마저 조심해야 하는 데, 혹여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며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이고 "앞으론 통영을 '태평양의 중심도시'로 소개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김민진 기자 mj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