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도통사의 공자, 주자 영정 경상대 도서관에 영구 기탁
입력 : 2018-12-18 18:01:34 수정 : 2019-12-13 14:21:18
경남 진주시 내동면 도통사(道統祠)가 소장했던 공자,주자 영정이 경상대도서관에 영구 기탁됐다. 이에 따라 이 도서관은 조선말기 초상화 대가인 채용신이 그린 공자ㆍ주자ㆍ제갈공명ㆍ정제용 영정과 이조년 영정 등 다섯 점의 영정을 소장하게 됐다.
경상대도서관(관장 장봉규 교수)은 18일 오전 11시 30분 중앙도서관 회의실에서 진주 도통사(회장 안성효) 소장의 공자와 주자 영정 영구 기탁식을 가졌다고 밝혔다.
기탁된 영정은 조선시대 마지막 왕실 화가 석지 채용신이 그린 작품이다. 채용신은 고운 최치원ㆍ영조ㆍ고종ㆍ흥선대원군ㆍ면암 최익현ㆍ매천 황현 등의 영정을 그린 조선말기 초상화의 대가다. 서양식 명암법을 도입하는 등 전통과 근대를 이은 화가로 평가받는다.

채용신 화법의 특징은 극세필을 사용해 인물의 수염 하나, 주름 하나까지도 실제적 입체감이 나타나도록 표현한다. 화문석 문양을 깔고 앉은 주인공의 모습, 인물의 비례, 손의 자세와 생김새, 주름, 옷의 문양까지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그가 그린 영정은 문화재로 지정된 것이 많다. 공자ㆍ주자 영정도 채용신 화법이 잘 드러나 있는 작품이다. 우리나라에 전하는 공자ㆍ주자 영정 중 가장 사실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에 경상대도서관에 기탁된 영정은 본래 진주시 내동면 수몰지 내 유교사당인 '도통사'에 소장돼 있었다. 도통사는 공자ㆍ주자ㆍ안자(회헌 안향)의 영정을 모신 사우였다.
일제강점기 유림 조직을 결성해 전국적인 유교 부흥운동을 펼치던 매우 역사 깊은 곳이기도 하다. 도통사에서 경남지역 인물을 주축으로 유림 조직을 결성, 우리나라 유교 부흥운동을 주도해 전국적인 호응을 얻어 나갔다.
여기에서 1910년 안향과 관련된 문헌을 출판하고, 2200여 명이 참여하는 전국적인 유림 조직망을 완성했다. 1912년에는 경기도 파주 영모당에 있는 안향의 영정을 봉안해 오게 하고, 1913년에는 조선시대 왕실 화가 석지 채용신을 경기도 화성의 궐리사에 보내 공자ㆍ주자의 영정을 그려오게 하였다. 그리고 도통사를 건립, 세 영정을 봉안했다.
1917년에는 공자 탄생지인 중국 곡부 궐리에 안효진과 안명식을 파견했다. 당시 공자의 76대손 공영이는 회헌 안향에게 '안자(安子)'라는 칭호를 부여했다. 자(子)는 공자ㆍ맹자 등 성인(聖人)에게만 부여하는 최고의 호칭이다. 공자의 후손들이 모여 사는 곡부로부터 자(子) 호칭을 받은 우리나라 유학자는 안향이 최초이자 마지막이다.
공자의 후손은 안자(安子) 칭호 외에 유학의 종교화 운동인 공교지회의 설립을 제안받고 허락한다. 1917년 8월 혜산 이상규를 초대회장으로 추대하고, 조선의 도통사에 공교지회가 설립됐다.
이런 역사를 가진 도통사는 남강댐 숭상공사로 진양호 내 수몰됐고, 1995년 현재의 내동면으로 옮겨 세웠다. 그 뒤 불의의 화재와 안자의 영정이 도난되는 등 수많은 시련을 겪었지만, 순흥 안씨 문중과 진주지역 유림의 관심 덕분에 공자와 주자의 영정은 오늘날까지 보존됐다.
도통사 안성효 회장은 "영정 원본의 영구 보존을 위해 경남지역 고문헌 전문 도서관인 경상대도서관에 이 영정을 영구 기탁하기로 결정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장봉규 경상대 도서관장은 "도통사의 정수인 공자와 주자의 영정을 경상대도서관이 소장하게 된 것은 매우 의미 있은 일"이라며 "잘 보존ㆍ관리해 연구와 교육에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이정희 경상대도서관 학예연구사는 "이번에 기탁받은 영정과 소장하고 있는 영정을 내년 고문헌도서관 전시실에 전시해 대학 구성원과 지역민이 널리 관람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선규 기자
sunq17@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