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쓰게 하면 그만? 스마트폰 ‘잘’ 쓰는 방법 알려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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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교육청 ‘디지털 리터러시’ 전국 최초 교육

부산이 올해부터 전국 최초로 ‘디지털 리터러시(literacy, 판독 능력)’ 교육을 실시한다.

부산시교육청은 올해 1개 초등학교를 ‘디지털 리터러시 연구학교’로 지정하고, 50개 중학교와 13개 특수학교 등을 대상으로 디지털 리터러시 지원 사업을 벌인다. 가짜뉴스 구분법과 빅데이터 분석 요령, 디지털 협업과 디지털 에티켓, 저작권과 개인정보 보호 등이 주를 이룰 예정이다.

초등학교 1곳 연구학교 지정
중학교 50곳 등 지원 사업
저작권 보호·디지털 에티켓
스마트폰 윤리적 사용 중점

“사회 기여하는 디지털 소양
이젠 선택 아닌 필수“ 강조


기해년 부산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새 디지털 교육의 ‘속살’을 먼저 들여다보자.

디지털 세상의 생존을 위한 필수 소양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은 디지털 세상을 올바로 살아갈 수 있는 직관력을 길러주는 교육이다. 영어나 수영처럼 다가올 디지털 세상에서 생존하기 위해 필수 소양을 갖춰주자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디지털 교육과는 어떤 게 다를까. 지금까지의 디지털 교육은 프로그램이나 툴을 사용하는 능력을 향상하는 데 초점이 맞춰줬다.

그러나 디지털 리터러시는 기술 교육과 함께 이를 윤리적으로 바르게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데 역점을 둔다. 디지털리터러시교육협회 김묘은 대표는 “유치원생이 글을 깨쳤다고 해도 신문 기사나 책을 쓸 수는 없는 것처럼 우리 아이들이 스마트폰과 SNS를 사용한다고 해도 디지털 리터러시를 갖춘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제아무리 좋은 스마트폰을 갖고 있어도 페이스북이나 유튜브에만 빠져 있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뜻이다.

김 대표는 “머릿속에 지식을 넣을 것을 강요할 게 아니라 어디에 가면 어떤 지식과 데이터가 있고 이를 가져와서 어떤 툴로 어떤 콘텐츠를 만들면 효과적일지를 판단하는 능력을 길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주 부산체험과학관에서 열린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포럼’에서 강연자로 나선 한바다중학교 1학년 유예서 양의 발표는 그 좋은 예다. 유능한 마케터가 장래희망이라는 그는 ‘네이버 데이터랩’과 ‘구글트렌드’ 등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툴을 가지고 뉴스를 자체판단하는 기준을 제시했다.

유 양은 “디지털 소비자가 온라인에서 검색만 하는 게 아니라 콘텐츠도 스스로 제작한 시대가 된 만큼 온라인 트렌드는 단순한 검색어 순위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소셜인사이트’ 등 온라인상의 콘텐츠가 긍정인지 부정인지, 혹은 중립인지까지 파악할 수 있는 툴을 이용해야 정확한 온라인 트렌드와 여론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유 양은 그 자리에서 전 세계 한류를 이끄는 트렌드 세터 순위가 과연 실제 연예 기사에서 언급된 순인지 아닌지를 확인해 줬다.

또, 10대 청소년에게 가장 어필하고 있는 연예인은 과연 누구인지 분석한 결과도 즉석에서 내놓았다.

디지털 공감 능력과 배려심까지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은 여기서 더 나아가 디지털 세상을 살아가는 새로운 시민 자질을 높이는 데도 역점을 둔다.

디지털 스토리텔링 프로그램을 즐겨 사용하는 하단중학교 1학년 장진혁 군은 꿈이 판타지 소설가다. 그는 자신의 습작을 위해 디지털 프로그램을 애용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우리는 얼마나 많은 감정을 가지고 살아가는가’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건강한 감정 관리를 해야 하는 이유를 디지털로 제작해 보기로 했다. 장 군은 “자신의 감정을 드러낼 땐 자기조절이 필요하지만 이게 심해지면 되레 자기가 상처 받을 수도 있다”며 “‘나의 감정을 기왕이면 적절하고 재미있게 표현해 보자’ 싶어 디지털로 스토리보드를 짜게 됐다”고 밝혔다. 장 군은 지금까지 디지털로 제작한 우정에 관한 동화를 선보였다.

김묘은 대표는 “장 군처럼 절제력을 갖춘 디지털 활용 기술로 사회 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는 능력이 앞으로 자라날 아이들에게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될 것”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지금도 많은 가정에서는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주면 중독된다’는 고정관념이 팽배하다. 때문에 스마트폰 구매를 망설이거나 인터넷 연결을 막아 갈등도 잦다. 김 대표는 “이는 결국 스마트폰으로 할 게 게임밖에 없게 만든 교육 환경 때문”이라며 “어쩔 수 없이 스마트폰을 허용해야 한다면 기왕이면 이걸 연구하고 공부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게 맞고, 디지털 리터러시는 이 같은 능력을 길러주기 위한 교육”이라고 설명했다.

권상국 기자 edu@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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