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통해 읽는 동아시아 작가들의 세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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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의 '비디오 샹들리에 No. 5'.

동시대 동아시아 현대미술에서 자연(식물)이 어떻게 다뤄지고 있는가를 '추적'하는 콘셉트의 전시가 부산에서 열리고 있다. 미디어 아트의 창시자인 백남준(1932~2006)과 '호박(Pumpkin)' 시리즈로 유명한 쿠사마 아요이(일본), 슈빙(중국)과 촹 치웨이(타이완) 등 주목받는 동아시아 작가들의 작품들이 대거 출품돼 관심을 끄는 전시이다.

부산시립미술관(관장 김선희)은 내년 2월 17일까지 2층 전시실과 1층 로비에서 '보태니카(BOTANICA)' 전을 개최한다. 전시는 한국과 일본, 중국과 타이완 등 동아시아 4개국 작가 19명의 회화와 사진, 영상과 설치 등 모두 67점으로 구성됐다. 한국 작가는 구성연 문형민 전현선 이이남 등 14명이 포함됐다.

부산시립미술관 '보태니카'전
4개국 작가 19명의 작품 67점

촹 치웨이의 '리본 트리 시리즈'. 부산시립미술관 제공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자연에 대한 예민한 감각으로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낸 허상과 환상'을 다룬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이 아니라 인간의 의지가 개입된 '변형된 자연' 또는 아시아 특유의 자연관 혹은 세계관과 현대사회의 문제를 질문하기도 한다. 급속한 산업화와 성장이 자연 친화적이었던 생태환경을 어떻게 인공적으로 변모시켰는가에 대한 성찰과 고민을 담았다. 작가들은 자신의 내면을 식물에 투사함으로써 인간의 욕망으로 파괴되는 생태계를 우려하는 메시지를 발신한다.

백남준의 '비디오 샹들리에 No. 5'는 소형 비디오 모니터 여러 대를 샹들리에 형태로 구성해 천장에 설치한 작품이다. 케이블과 모니터가 복잡하게 얽혀 있으면서도 식물로 뒤덮인 전체적인 모습은 화려하고 아름다운 샹들리에의 형태를 띠고 있다. 조명이 떨어지는 샹들리에가 아니라 정보가 홍수처럼 쏟아지는 샹들리에는 우리가 어떠한 세계에서 살고 있는지 깨우쳐 준다.

물방울무늬를 무한 반복, 증식, 확산하는 작품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예술 세계를 구축한 쿠사마 야요이. 그림뿐만 아니라 전위적인 퍼포먼스와 사진, 설치 작품으로도 유명한 쿠사마는 올해 제작한 '별처럼 빛나는 호박'을 선보인다. 확대된 호박 조형물의 표면에 물방울무늬 타일이 장식된 독특한 작품이다.
슈빙의 '백그라운드 스토리'.
슈빙은 1980년대 후반 자신이 만들어낸 알파벳식 한자(漢字)를 중국 전통 목판(木板) 방식으로 종이에 인쇄한 후 공중에 늘어뜨려 설치하는 작업으로 자신의 존재를 국제적으로 알렸다. '백그라운드 스토리'는 옥수수 껍질과 구겨진 종이, 쓰레기 등을 소재로 우리가 실제라고 믿는 형상이 죽어있는 잔재로 이루어진 허상임을 보여준다. 생물과 무생물 사이의 관계에 관심을 두고 생명체에 기계의 힘을 가하는 방식의 작업을 해온 촹 치웨이는 '리본 트리 시리즈(Reborn Tree Series)'를 통해 산업화가 지배하는 현대에는 전기와 기름이 마법과 같이 무생물체에 생명을 부여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전시 기간 중 부산시립미술관 1층 로비와 지하 선큰(Sunken) 가든에서는 '보태니카:야외프로젝트(BOTANICA:Garden Project)'가 진행된다. 일본의 타다시 카와마타, 중국의 리아오 페이, 한국의 한석현·한성필이 참여하는 프로젝트는 환경과 생태에 대한 관심을 직접적으로 드러내 온 4명의 작가가 야외공간을 활용해 다양한 설치작업을 보여준다. ▶보태니카·보태니카:야외프로젝트=내년 2월 17일까지 부산시립미술관. 051-740-4241.

박진홍 선임기자 jhp@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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