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 이메일] 노숙자 들끓는 '진짜 하와이'
/임지연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미국 정부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하와이 노숙자 문제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7월 말 기준 하와이 호놀룰루 중심지에서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진 노숙자의 수만 7000여 명이다. 이들은 주로 밤에는 거리에서 잠을 자고, 낮에는 오가는 여행자에게 구걸하는 생활을 이어간다. 하와이를 한 번이라도 찾은 관광객들에게는 결코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세계 최대 관광지로 알려진 와이키키 해변은 물론 해변 도로를 따라 조성된 공원에서 눕는 등의 행위 일체가 법으로 금지된 지난 2010년 이후 노숙자들이 인근 주택가에서 숙식하면서 주민들과 마찰도 벌어지고 있는 형편이다.
인구 10만 명 당 500명이 넘는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는 하와이 거주 노숙자 수는 미국 50개 주 가운데 가장 가파른 상승이라는 불명예를 가지고 있다.
현재 거리를 떠도는 노숙자 비율은 하와이 출신 원주민과 마셜 군도 등에서 이주한 이들, 미국 대륙 등에서 온 백인 계열 등이 각각 30%씩 차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현실적으로 노숙자를 수용할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과 맨해튼 다음으로 높은 것으로 알려진 하와이의 살인적인 물가와 그와 비교해 턱없이 낮은 임금 수준, 좁은 토지 문제 등으로 노숙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뾰족한 방도가 없다는데 있다.
실제로 하와이의 물가는 가위 '살인적이다'고 표현할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비누 한 조각에 5~10달러, 치약 1개 7~10달러, 1ℓ 우유 한 팩에 6~10달러 선에서 판매된다. 대중교통 요금도 매우 높은 수준인데, 1명당 버스 요금이 2.75달러다. 한화로 약 3000원을 지불해야만 버스를 타고 이동할 수 있는 셈이다. 택시 기본요금은 3.9달러, 시외로 이동 시 4.4달러로 오른다. 물론 지하철은 개통돼 있지 않다.
상황이 이런데도 지난 6년 째 하와이의 최저 시급은 약 11달러 수준으로 동결돼 있는 상황이다.
어쩌면 살인적인 물가와 지속되는 저임금 단순 근로, 그리고 이로 인해 불거진 노숙자 증가 문제야말로 지상낙원으로만 알려진 하와이의 진짜 모습인지도 모른다. ci200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